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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모블로그 토씨(tossi) 서비스 종료

모바일 블로그를 지향하며 SKT에서 만들었던 토씨(www.tossi.com)이 오는 10월 1일 서비스를 중단한다. 공지를 통해 기존 서비스 사용자들이 원할 경우 백업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이 서비스를 방문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방금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다 지나간 이야기해서 뭘할까 싶지만 이 서비스의 기획 단계에서 근처에 있던 분들과 나눴던 대화가 잊혀지지 않는다. 기획 의도나 사업 의지, 사용자 행동에 대한 이해가 낮았던 것은 아니다. 또한 대기업 내부에서 이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힘들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양한 유사 서비스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필드에 나오자 토씨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모기업인 SKT의 적극적 지원도 받지 못한 것 같다.

토씨의 운영주체가 이리저리 바뀌며 어려운 시기를 참아왔지만 최근 SK플래닛으로 주체가 바뀐 후 결국 서비스 종료로 사라지게 되었다. 죽은 자식 부랄 만지기임이 분명하지만 토씨가 이렇게 사라지게 된 이유를 짧게 정리해 본다.


- 따라가기식 서비스의 한계

- 사용자 스토리 확보 실패

- 모기업의 적극적 지원 부족


토씨가 베타 테스트를 하던 2007년 12월 즈음엔 이미 트위터라는 모바일 블로그 - 당시엔 SNS라고 부르지 않았고 이렇게 부르거나 마이크로 블로그라 부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 서비스가 시장 선점 효과를 받고 있었다. 트위터를 참조한 서비스는 꽤 많았는데 국내에도 미투데이나 플레이톡과 같은 유사 서비스가 존재했다. 이런 와중에 SKT에서 토씨를 만들 때 보다 깊은 사용자 스토리 연구가 필요했다. 이미 구현된 유사 서비스를 볼 때 충분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이라는 기반이 있는 회사라면 좀 더 오랫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자의 요구를 분석했어야 했다. 후발주자지만 충분한 자본력이 있고 SKT 가입자를 적극 공략할 경우 서비스 차별화가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서비스가 공개된 후 준비한 서비스는 부실했고 특히 SKT 서비스 사용자에게 어필하는 특화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토씨와 같은 서비스가 사용자를 확보하는 고유한 방법인 "흥미로운 사용자 스토리"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이후 토씨는 다음 블로거 뉴스와 제휴하는 등 미디어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이 또한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그리고 점점 나빠지는 상황에서 모기업의 지원도 약해지기 시작한다. 대기업 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인맥이라는 안타깝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5년 전 대학로 어느 구석 술집에서 토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잘 되었으면 좋겠지만 잘 될 수 있겠냐고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서비스 자체를 잘 만들고 못 만드는 건 결국 누가 그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건데, 토씨는 그 점에서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토씨를 기획하고 웹 서비스를 만들고 사업을 추진한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SKT 때문이었다. 말이 씨가 된 건지 결국 토씨는 사라진다. 

참 우울한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