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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블로그에 대한 상념

1. 23:00에 집에 들어 와 오랜만에 대중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목욕을 했다. 느긋한 마음으로 글을 몇 개 쓰고자 생각했다. 예전같았으면 아래아한글이나 MS 워드 프로세스를 열어 놓고 글을 썼을 것이다. 지금은 티스토리를 열어 놓고 글을 쓴다. 다섯 번... 혹은 여섯 번째 글을 쓰다 그만뒀다. 이것은 여섯번 째... 혹은 일곱번 째 글이다.

2. 나이가 좀 들면 글을 잘 쓸 것 같았다. 그래서 스물 아홉부터 서른 셋까지 4년 동안 한 줄의 글도 쓰지 않았다. 그 때 쪽 팔린 글이 뭔지 알았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그 4년 동안 글을 쓰지 않은 게 아니라 삶을 회피한 것이었다. 4년 동안 단지 글을 쓰지 않았을 뿐 머릿속에 끊임없이 글을 썼으니 나름의 절필은 무효다. 글을 쓰는 건 자신의 삶과 싸우는 행위다. 이문열도 싸우고 나도 싸운다. 세계관의 판단은 우선 싸우냐 그렇지 않냐 다음의 문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쉽게 말하자면 이렇다,

스스로 삶과 투쟁하지 않고 삶이 어쩌구 떠드는 건 다 헛소리다. 일단 싸운 다음에 그게 당신의 취향과 맞는 지 그렇지 않은 지 판단하는 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다"



3. 한국이라는 언어적으로 고립된 작은 공간에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글을 매일 본다.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철학, 인간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블로그를 통해 흘러 나온다. 그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가 개인 홈페이지나 BBS나 채팅이나 쇼핑몰의 댓글에 있지만 그래도 요즘의 패션에선 블로그에서 흘러 나오는 이야기가 주류다. 이야기는 훨씬 많지만 어쨌든 다들 블로그를 주목하니 소수의 블로그 사용자가 - 이들을 '블로거'라고 부르는 건 어폐다, 차리리 블로그 메니아가 맞지 않나 - 내뱉는 이슈가 될만한 이야기가 주목 받는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다.

4. 우리들 대부분은 세상이 빨리 변한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세상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천천히 변할 수 있다.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어쨌든' 세상은 변한다는 것이다. 그 자체에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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