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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서울대 총학의 한총련 탈퇴

서울대 총학, 한총련 탈퇴 선언

황라열(종교학과ㆍ29) 총학생회장은 "대다수 서울대생은 맹목적인 투쟁 일변도의 학생운동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총련 활동에 서울대 총학이 참여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탈퇴 이유를 밝혔다.

황라열이라는 개념이 다소 결여된 친구가 TV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는 장면도 기억이 났다. 마치 이런 저런 잡다한 경험을 잔뜩 한 후 세상을 초월한 듯 구는 어린 아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서울대나 반 운동권 학생회가 한총련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건 하루이틀 전 일도 아니다. 사실 현재 한총련 탈퇴라는 게 선언적 의미 외에 또 다른 무엇이 있나 싶기도 하다. 한총련은 과거 전대협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각 대학과 학생회에 대한 장악력을 상실한 상태다. 그러니 이번 선언은 이기적이며 정치적인 색깔이 더욱 강하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나는 대학 입학 당시엔 신세대라고 불리던 91학번이다. 쇠파이프 휘두르고 짱돌에 화염병 던지는 투쟁은 아니지만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한 편이었다. 활동 중 늘 한 가지 의문이 있었는데 '학생'이라는 신분의 제약이 그것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학교에서 활동을 하더라도 학생들은 소수를 제외하곤 모두 사회로 진출해야 한다. 사실 요즘은 정치권에 망조를 드리우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 소위 386 세대가 집중적으로 고민했다는 '애국적 사회 진출'이나 '노동 현장 투신'에 대해 나와 주변 사람들도 깊은 고민을 하곤 했다. 또한 마치 세상의 변화를 진두지휘라도 하는 듯 열변을 토하고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팔을 휘두르며 구호를 외치는 우리들의 초라함에 절망하곤 했다.

학생 집단에서 정치투쟁 조직의 몰락과 무기력한 변화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고 서울대 총학의 이번 발표는 과거에도 충분히 자주 본 것이라 그리 놀랍지도 않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사회 우경화를 경계하는 카나리아 노릇을 해 온 학생 조직의 몰락이다. 이제 그 역할을 누가 해 줘야 하나, 블로거? 말도 안되는 소리다. 블로거는 공통된 목소리를 가진 집단이 아니다. 그럼 누가 그 역할을 해 줘야 하나.

며칠 동안 여름 날처럼 더웠던 기온이 내려갔지만 마음은 더 답답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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