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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최진실법과 사이버 모욕죄

최근 한나라당은 최진실법이라는 이름으로 사이버 모욕죄를 입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비난이 잇따르자 최진실이라는 이름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서둘러 대응하기도 했다.







최진실법 혹은 사이버 모욕죄와 관련한 작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몇 개월 전 일이다. 한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자칭 '우파'라는 사람들이 포털의 폐해에 대해 언급하며 신문법 개정과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들은 포털이 사이버스페이스의 악당인 것처럼 묘사하며 이들을 제어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난다고 이야기했다. 그 자리에서 큰 충격을 받은 나는 뭔가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토론회가 있은 지 몇 주 후 나는 평소에 안면이 있던 한 국회의원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물 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기괴한 현상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볼 때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런 법률안의 입법에 반대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국회의원의 한나라당 내부 입지를 생각해 볼 때 그와 나에게 모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몇 주 후 국회의원실에서 그와 다른 비서관, 보좌관과 자리를 함께 했다. 나는 최근 자칭 '우파' - 내가 이 표현을 쓰기 싫음에도 쓰는 이유는 그들이 스스로 자신을 '우파'라고 말하고 그 나머지를 '좌파'라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런 표현을 즐겨 사용하는 대표적인 단체가 뉴라이트다 - 들이 포털을 비롯한 한국 인터넷을 우경화하는 사례를 자세히 이야기했다. 특히 포털의 뉴스 편집권 박탈이나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들의 반응은 심드렁한 편이었다. 그 국회의원이 소속된 분야가 해당 법률안을 다룰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 비서관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 법률안을 발의한 분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 분이 꽤 심하게 네티즌에게 당했거든요. 하긴 한나라당 의원치고 당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상식이 있는 분들이니 그런 법안이 상정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외에 몇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이런 이야기로 그 자리를 마무리했다,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입법되지 말아야 할 것이고 설령 의제로 나오더라도 모두 거부하겠지만 분위기가 너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9월. 최진실이 자살을 했다. 최진실법이라는 게 나오고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몇 개월 전, 의원 사무실을 나오며 한 마디 했던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뭔가 큰 사건이 하나 터지면 어쩌면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지 모릅니다."

사건이 터졌고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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