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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외국인 소유 한글닷컴(hangeul.com) 인수한 한국인

지난 2월 22일 디씨인사이드의 한 게시판에 "외국인한테 Hangeul.com 인수해 온 게 자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 작성자는 프랑스인이 소유하고 있던 Hangeul.com을 이메일과 전화통화로 설득해서 개인 돈으로 도메인을 매입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게시판에는 수백 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고 한 언론사가 우연히 이 사실을 알고 게시물 작성자에게 연락을 해서 기사화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28살 한 청년 사비 털어 도메인 사더니…")

해당 기사에 의하면 주인공은 저축했던 돈을 털어서 외국인으로부터 해당 도메인을 구입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고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왜 한류에 그토록 신경 쓰고 국격과 브랜드 홍보에 신경쓰는 정부나 국가기관이 '한글'의 영문 대표 도메인인 'hangeul.com'을 확보하지 않고 있었을까? 

몇 가지 추측을 해 봤다.

1. 닷컴 도메인을 국가나 정부 기관이 소유할 이유가 없다. 인터넷 초기와 달리 go.kr과 같은 국가, 정부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도메인으로 충분하고 닷컴 도메인은 원래 취지에 맞게 상업적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가 쓰는 게 맞다. 

2. 뒤늦게 도메인 확보를 하려고 시도했으나 이미 다른 소유자가 있었고 과도하게 높은 금액을 불러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정권이 바뀌고 행정 담당자가 바뀌면서 도메인 확보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상하는 사람도 없었고 점점 관심이 없어졌다. 

3. '한글'의 영문 표기 도메인까지 확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Korean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현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4. 처음부터 관심도 없었고 도메인을 매입하기 위해 시도한 적도 없다. 학계도, 관계 기관도, 언론도 관심이 없었다.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든 말든 무심했던 것처럼 이 도메인도 주인이 누구든 아무 관심 없었다. 


1 번이나 2 번 추측이 맞았으면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추측은 4 번이다. 그런데 이번 도메인 개인 인수 건을 계기로 국립국어원의 무관심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작 국립국어원의 현실을 알면 그런 비난을 쉽게 할 수 없다. 2008년도 기준으로 국립국어원의 100억 원 가량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고 근무자는 20여 명 내외, 원장은 국장급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한다는 이유로 영어마을 하나를 만드는데 1천억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이 비난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민이 바른 한글을 쓰도록 하는데 지대한 관심이 있는 국립국어원의 도메인은 http://www.korean.go.kr 이다. hangeul이나 hangul 닷컴도메인이 상업적 용도로 사용되는 이유로 구매할 의사가 없다면 org라도 구매해서 '한글'을 찾는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이 이런 일을 하는 것보다 국가 기관에서 한글과 관련한 브랜드 도메인을 미리 확보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국립국어원이 그런 일 - 한글의 브랜드 관리 - 을 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기관이 하는 역할은 사실 그런 것은 아니다. 이 기관은 국어 사용과 교육,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는 기관이지 '한글' 브랜드 관련한 일을 하는 곳은 아니다. 비난을 하려면 정확한 대상에 해야 한다. "왜 국가 기관이 한글 도메인도 확보하지 않았나?"라고 비난을 하려면 차라리 국가브랜드위원회에 화살을 돌리는 게 낫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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