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b Insight

블로그, 트위터... 사람

이 글은 2003년에 시작했던 blog.naver.com/kickthebaby 에 올린 글을 옮긴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웹 서비스, 컨버전스의 환경에서 정말 무엇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며 글을 시작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 신드롬이 시작되기도 전에 블로그를 시작했어...

블로그에 있는 그대로를 막 쏟아 부었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어...

난 관심 없었어...

유명인처럼 보인 적도 있었어...

짜증나서 잠수도 탔어...



6년이 지났네.



트위터가 선풍이야...

관심없고 접하지도 않았어...

이젠 블로그에 사람들이 관심 없어...

가끔 텔레비전에서 블로그가 나오는데 다들 와이프로거 그러니까 아줌마들 블로거야...

아이한테 직접 인형 만들어주다 돈 번 아줌마 블로거...

요리 사진 찍어 올리다 아예 도시락 가게 차리고 한달에 2천씩 번다는 아줌마 블로거...

집 꾸미기가 취미였는데 프로로 전향해 다른 집 리모델링 해주는 아줌마 블로거...

뭐 이런 식이야...


미국처럼 개인 저널리스트로 성공했다거나

세계 일주를 하며 찍은 동영상으로 주목 받았다거나

지속적인 이슈를 만들며 광고로 한 달에 1억을 벌었다거나

뭐 이런 블로거는 없어.



4년 전인가 한 언론사 기자가 "와이프 로거"라고 이름을 붙여 기사화했을 때

예상했던 거였어.

또 지 입맛에 맞게 블로그라는 걸 조작적 정의하고 있구나.


*참고 : 조작적 정의 - 개념은 이렇고 실제로는 '지 꼴리는대로 정의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아스피린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도 이제는 소수의 과거를 생각하는 사람들과 다수의 검색 결과로 오는

사람들 뿐인 것 같아. 그나마 몇 년 동안 소송을 하니 지워 달라니 하는 카테고리에 있던 음악, 영화, 시사쪽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숨겨서 이 정도인 것 같아. 그러니 하루 방문자가 1천 이하로 머무는 거지.


네이버 검색 감사요;;; 그대들이 임의로 숨긴 몇 십개의 게시물만 있었으면 지금도 수천 회의 방문자가

유지되며 멋모르고 방문한 사람들은 "오호... 이게 네이버 파워 블로거야?" 했겠지. 파워 블로거는 개뿔,

걍 방문자 숫자 많은 블로거지.




요즘 내가 이 블로그 때문에 고민을 좀 하고 있어.

버려 두자니 내가 처음 시작할 블로그라 아쉽고

그렇다고 관리를 하자니 이건 '웃고 즐기자고 만든 블로그'라 부담스럽고...


걍 이거 접고 나도 트위터나 할까?

헐... 근데 난 트위터 마음에 안 들어.

트위터는 일종의 인기 시스템이거든.

내가 인기인이면 트위터를 통해 재미를 느끼는 건 정말 쉬워.

연예인이 아니라도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사람이면 트위터가 정말 재미 있을 거야.

근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트위터는 그냥 애물단지에 괜히 신경 쓰이는 그런 거야.

솔직히 말해봐,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전화 잘 해?



더 이상 무슨 질문이 필요해?

트위터 같은 웹 서비스는 오직 지 잘난 맛에 쓰는 거야.

자기를 강조하고 자기 중심의 이야기를 위해 존재하는 거야.

아... 저기 누구 하나 보인다. 이렇게 이야기하네,


"이보게, 난 자네 의견에 반대일세!"


그래 반대할 수도 있겠지.

추석 연휴에 서울 경기 지역에 홍수로 난리 났을 때 트위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해 왔잖아.

나도 YTN에서 그거 봤어.

기자들도 길이 막혀 취재를 못하는데 사람들이 YTN 트위터에 이미지와

글과 동영상을 올렸더라구.

이런 걸 보면 트위터와 같은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가 꽤 제대로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인정해.



근데, 당신이 혹시 그렇게 물난리가 났을 때 서울 경기 지역에 있었다면

제일 먼저 한 일이 트위터에 물난리 장면을 올리는 거였을까 아니면

가족과 친지에 안부 인사를 묻는 거였을까?

물폭탄이 떨어졌어.

당신이 그 자리에 있어.

찍어서 트위터에 올리면 대박이야.

당신은 그걸 찍을거야? 아니면

후딱 자리를 피해 일단 생존하고 나서 그걸 가족들에게 알릴꺼야?

또 다른 질문도 있어.

그걸 찍을 거야, 바짓가랑이 걷고 당장 달려가서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할 거야?

아니면 일딴 찍고 나서 구할거야?



난 트위터와 같은 웹 서비스를 인스턴트 커뮤니케이션 메시징 서비스라고 불러.

어럽냐?

영어로 Instant communication messaging service야.

뭔 말이냐면, 메신저 있잖아? 그거랑 일반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웹 서비스가 통합된 형태라는 거야.

인터넷은 굉장히 자유롭잖아.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이든 텔레비전이든

라디오은 뭐든 하나로 통합된 소식 전달 도구라는 거지. 그러니까 트위터에 어떤 걸

올리면 인터넷에도 올라가고 모바일에도 올라가고 텔리비전에도 올라가는 거지.


결국... 트위터 같은 서비스에 뭔가를 올린다는 건 우리가 현재 접할 수 있는 모든

매체,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야.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야.

내가 블로그에 올린 어떤 글이나 사진을 나중에 기자가 보고 기사화하는 것과는

중요성 자체가 다른 거야. 그래서 트위터 같은 걸 통해 뭔가를 올릴 때는 정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



아까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해 볼께.

당신이 물폭탄을 받던 그 순간에 그 장소에 있었어.

하수구가 역류하고 물 바다가 된 그 4차선 도로에 있었어.

30미터 쯤 앞에 있던 차가 물에 잠겨 버렸어.

차를 몰던 사람이 급하게 나와서 차를 밀고 있어.

당신은 그 장면을 스마트 폰으로 찍었어.

그리고 그 장면에 대한 설명을 쓰고 있어,


"여기는 ****에요. 지금 비가 미친 듯 퍼붓고 있어요.

저도 저기를 가려다 방금 멈췄는데, 저 자동차는 물에 반쯤 잠겨 버렸어요"


이렇게 쓰고 트위터로 전송했어. 한 1분 30초쯤 걸렸을까?

에궁... 근데 그 글을 쓰는 그 차 위로 갑자기 토사가 몰아쳤어.

그리고 자동차가 사라져 버렸어.

자동차 옆에 있던 사람도 사라져 버렸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지.

누구도 손쓸 사이가 없었어.



당신은 이제 뭘 하지?

쓸려간 장면을 찍을 거야?

니가 기자야?



하나만 더 물어 보자.

만약 니가 기자라면 그래도 되냐?


























사람이라면 사람에 대한 사랑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글을 쓰고, 이미지를 담고, 생활을 공유하면서

사람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그런 웹 서비스 따위는 없어도 괜찮다고 믿는다.




나는 3개월 후에 마흔이 된다.

30년 후에도 - 만약 내가 살아있다면 - 이 생각이 변치 않기를 바란다.

뭔가를 만드는 사람은 항상 스스로 냉혹해야 한다.

책임에 대한 개념이 없다면 모든 사람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Web Insight' 카테고리의 다른 글

SK컴즈 개인정보 유출 사과와 대응책  (1) 2011.07.29
농협사태, 북한의 공격  (0) 2011.04.30
인터넷의 3S 시대  (5) 2010.07.05
포털의 여론 형성 기능  (2) 2010.02.03
기업의 블로그 평판 관리  (9) 2010.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