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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 다음TV, 20% 아쉬운 스마트TV

지난 4월 25일 <다음TV 쇼케이스>를 다녀와서 개봉을 한 후 일단 던져 놨다 어제 오후 설치를 시도했습니다. 도전하기 전에 일단 셋톱 박스 뒷면을 살펴 봅니다. 한 때 얼리어댑터를 자칭했지만 이제 컴퓨터를 냉장고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셋톱 박스 뒷면의 여러가지 구멍을 보고 겁낼 정도는 아닙니다.


뒷면을 훑어 보니 3 곳만 연결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전원

2. HDMI (비디오, 오디오 연결 단자)

3. LAN (인터넷)


텔레비전이 거실에 있는데 인터넷 연결은 무선 공유기를 통해 하고 있어서 저 LAN 단자는 이용하지 않을 겁니다. 인터넷은 Wi-Fi를 지원한다고 하니 전원과 HDMI 만 연결하면 될 것 같습니다.

텔레비전 옆에 있는 또 다른 셋톱 박스 뒷면입니다. 디지털 방송(IPTV)을 제공하는 케이블 방송사에서 설치해 두고 간 셋톱 박스입니다. 설치 후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아서 먼지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저기 연결된 케이블 라인을 <다음TV> 셋톱 박스에 연결시켜야 할 겁니다.


<다음TV> 상품 구성에는 양쪽으로 연결할 수 있는 HDMI 케이블이 있습니다. 한 쪽은 셋톱 박스에 꽂고 다른 한 쪽은 텔레비전에 연결시켜야 합니다. 집의 텔레비전을 보니 HDMI 단자가 2개 있습니다. 하나는 텔레비전 뒷쪽에 있고 하나는 옆면에 있습니다. 어디에 꽂아도 상관없으니 옆면에 꽂습니다. 텔레비전은 2009년 11월 출시 제품인데 뒷면은 먼지 투성이입니다.


전원을 연결하고 리모콘을 눌러 셋톱 박스와 텔레비전을 모두 켰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리모콘은 별 다른 노력없이 정상적으로 동작합니다. 일부 전자 기기 특히 셋톱 박스나 다른 기기와 연결된 텔레비전은 여러 개의 리모콘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평범한 사용자라 별 문제없이 리모콘이 동작했습니다. 그런데... 텔레비전 화면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No signal..."이라는 메시지만 나타납니다.

연결을 잘못했는지, 헐거운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 봤지만 이상없습니다. 셋톱 박스에는 'Daum'이라는 로고가 나타났으니 전원도 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에러 메시지라도 나오거나 비프음이라도 나와야 할텐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셋톱 박스의 색깔이 변하거나 고온으로 불타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가만히 있습니다. 비로소 <다음TV>에 박스에 포함된 메뉴얼을 꺼내서 읽어 봅니다.


아무짝에 쓸모없는 메뉴얼입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음TV> 온라인 사이트에 가봐도 QnA도 없고, FAQ에도 관련 문제를 찾을 수 없습니다. 한 시간 정도 끙끙대며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다 "에잇!"하고 던져 버렸습니다.


밀린 일을 마무리하고 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자꾸 <다음TV>가 왜 동작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하고 다음이 바보같이 기계를 만든 것이라 괜한 욕을 해 보기도 합니다. 잠자리에 누워 두 시간 넘게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보다 훨씬 기계를 잘 못 다루는 사람도 이 셋톱 박스를 쓸텐데 다음이 어떻게 감당하려는걸까? 쇼케이스에서 다음 관계자에게 설치에 대해 물었을 때 "초기에는 설치 지원을 할 겁니다"라고 하던데 정말 설치 기사가 없다면 항의 엄청나게 쏟아지겠네. 그건 그렇고 왜 내가 설치를 못한 거야? 리뷰에서 <다음TV> 깔려면 일단 설치는 해야 하는 것 아냐...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며 설치 과정을 머릿속에서 무한반복하는데 갑자기 뭔가 떠올랐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로 달려갔습니다. 셋톱 박스에 전원을 다시 연결하고 HDMI 케이블도 텔레비전에 연결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리모콘을 들었습니다. "No signal..."이라는 메시지가 나타난 텔레비전을 향해 "외부입력"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텔레비전은 "컴포넌트2"를 통해 외부 입력이 되고 있었고 <다음TV>는 HDMI로 연결했기 때문에 텔레비전 설정을 "HDMI"로 바꿔줘야 했던 겁니다. 



텔레비전 외부 입력 설정을 바꾸자마자 화면에 그림과 같은 <다음TV> 초기 설정 화면이 나타납니다. 기쁘기도 하고 좀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메뉴얼 어디에도 "HDMI로 연결한 후 텔레비전의 외부 입력 설정을 바꿔야 합니다."라는 설명은 없습니다. 너무나 상식적이라서 아예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일까요? 저처럼 지역 케이블 방송국에서 텔레비전과 셋톱 박스의 설정을 알아서 해 준 경우 설치 후 손도 안대고 몇 년 동안 사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셋톱 박스를 텔레비전에 연결할 때 사용자들이 직접 경험할 중요한 사항을 다음TV 사업팀에서 간과한 건 아닐까 염려스러웠습니다.


이제 42인치 텔레비전 모니터를 통해 <다음TV> 설정을 시작합니다. 컴퓨터에서 프로그램 설치하듯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과거라면 인터페이스가 낯설기도 했겠지만 이제 유치원 입학하기 전부터 컴퓨터를 다루는 시대니 설정 인터페이스에 대한 문제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첫번째 네트워크 설정입니다. 집에 들어 온 인터넷 라인을 직접 끌어서 꽂아서 쓴다면 "유선 네트워크"를 설정하면 됩니다. 그러나 우리집은 유선 라인이 멀리 떨어져 있고 무선 공유기도 있기 때문에 "무선 네트워크"를 선택합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주변에서 탐색한 무선 네트워크 목록이 나타납니다. 아파트에 있는 다른 무선 네트워크도 잡힙니다. 요즘도 암호 설정을 하지 않은 무선 AP가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보안을 위해 꼭 암호 설정을 합시다!



우리 집 무선 네트워크를 선택하면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합니다. 입력했습니다. 그런데... 비밀번호가 맞지 않다고 합니다. 몇 번을 했는데 여전히 입력 오류가 뜹니다. 오류의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오류랍니다. 한참 고민하다 결국 비밀번호를 확인해 봅니다.



무선 공유기의 비밀번호를 확인하려면 무선 공유기 관리자 모드로 들어가야 합니다.  윈도의 경우 코멘드 라인(시작>실행>cmd 입력)에서 "ipconfig"를 입력하여 게이트웨이(Gateway) 주소를 알아내야 합니다. 



웹 브라우저를 열고 주소창에 게이트웨이 주소 - 제 경우엔 192.168.10.1 - 를 입력하면 아래 그림처럼 현재 사용중인 무선 공유기의 설정을 바꿀 수 있는 관리자 페이지가 나타납니다. 사용하는 무선 공유기의 종류나 버전에 따라 주소나 접속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환경 설정 메뉴에서 무선접속 비밀번호를 수정하고 다시 셋톱 박스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니 정상적으로 등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비밀번호가 원래 썼던 비밀번호라는 겁니다. 결국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 이유가 뭔지 알 수 없지만 무선 인터넷이 등록되었으니 그냥 넘어 갑니다.



인터넷 설정이 끝나면 케이블 혹은 텔레비전 안테나를 통해 채널 검색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금방 끝날 것이라 생각하고 멍하게 보고 있는데 5분이 지나도 계속 검색, 심지어 검색이 끝난 후 다시 검색을 하더군요. 제 경우엔 거의 20분 가까이 걸린 것 같습니다. 사용하는 케이블 서비스나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형태에 따라 소요시간은 다를 듯 합니다.



채널 검색이 끝나면 방송 지역을 선택하는 화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가 사는 지역이 나오지 않고 엉뚱한 지역이 나오더군요. 선택한 지역 정보에 따라 방송 정보를 갖고 오는 것 같은데 IP 정보를 통해 정확한 지역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것도 직접 선택하여 제가 사용 중인 케이블 방송사를 선택했습니다.




길고 긴 시간이 지나서 비로소 <다음TV> 첫 화면을 만났습니다. 기쁩니다. 그런데... 첫 화면을 만나자마자 <다음TV> 셋톱 박스를 바로 뽑아 버리고 싶었습니다. 잘 나오던 케이블 채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그나마 나오는 채널도 SD급도 되지 않는 저화질 화면이 나오는 겁니다. 지난 쇼케이스에서 다음TV 관계자에게 이런 현상이 생길까 여러번 질문을 했는데 역시 예상했던 현상이 나타납니다.

저는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이미 사용 중이었는데 <다음TV> 셋톱 박스를 설치하게 되면 이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HD 채널을 전혀 볼 수 없게 됩니다. 게다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기존의 SD급 화질도 제대로 송출하지 못합니다. <다음TV>는 저와 같은 서비스 사용자를 겨냥하여 나온 상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고화질의 케이블 채널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다음TV>는 선택 가능성이 낮은 매체가 될 듯 합니다.



셋톱 박스가 무사히 설치된 후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나 스포츠 콘텐츠, 다음TV뷰를 봤는데 이것은 호불호가 명확히 엇갈립니다. HD급 고화질의 스포츠 콘텐츠, 아이들이 환호하는 인기있는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좋습니다만 저처럼 스포츠에 관심이 적거나 어린 아이가 없는 가정이라면 또한 큰 관심이 없을 듯 합니다. <다음TV> 콘텐츠의 일반적 사용은 아래 링크에서 너무나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http://daumtvplus.tistory.com/2


오히려 제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다음 클라우드였습니다. 50GB의 용량을 제공하는 다음 클라우드를 사용하여 큰 텔레비전 모니터에서 즐길 수 있는 게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음 웹 사이트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이용하여 다음 클라우드에 접속합니다.



이미 올려 둔 사진이 화면에 나타납니다. 올려 둔 사진은 해상도에 따라 달랐지만 DSLR 혹은 하이엔드급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감상하고 텔레비전을 통해 공유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불편한 점은 <다음TV>의 인터페이스에서 단지 멀티미디어를 보는 것 외에 다른 행위 - 공유나 메시지 보내기 - 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음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기능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개발 우선 순위에서 오히려 이런 기능이 더 빨리 적용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다음 클라우드에 테스트로 올린 3GB 용량의 고화질 동영상(avi 포맷)을 실행해봤습니다. 1080을 지원하는 화면이라서 그런지 42인치 텔레비전에서 훌륭한 화질을 보였습니다. <다음TV>는 지원 동영상 포맷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음TV>에 기본 장착된 앱 중 "Myview"는 홈 서버 기능을 제공합니다. "imyview.com"에 접속하여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여 PC를 텔레비전에서 파일 서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이트에 접속하여 프로그램을 설치했으나 동작하지 않습니다.



셋톱 박스 뒷면에 USB 연결부가 있는데 저장 매체를 꽂은 후 "Myview"의 외부 저장장치를 선택하면 USB 매체에 저장된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외부 하드 디스크도 USB 케이블을 이용하여 접근할 수 있습니다.





새벽에 겨우 세팅을 끝내고 후다닥 서비스를 돌아 본 후 한참을 <다음TV> 셋톱 박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만약 19만 9천 원에 이 물건을 사라면 살까? 지금 제 입장이라면 사지 않을 겁니다.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사용하고 있고, <다음TV>는 그 서비스가 제공하는 HD급 화질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저는 <다음TV> 셋톱 박스를 고화질의 영상이나 사진을 텔레비전 모니터를 통해 보는데 사용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능은 HDMI 케이블 사서 노트북에 꽂아서 이용해도 충분하긴 합니다. 자세하게 소개를 하지 않았지만 셋톱 박스보다 리모콘이 더 훌륭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음성 인식 기능도 있고, 제스처 감지 기능에 광센서에 뒷면은 쿼티 키보드 기능까지 있으니까요. 리모콘을 사면 셋톱 박스를 끼워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다음TV>와 함께 제공되는 콘텐츠 중 훌륭한 것도 많고 특히 아동 콘텐츠나 스포츠 콘텐츠는 몇 달만 봐도 19만 9천 원이라는 셋톱 박스의 본전은 뽑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본전을 뽑기 힘들 것 같습니다. <다음TV>가 겨냥하고 있는 대상은 이미 디지털 케이블 채널을 이용하고 있거나 다른 기기로 충분히 홈 서버 기능을 이용하는 사람은 아닌 듯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깁니다. 신종 가전 기기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19만 9천 원이라는 가격이 저렴할까요? 혹은 그들이 이 기기를 설치하고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을까요?


우려 하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는 말이 있습니다. "왜 셋톱 박스 따위를 만들고 그래?"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설치 과정에서 느낀 불편함과 기존 다른 서비스를 쓰고 있는 사용자가 이 셋톱 박스를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 기대보다 제한이 많은 인터페이스와 서비스는 개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TV> 대표이사가 쇼케이스에서 말했듯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천천히 조금씩 해나가겠다. 오래 살아남겠다."는 다짐이 지켜지길 바랍니다.


ps : 리뷰를 쓰고 거실로 나오니 어린 딸이 그러네요, "예뻐요. 게임기인가요?" 건드리면 뽀로로가 나와서 문다고 대답해줬습니다.

pps : HDMI를 설정 못한 제 삽질에 대해 댓글이 많으신데요, 말 그대로 '무식해서' 그렇습니다. 제 글 어디에도 다음TV의 HDMI 기능을 비판한 건 없습니다. 그 정도도 모르는 사용자가 있다는 예로 생각하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