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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비주얼과 표

나는 텍스트를 좋아한다. 설명하고 해설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기획서를 쓸 때도 그래프나 이미지네이션, 표와 같은 비주얼을 즐기지 않는다. 표가 비주얼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겠으나 표의 모든 항목을 읽기 보다는 표가 존재한다는 자체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데이터 매트릭스가 아니라 비주얼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아주 가끔 만들어 내는 표나 그래픽이 들어간 IT 관련 자료다. 이런 자료는 내가 요구하지 않아도 이리저리 열심히 복사되고 배포된다. 심지어 어떤 회사의 기획 자료에서 내가 만들어 배포한 비주얼을 본 적도 있다. 글을 다 쓰고 심심해서 그냥 만들어 본 것인데 기획서에 인용해서 집어 넣다니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라 뭐라 말도 못했다.

오늘도 어떤 기획자에게 말로 개념을 설명하다 이해를 잘 못하는 듯 하여 메모지를 펴 놓고 그림을 그리며 설명을 했다. 비주얼이라는 게 참 그럴싸하게 개념을 포장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잇점도 있다. 잘 만든 비주얼은 이해력을 높여주고 그로 인해 신뢰성도 높여 준다. 어떤 멍청한 인간이 컨설팅을 말로 먹고 사는 것이라고 댓글을 남겼던데 사실 컨설팅은 비주얼로 먹고 사는 직업이다. 클라이언트의 피상적 개념을 구체화시키고 엉성한 전략 그물을 촘촘하고 질긴 그물로 다시 엮어 주는 게 컨설턴트의 일이다. 그 과정에서 비주얼은 적절한 역할을 할 때가 많다.

비주얼을 만드는 것이 힘들지는 않고 오히려 즐겁고 재미있다. 하지만 설명과 해설로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시 비주얼로 구현하는 건 귀찮다. 그래서 내 블로그는 글이 많은 것이지 사실 비주얼이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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