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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솔직한 이야기

나는 이구아수 블로그에 나름대로 솔직한 이야기를 적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일주일 동안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 보며 이런 상념에 빠지곤 한다,

'개노무 새끼, 아직도 눈치 보면서 쓰는구나'

내가 쓰는 글은 상대적으로 솔직할 뿐 만족스럽지 못하다. 나는 분명히 저런 식으로 쓰지 말아야 하는 글을 저렇게 써 버리는 경우가 있다. 예컨데, 파란닷컴의 경우 나는 그 회사에서 열심히 투쟁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 번 몇 개의 글처럼 쓰면 안된다. 나는 그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고 파란닷컴이 충분히 노력하고 있음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 왜냐면, 나와 파란닷컴은 최근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파란닷컴이라는 회사, 혹은 그 조직의 구성원들이 나와 그들의 관계를 이해할 정도로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걸 공개한다고 해서 그게 솔직한 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무식한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모두 진실일 리 없고 자신이 들을 이야기가 모두 의미있는 것일 리 없다. 솔직한 것은 내가 모르는 것과 내가 아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솔직한 것은 내가 모르기 때문에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 아는 것에 대해 숨김없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때문에 정말 솔직한 것은 의도치 않는 피해를 주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내 솔직함에 대해 늘 의심을 갖게 되고 내 솔직함에 의해 피해 받은 사람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아참, 내 솔직함에 의해 상처 받은 사람에게는 별로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다. 피해와 상처는 좀 다른 개념이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내가 그것을 비판했을 때 누군가 상처 받았을 것이다. 그건 할 수 없다.

내 비판 때문에 철야를 열흘 동안 해야 한다거나 내 비판 때문에 상사에게 불려가 욕을 퍼 먹었든가 혹은 회사에서 잘렸다면 그건 여전히 내가 미안해 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내 비판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을 명확히 하면 된다. 내가 잘못된 비판을 했다면 내 비판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은 내가 아닌 바로 그 피해를 준 사람을 비난해야 한다. 내가 정확한 비판을 했다면 내 비판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은 멍청이다. 자신을 반성하고 앞으로 그러지 말라.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건 그 이야기를 하는 자신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나는 그럴 각오가 되어 있다. 각오가 되어 있다고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그럴 각오가 되어 있는가? 내 글의 솔직함보다 더 멋진 솔직함을 발휘하길 바란다. 당신들이 용기를 낸다면 나는 앞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솔직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웹, 혹은 인터넷의 힘이 바로 이런 것이라 본다. 내 글을 누가 읽는 지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긍정하는 것이야 말로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일이라고 믿는다.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름대로 솔직함을 유지하며 타협하지 않고 내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것, 바로 그것에 힘내라고 말하는 것 말이다. 그런 말을 나를 만나지 않더라도 컴퓨터 전원을 켜고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내 블로그를 찾아 와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나는 그것이 웹과 인터넷의 진정한 힘이라고 믿는다.

나는 현실에서 내 블로그를 찾는 사람보다 훨씬 미천한 존재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보다 현명하지도 못하고 좋은 학벌도 없고 돈이 많지도 않고 영향력이 있지도 않다. 미안하다... 사실 내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내가 가장 나은 존재는 결코 아니다. 다만 나는 내 솔직함에 대해 자신이 있다. 책임질 준비도 되어 있고 책임을 지고 있기도 하다. 나는 내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도 그러길 바란다. 내 어리석음을 보고 자신의 현명함을 깨닫길 바란다. 내 자만심을 보고 자신의 겸손함을 깨닫길 바란다. 내 자성의 노력을 보고 자신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신이 사는 공간이 얼마나 살만한 곳인지 깨닫길 바란다.

내 솔직함에 분노할 시간에 자신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깨닫길 바란다. 그게 내가 블로그에 글을 계속 쓰는 진정한 이유다. 닭살이 돋겠지만... 내 글을 읽는 당신들을 정말 좋아한다. 사람이 살면서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게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정말 잘 알기 때문이다. 내 잡담을 하루도 빠짐없이 읽는 당신들 말이다.

당신들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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