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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세컨드라이프 한국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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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의하면 세컨드라이프의 한국 서비스가 중단되었고 '잠정적'으로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오래 전에 이 서비스가 한국으로 들어 온다고 할 때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이야기한 바 있다. 애매하게 '한국적 정서'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고, 대체재가 없던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압도적 입지를 굳히고 있던 SNS 서비스(싸이월드)와 다양한 형태의 블로그 서비스 그리고 게임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세컨드라이프의 철수는 비록 그들이 '잠정적'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비즈니스에서 '잠정적'이라는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세컨드라이프의 한국 서비스 철수와 관련하여 몇 가지 단상이 떠 오른다.

- 세컨드라이프 신드롬에 덜덜 떨며 만들었던 3D 싸이월드(미니라이프)의 미래는?
- 넥슨이나 NCSoft가 3D 가상 SNS를 만든다면?
- 외국 서비스의 '한국화'라는 게 의미 있는 도전인가?

잡념이니 가볍게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대답해 본다. 미니라이프는 여전히 뉴스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미니라이프 자체가 주요 이슈는 아니다. 그저 싸이월드 보도 자료에서 싸이월드의 여러 서비스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운영사인 SK컴즈에서 이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증가했다는 어떤 흐름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미니라이프 개발에 힘을 주었던 북미 지역의 세컨드라이프 열풍이 수그러들고 있고 국내 서비스마저 철수했으니 이 서비스가 더 구석으로 밀려날 것은 뻔해 보인다.

넥슨이나 NCSoft 혹은 NHN까지 포함해도 될텐데, 이 3개 업체는 포털과 3D 게임 개발 능력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갖고 있기에 충분히 세컨드라이프와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과거 이들 회사 내부에서 이 고민을 충분히 한 것으로 알고 있고 기각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 개발하기도 자원이 부족하며 높은 위험 부담율에 비해 수익을 측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들이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커뮤니티를 게임과 직결시켜 만든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게임 포털을 3D 게임으로 만들어 버리는 방법 말이다. "웹 포털과 게임의 관계성"에 대한 고민을 이렇게 풀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형태의 커뮤니티가 꾸려진다면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을 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가상 현실이 탄생할 지 모른다. 게임 개발사가 웹 페이지로 포털을 유지할 이유는 없지 않나?

외국 서비스가 한국에 도입되면 '한국화' 혹은 '현지화'해야 성공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 한국화 혹은 현지화라는 것이 끝없는 이벤트와 보도자료 배포와 수천명의 콜센터와 또한 수백명의 상근 운영 조직이라면 그건 한국화가 아니라 일종의 '노동집약적 한국 웹 서비스의 현실'에 적응하는 것 아닐까. 또한 한국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시장인지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하지 않을까? 몇 년 전 구글이 한국에 R&D 센터를 세운다고 할 때 "한국은 테스트베드로써 의미가 있다"고 한 이야기를 몇몇 기사에서 본 바 있다. 테스트만 하고 투자를 중국이나 일본에 한다면 차라리 '실험용 모르모트'로 부르는 게 낫지 않나. 외국 서비스가 한국화라는 과제에 보다 관심을 가지려면 한국이라는 장소가 "시장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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