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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Story

이력서에 대한 응답 속도

이력서를 내고 응답이 없어서 속타고 있는 사람이 있다. 2주일 전에 친구의 소개로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탈락했다고 판단하고 다른 회사에 지원해야 하는 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설 연휴 때문에 이력서 확인이 늦어 질 수 있으니 기다려 보라는 조언도 하고 회사의 인사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 보라고 말하기도 한다. 당사자는 답답하기만 하다. 무작정 기다리려고 하니 다른 회사에 지원할 기회를 놓칠 것 같고,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면 괜히 나쁜 인상을 남길까 염려한다. 

공개 채용이나 정해진 기간 동안 이력서를 받는 경우엔 이력서를 제출하는 사람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상시 채용이나 갑자기 자리가 생겨서 이력서를 제출한 경우엔 공식적으로 정해진 회사의 응답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 구직자는 답답하겠지만 회사 입장에서 빠르게 진행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회사 내부에 있는 사람도 구인 일정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라면 전화를 해 봐야 뻔한 대답을 얻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직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적지 않다.  


이력서 응답의 원칙

내가 회사에서 이력서를 검토할 때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 이력서를 읽었으면 읽었다고 즉시 답신을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DB 개발자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정확한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T/O는 1명이었지만 능력이 뛰어난 개발자가 있다면 최대 3명까지 뽑아도 좋다는 보스의 지시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인원 제한을 강조해서 좋은 인재와 만날 기회를 놓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채용 공고를 내고 회사 내부 추천도 받았는데 하루에 10여 개 정도의 이력서를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이력서를 읽고 인터뷰를 해야 할 사람 뿐만 아니라 탈락한 사람들에게 모두 이메일을 보냈다. 하루에 10통 정도의 이력서였지만 24시간 이내에 어떤 식으로든 답변을 했다. 탈락한 사람에게는 회사가 요구하는 경험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다고 메일을 보냈고, 혹시 이력서에서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답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가끔 업무 시간 이후에 도착하는 이력서나 하루 종일 회의를 하느라 이력서를 검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것조차 24시간 이내에 답신을 했다. 

"죄송합니다. 업무 때문에 아직 이력서를 검토하지 못했습니다. 내일 오전 중에 다시 답신 드리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답을 했던 것 같다.


구직자를 기다리게 하지 말라

구직자는 아직 회사의 직원이 아니다. 좀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구직자는 고객에 훨씬 가깝다. 그런데 회사의 인사 담당자나 구인 담당자들은 매우 자주 구직자들을 부하처럼 대하는 것 같다. 구직자는 우리 회사에 들어 오고 싶어하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구인사가 구직자를 예비 부하나 피고용인으로 다루게 되면 아주 나쁜 태도를 취하게 된다. 구직자가 기다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일정을 회사 중심으로 꾸린다. 구직자는 뭐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 알지 못하고 막연히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구직자의 시간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찾아 볼 수 없게 된다.

반면 구직자를 고객으로 대하는 회사는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한다. 구직자가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회사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 지 수시로 알려주고 불안하지 않도록 한다. 일정이 지연될 것 같으면 미리 이야기하고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내도 된다고 알려 주기도 한다. 회사가 구직자를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에 따라 미래 고객이 될 수도 있고 잠재적 안티 고객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