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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NHN 신입 공채, 면접의 진실

NHN은 지난 9월부터 신입 사원 공채를 하고 있고 이번 주를 기점으로 마무리 될 예정이다.

NHN에 신입 지원을 한 사람들은 각 영역별로 다르긴 하지만 4단계 이상의 과정과 3개월 가량의 시간을 거치며 입사 과정을 치르고 있다. 이번 공채는 각 영역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데 몇 년 전 공채 1기와 달리 이번엔 모집 부문이 세분화되지 않고 상위 범주화된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과거라면 "무슨무슨 파트 기획"으로 모집했을텐데 이번엔 "기획직"으로 모집을 하고 있다. 아마도 지난 3년 간 NHN의 내부 경영 혁신과 컨설팅의 결과라는 생각을 한다. 기획직으로 합격하더라도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후 일정 시한이 지난 후 특정 웹 서비스의 기획직에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조직이 커지면서 개별 조직의 특성을 이해 못하여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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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의 신입 공채에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달 전 쯤에 어떤 분이 회사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 분은 트레이스존의 open consulting을 요청하며 웹 서비스에 대한 문의를 하고자 했다. 물론 NHN에 기획자로 입사 지원을 한다고 밝히긴 했다. 트레이스존의 open consulting은 그런 목적을 위해 운용하고 있는 게 아니라서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는 게 어디 두부 자르듯 반듯한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일단 오시라고 했다.

방문한 분은 웹 서비스 전반에 대한 토론을 하고자 했다. 일단 그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분은 웹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터뷰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더 필요한 상황인 것 같았다. 내가 왜 웹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할 수 없는 지 양해를 구하고 나머지 시간 동안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거의 두 시간을 인터뷰에 대한 오해와 구직자들이 잘못 생각하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정작 듣고자 했던 NHN에 대한 이야기나 웹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나 기획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 분을 보냈다.

그리고 몇 주가 흘렀다. 조금 전 이메일이 도착했는데 다행히(???) 실무 면접을 통과하고 내일 임원 면접이 있다고 했다. 나는 답신으로 이런 내용을 보냈다,

"결국 결론은 지난 번에 이야기드렸듯, "자신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NHN은 서비스 회사입니다. 간혹 이점을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면접에 임할 때 특히 임원 면접에 임할 때 이점을 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항상 사용자의 관점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해결해야 할 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만약 NHN이 님을 선택하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뭐 그러려니 하십시오. 서류 전형과 1차 면접을 통과했다면 NHN이 원하는 기획자의 자질은 있는 것이니까 99%는 이미 성공한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단지 이 분에게만 한 것은 아니다. 어떤 회사에 취업하기 위한 혹은 스카우트되는 분들이 내게 그 회사에 대한 정보를 물어 볼 때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자신에게 솔직하면 면접 기술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만약 면접 기술이라는 것이 어떤 사람을 어떤 회사에 취업하도록 만드는 요령이라면 그것은 정말 존재하지 말아야 할 기술이다. 회사는 면접 과정을 통해 그 사람의 면면을 세세히 보길 원한다. 나쁜 것은 나쁜 것으로, 좋은 것은 좋은 것으로 보길 원한다. 나쁜 것과 좋은 것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가는 순전히 회사의 몫이다. 면접자가 그것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면접 기술이라면 그건 기술이 아니라 속임수다. 회사에 대한 속임수고, 자신에 대한 속임수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속이는 것이다.


아니라고? 매우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 본다면 왜 면접 기술이라는 것이 대부분 속임수인지 알 수 있다. 2003년 여름의 일이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웹 프로그래머를 뽑아야했다. 20여명을 인터뷰했고 결국 1명을 선발했다. 회사의 조건은 뛰어난 능력 보다는 기본적인 기술이었고 매우 유연한 사고 방식과 다른 부서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요구했다. 나와 면접관들은 최종 후보 중 이 사람이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여 선택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질문을 한 것 같았다. 그러나 3개월 후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답보 상태였고 그 대립점에 바로 그 웹 프로그래머가 있었다. 지난 3개월 간 그가 추진한 프로젝트 때문에 그를 해고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더 어처구니 없었던 상황은 그가 다른 팀원의 해고를 요구한 것이다. 마케팅과 기획팀의 인원과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으니 그들을 해고하면 프로젝트가 잘 진행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위 사례에 대해 논쟁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아마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 수 있고, 또한 마케팅이나 기획팀이 바보였을 수도 있다. 그의 주장이 맞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가 가진 성격이나 특징을 면접을 통해 파악하지 못했다. 맞다, 순전히 우리의 잘못이다. 우리는 면접 순간 그가 이야기하는 것을 믿었고 그것이 실수였다. 이런 실수는 언제나 존재하고 또한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리고 면접관의 실수를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면접자의 면접 기술도 있다. 면접자는 면접의 순간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다. 뛰어난 기술과 합리적인 선택과 보편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고, 그렇다고 믿게 면접관을 설득할 수 있다. 속임수를 쓴다면 승자는 거의 면접자다. 면접관의 승률이 훨씬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면접 기술을 더 배울 필요가 있다,





면접은 맞선과 비슷하다. 맞선을 볼 때 상대방의 사회적 조건과 주변의 평판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내가 그것을 경험해 본 적은 없다. 그저 주어진 데이터를 믿을 뿐이다. 그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가지 질문을 하지만 질문은 주어진 데이터의 한계에서 의미있다. 그러니 속임수를 쓰려면 언제든 가능하다. 물론 아주 유능한 사기꾼은 상대방이 속임수를 쓸 것이라 생각하고 먼저 속임수를 쓰기도 한다.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그런 애정 혹은 결혼이 오래 갈 수 있을까?

NHN의 신입 사원 공채에 임하는 한 분에게 "자신에게 솔직할 것"이라고 끊임없이 반복하여 이야기했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가장 의미있고 가장 합리적인 면접의 기술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신입 사원에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대학 생활 4년을 웹 서비스 기획에 대한 별다른 준비없이 보낸 사람이 갑자기 NHN이라는 소위 잘 나가는 IT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면접의 기술을 준비했고, 그 기술이 잘 적용되어 회사에 취업했다고 치자. 그런 사람이 하루에 천 만명이 방문하는 NHN의 서비스를 기획한다고 치자. 이건 정말 두려운 일 아니겠나? 이런 사람이 무슨 짓을 할 지 누가 알겠는가?

인생을 잘 사는 기술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떤 회사에 잘 취업하거나 잘 면접하는 기술이 존재한다. 소위 학벌과 학력이 발림된 이력서이고, 그것을 최대화하는 면접의 기술이다. 면접의 기술 때문에 솔직함의 빛은 사그라든다. 그러나 여전히 분명하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솔직하게 자신을 내세우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기술이 아니다. 인생의 선택이다. 인생을 잘 살아왔다면 그것을 면접에서 이야기하면 된다. 면접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 자랑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오늘도 면접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이런 조언을 드린다,

"내 인생은 진지하고 치열했던가?"

면접 기술 궁극의 경지는 바로 이 질문에 웃으며 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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