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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신과 인간과 자유의지

영화 <브루스 올 마이티>에서 하느님 혹은 신으로 나오는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은 주인공인 짐 캐리(브루스)에게 신의 권능을 주며 이렇게 조언한다,

"그런데 인간의 자유 의지는 조정할 수 없다네."

자유 의지에 대한 이야기는 성서에도 나온다. 어떤 의미에서 인간은 자유 의지가 있기 때문에 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절대 신의 뜻을 따라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게 성서의 주요 골자이기도 하다. 10여 년 가까이 웹 서비스를 기획하며 나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인정하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걸 인정하고 나니 결정해야 할 일이 매우 줄어 들었다. 대신 해야 할 일은 훨씬 많아 졌다. 이건 청소부가 어느 정도까지 깨끗하게 청소를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매일 20개 블럭을 청소해야 하는 청소부가 있다. 물론 청소의 규칙은 있을 것이다. 청소부는 그 규칙에 따라 청소를 한다. 규칙 중 하나는 거리에 나뭇잎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벚꽃이 마구 떨어지는 바람부는 날이라면 청소부는 그 규칙에 의해 단 한 블록도 전진하지 못하고 계속 그 자리에서 빗자루 질을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현명한 청소부는 꽃잎이 모두 떨어진 후 청소를 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꽃잎을 치우지 않았기 때문에 한 동안 거리는 어지럽게 흝어진 꽃잎과 짓밟히고 바닥에 붙어 버린 꽃잎에 의해 지저분할 것이다. 현명한 청소부는 그런 더러움을 지금 당장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부질없음을 안다. 자신이 제어하지 않아도 자연에 의해 모든 꽃잎은 언젠가 다 떨어지게 되어 있고 더 이상 떨어질 꽃잎이 없을 때 재빨리 청소를 시작하면 된다.

자유 의지라는 것은 규칙과 불규칙, 정형과 비정형, 완전함과 불완전함에 대한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자유 의지를 갖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자유 의지를 관리하고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내 손에서 던져 놓는 게 아닐까.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신이 인간에게 자유 의지를 선사했다면 신이 인간에게 자유 의지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은 것도 분명하다. 덕분에 인간은 늘 고민을 한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게도 신은 인간에게 결정적인 순간에 늘 단순한 질문만 한다,

"할래 말래?"

신은 인간에게 자유 의지를 줬고 권능을 주지 않아 답을 쉽게 구할 수 없도록 했다. 그래서 늘 고민하며 살도록 만들었다. 대신 인간에게 신의 권능을 가졌을 때 해야 할 고민까지 넘기지는 않았다. 우리가 늘 어떤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신은 귓가에서 속삭인다, "할래 말래?"

다만 그 속삭임이 신인 지 악마인 지 잘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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