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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Story

구직자의 SNS 확인

새로운 사람을 뽑을 때 SNS를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글을 가끔 본다. 구직자가 밝히지 않은 어떤 모습을 찾을 수 있고, '잘 활용'하면 좋다는 그런 식의 내용인데 참 답답하다.

도대체 구직자가 사용하는 SNS를 통해 무엇을 알고 싶은 건지 궁금하다. 구직자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연예관, 정치관을 알고 싶은 걸까? 그걸 알게 되었을 때 채용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 혹은 SNS에 쓴 "밝혀도 관계없는 이야기"를 조합하여 구직자가 이야기하지 않은 어떤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채용 여부에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인사담당자가 구직자의 페이스북에서 "매일 반복되는 지겨운 업무, 벗어나고 싶어."라고 쓴 글을 발견했다. 구직자가 지원한 직종이 매일 반복되는 어떤 일을 처리하는 것인데 그럼 인사 담당자는 '아, 이 사람은 이 업무에 맞지 않는구나'라고 판단해야 할까? 구직자는 자신이 하는 일에 깊은 애정이 있고 단지 그 시기에 몸과 마음이 힘들었을 수도 있지 않나? 혹은 구직자와 인터뷰를 하며 "당신은 왜 이 업무를 지겹다고 생각하셨나요?"라고 질문해야 할까? 구직자의 신상털기라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런 질문은 적절하지 않다.

구직자의 SNS를 검토하는 것은 구직자가 이야기하지 않은 부정적인 측면이나 위험 요소를 발견하고 싶은 의지가 훨씬 강한 것 같다. 구직자는 이력서와 인터뷰를 통해 이미 자신의 장점, 회사가 자신을 선택해야 하는 긍정적인 이유는 이야기했을테니까. 그게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이전 회사에 평판 조회를 하거나 근거 서류를 제출하라고 하면 될 것이다. SNS는 평판 조회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구직자가 어떤 상황에서 SNS에 글을 쓴 것인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기는 매우 힘들다. 

해외의 경우 항공사 근무자가 자신의 SNS에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회사로부터 경고를 받고 그런 일이 반복되자 해고했던 사례가 있다. 이것은 복무 규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입사를 하지 않은 사람의 SNS 내용을 문제 삼을 수 있을까. 혹은 SNS에 쓰인 글을 기준으로 평가 하는 것이 좀 더 나은 인사 시스템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업무적으로,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을 뽑고 싶다는 욕심은 이해하지만 구직자의 SNS를 검토하는 것은 인터뷰를 통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내려는 시도만큼 어리석은 일이다. 이력서와 인터뷰를 통해 함께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을 확인할 뿐이고 나머지는 직접 일하면서 확인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