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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아이디어 뱅크와 잡담 뱅크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이 늘 의미가 있을까?

예전에 웹 서비스를 런치하고 나면 "그거 내가 제안했던 아이디어인데..."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나는 "아, 그러셨군요.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제안했다는 아이디어는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제작자가 그 사람의 아이디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나는 기획자들에게 회사에서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 두 가지로 구분하라고 말하곤 했다,

- 만들든 말든 관계없는 아이디어
- 만들고자 하는 아이디어

전자의 경우엔 어떤 아이디어든 이야기를 해도 관계없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반드시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라고 말했다. 아이디어만 말하고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지 구현하면 어떤 이익이 생길 지 어떻게 운영할 지 생각하지 못한다면 그건 전자가 될테니 업무 시간에 말하지 말라고 했다. 이런 내 태도에 대해 어떤 사람은 아이디어 자체는 자유롭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곤 했다. 하지만 내 입장은 단호했다. 업무 시간은 회사가 나와 당신에게 급여를 지불할 것이며 나와 당신은 그것에 응당하는 생산 행위를 하겠다는 계약 기간이다. 그러니 비생산적인 아이디어는 계약 위반이 된다. 이렇게 말하고 아이디어에 대한 구현방안, 수익모델, 운영방안이 없다면 아이디어를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비록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했더라도 아이디어를 듣는 경우가 있었다. 내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며 이걸 어떻게 구현하고 수익모델을 만들어내며 운영을 할 수 있는 지 물어보는 경우엔 업무 시간에도 그 사람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토론했다. 질문에 대해 나는 그 사람이 자기 아이디어의 3가지 요소를 찾을 수 있도록 대화하고 질문하고 토론했다. 왜냐면 그것은 내가 상급자로서 해야 할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매번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만 내놓는 아이디어 뱅크(Idea Bank)는 필요없다. 토론이 가능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실체로 만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천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그 중 하나도 현실화시키지 못했다면 스스로 반성하라. 그대는 아이디어 뱅크가 아니라 잡담 뱅크일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