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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면접의 기술

며칠 전 회사에 한 인터넷 기업에 입사 면접을 보는 분이 찾아왔다. 원래 방문 목적은 해당 업체에 대한 정보와 웹 서비스에 대한 몇 가지 토론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면접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면접의 기술 중 가장 중요한 3가지를 이야기했다.


1. 면접관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

2. 모르면 즉시 물어 볼 것

3. 자신에게 정직할 것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구체적 사례를 적용하여 설명하면 이 3가지 주제야말로 면접 기술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만약 면접관이 "자기 소개를 해 보시오."라고 했다면 보통 어떻게 대답할까? 검색을 해 봤다.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과 예제가 나와 있었다. 많은 면접자들이 이런 것을 익히고 면접에 임한다. 그래서 천편일률이다. 마치 동일한 면접 기술 서적이라도 읽고 외운 것처럼 자기 PR을 위한 공간으로 자기 소개를 이용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자기 소개를 해 보라는 것은 이력서에 쓴 것을 반복하라는 의미도, 자신을 PR하라는 의미도 아니다. 면접관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고 했다. 면접관은 한 명만 면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날 하루에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을 면접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신과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다. 그러니 서로 안면이나 트자는 의미로 자기 소개를 요구할 수도 있다. 짧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로 자기 소개를 할 수도 있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심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자기 소개 요구는 마치 미팅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첫 질문을 뭘로 던질까 고민하는 것과 같다. 유능한 면접관은 대개 면접자에게 자기 소개를 요구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면접의 기술이 있지만 역시 최고의 기술은 "자신에게 정직할 것"이다. 어떤 면접자는 지원하는 회사나 직무에 맞게 자신을 포장한다. 그게 과연 맞는 일일까? 여러 회사의 면접에 임하다보면 나중엔 자신의 정체가 뭔지 헷갈릴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정직한 면접이 아니라면 어떤 의미에서 회사를 속이는 일이 된다. 면접을 취업의 단계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런 실수, 즉 자신의 본질과 다른 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면접 방법을 쓰곤한다. 그러나 면접은 회사 입장에선 사람이라는 자원을 구하는 것이고, 면접자 입장에선 자신을 파는 행위다. 상품을 사서 뜯어 보니 내용물이 다르다면 반품 외엔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을까?

특별한 실무 경험이 부족한 신입 지원자의 경우 자신에게 어떻게 정직할 수 있을지 궁금할 것이다. 그것을 찾아야 한다. 많은 신입 지원자들이 오직 회사가 원하는 것을 자신이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만 한다. 그러나 정말 많은 회사들은 지원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대답 대신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는지 대답하는 게 맞다. 면접의 자리에서 비록 자신이 신입이더라도 20년 넘는 인생을 살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발견하지 못했다면 불행한 일이 아닐까? 그건 어떤 면접의 기술로도 극복할 수 없다. 인생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