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mo

인터뷰의 묘미

올해 3월 이후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고 덕분에 인터뷰로그는 개점 휴업 상태다. 인터뷰를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단 한 가지 이유만 대라면 "해야 할 바를 다 했기 때문"이다. 인터뷰로그는 국내 블로거들에게 personal media로서 블로거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최초의 목적이었다. 나는 내가 위치하고 있는 곳에서 관련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려고 계획했다. 그런데 첫 인터뷰 주자는 엉뚱하게도 정치인이었다. 잘 알다시피 원희룡 의원이 첫 대상이었다. 나는 그가 네이버 블로그에서 블로깅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에게 직접 쪽지를 보냈다. 그는 반색을 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아마 내가 네이버 블로고스피어에서 조금 알려진 인물이라 홍보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 것 같다.

아참,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이게 아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면 현장에서 사진을 찍게 되는데 나는 이걸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원희룡 의원과 인터뷰를 할 때 사전에 이렇게 말했다, "사진은 그 쪽에서 알아서 찍어야 합니다. 따로 사진을 찍는 분을 대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래는 사진을 찍을 사람을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섭외를 했는데 이 친구가 인터뷰 며칠 전에 시간이 안된다고 펑크를 내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포기한 것이었다. 첫 인터뷰 사진은 원희룡 의원의 비서가 직접 찍었는데 꽤 훌륭하게 사진이 나왔다. 전문 인터뷰 사진 기자가 찍은 것처럼 나왔다.

이후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사진은 인터뷰이 측에서 알아서 찍으라고 했다. 어떤 사진은 그리 좋지 않았고 어떤 사진은 꽤 좋았다. 이어령 선생을 인터뷰할 때는 미디어다음의 사진 기자가 동석하여 사진을 찍었다. 미디어다음 측에서 사진 기자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보였고, 그 사진 기자가 이어령 선생을 뵙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글을 읽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리는 한 사람 - 오마이뉴스 기자일 수도 있다 -이 토로한 인터뷰 사진에 대한 글을 읽다 내가 경험했던 것이 생각났다. 문득 나 자신이 인터뷰어가 아니라 인터뷰이가 되어 사진을 찍힐 때 얼마나 경직되었나 하는 것도 생각났다.

인터뷰를 해 보면 알겠지만 정말 재미있다. 인터뷰는 그야말로 노가다의 산물이다.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제대로 질문을 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원희룡 의원을 만나기 전에 그가 쓴 책과 그의 이력, 그가 언급했던 발언을 며칠 동안 조사해서 연구해야 했다. 정작 인터뷰에서 그에게 정치적인 이야기는 거의 묻지 않았다. 하지만 모르고 있다면 내가 의도하지 않은 질문을 하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사전 준비를 열심히 해야 했다.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에게 무조건 질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터뷰어가 질문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럴 때 멍청하게 "잘 모르겠다" 따위의 대답을 하면 그 인터뷰는 그야말로 허접한 것이 된다. 재미있는 인터뷰를 만들려면 정말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인터뷰 기사를 읽는 독자에게 인터뷰의 묘미를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인터뷰 기사는 히트 기사로써 정석이 없다. 인터뷰이가 유명한 사람이고 이슈의 중심에 서 있으면 히트 기사가 될 수도 있지만 인터뷰어가 유명하기 때문에 인터뷰 기사가 히트 기사가 될 수 있다. 전혀 유명하지 않은 사람도 유명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인터뷰 기사다. 영화 '괴물'의 출연진이나 감독을 인터뷰하면 히트 기사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괴물'의 배경이 된 한강 둔치의 가게 실제 주인을 인터뷰해서 히트 기사를 만들 수도 있다. 인터뷰는 어떤 사건 혹은 장소, 시간과 연계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인터뷰 기사를 정말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사람에 대해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Mem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말까지 어렵습니다  (0) 2006.08.22
다짐  (2) 2006.08.22
인용 기사에서 기자 이름을 언급하는 이유  (0) 2006.08.21
이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에게  (1) 2006.08.21
험담하고 욕하는 사람  (1) 200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