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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공공 웹사이트의 고민

최근 몇 년 사이 어쩌다보니 공공성이 있는 웹 사이트에 대한 컨설팅 의뢰를 자주 받게 되었다. 공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웹 사이트는 해피빈아름다운 재단 웹 사이트다. 주로 의뢰를 받았던 곳은 국가 기관 관련 웹 사이트나 공사 혹은 공공을 위해 일하는 법인의 웹 사이트였다. 이런 웹 사이트들의 특성을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없지만 자꾸 이야기하다 보니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억하기 쉽게 3가지로 정리하면 이렇다,

1. 수익보다 사용자의 관심이 중요하다.
2. 그런데 사용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
3. 그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봤지만 이유를 모르겠다. (운영자 입장에서)


어떤 웹 사이트는 10년 가까이 운영한 곳도 있었고 어떤 웹 사이트는 운영 조직 인원만 50명이 넘는 곳도 있었고 또 어떤 웹 사이트는 한 해 예산만 10억 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 공공 웹 사이트의 운영 자금은 기부자들의 돈이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컨설팅 의뢰를 했을 때 내가 처음하는 생각은 '오죽 답답했으면 우리같은 컨설팅 업체에 의뢰를 했을까?'다. 우리에게 의뢰하기 전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 노력이 허사가 되었으니 그제서야 비싼 수업료를 우리에게 지불하며 컨설팅 의뢰를 하게 되는 것인데, 돈은 둘째 문제고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겠는가. 더구나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영리 사업을 하는 웹 사이트에 비해 비영리 사업을 하는 웹 사이트의 관계자들이 훨씬 자존심이 강하다. 그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는 것은 그 자존심을 일부 굽힌 것이기도 하다.

공공 웹 사이트의 운영 기관에서 컨설팅 의뢰가 들어 오면 나는 일단 많이 듣는 편이다. 영리 사업체의 컨설팅 의뢰보다 훨씬 더 많이 듣는 편이다. 왜냐면 영리 사업체가 우리에게 컨설팅을 의뢰하는 이유는 서로 의견을 조율할 필요 없이 매우 명확하다. 돈 벌게 웹 사이트를 다시 살려 달라는 소리다. 그러나 공공 웹 사이트 혹은 비영리 웹 사이트는 다르다. 그들은 돈을 벌지 않아도 좋으니 대상이 되는 사용자들이 웹 사이트를 자주 방문하여 좋은 정보를 찾고 공유하기를 바란다. 돈 안 벌어도 좋다는 말은 내게 엄청나게 무서운 조건이다.

'돈을 번다'는 것은 어떤 행위인가? 재화의 생산 비용 이상의 금액으로 팔고 잉여 금액을 챙기는 행위다. 100원짜리 지우개를 200원에 파는 게 바로 '돈을 번다'는 행위다. 그런데 공공 웹 사이트는 100원짜리 지우개를 돈 받지 않고 그냥 준다. 사고 판다는 개념이 없거나 희박한 웹 사이트는 인간의 본성적 감성을 자극하지 못한다. 그래서 영리 웹 사이트보다 비영리 웹 사이트를 컨설팅하는 것이 훨씬 힘들다. 돈과 돈이 오가는 관계,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인 욕구를 무시한 어떤 관계를 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위의 문장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활하는 우리들은 자본주의 속성에 맞게 생활하고 반응한다. 내가 노력한만큼 댓가가 돌아오길 바라고 댓가가 없으면 더 이상 웹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는다. 그런 일상을 깨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공공 웹 사이트에 대한 컨설팅을 할 때 나는 늘 이런 질문을 먼저 했다,

"...그러니까, 할만한 것은 다 해 보셨다는 거죠?"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이어서 했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안 해 본 이야기를 해 드리면 되겠군요?"

그 분들이 안 해 본 것은 바로 영리 웹 사이트에서 다 해 본 그런 행동들이다. 이 부분에서 비영리 웹 사이트, 공공 웹 사이트를 운영하는 분들이 내 의견에 공감하면 나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공감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짧게 끝난다.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 들으면 그 때부터 진지하게 실천적인 방안을 이야기한다. 기관이나 단체의 조직 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현 상황에 대해 분석하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을 구분한다. 그리고 결국 3가지 이내의 실천 방안을 도출한다.

공공 사이트의 고민은 이 글의 서두에서 이야기한 3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그러나 해결 방안은 최소한 10가지 이상이다. 그 방안 중 대부분은 현업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아마추어리즘 때문에, 혹은 고집 때문에 방안을 실천하지 못한다. 나는 그런 실천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일만 한다. 왜냐면 그들은 이미 정신적으로, 철학적으로 해야 할 바를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불필요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 정도다. 그들에게 철학적 조언을 할 필요는 대.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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