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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구글 프로그래머의 연봉

사진은 권력이다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썬도그님이 재미있는 포스팅을 했다. 구글직원들은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라는 글이다.









썬도그님의 글 제목은 수정이 필요한데 "구글 프로그래머는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라고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제목을 좀 더 수정하자면 "구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는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그의 포스트를 보면 구글 프로그래머들은 '확실히' 많은 연봉을 받는다. 이 포스트의 댓글을 보면 미국 급여 소득자들은 한국에 비해 훨씬 많은 세금을 낸다는 말도 있지만 그걸 고려해도 구글 프로그래머들은 굉장히 많은 급여를 받는다. 급여 외 수당이나 스톡 옵션, 복리 혜택을 고려한다면 '말도 못하게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

구글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 보자. 한국에서 프로그래머가 받을 수 있는 급여 수준은? 정답은 "참담한 수준"이다. 굉장히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실무를 하는 프로그래머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급여는 사장 급여 이하다. 사장이 5천만원 연봉인데 프로그래머가 1억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본인이 프로그래머라면 이런 현실을 인정하기 싫겠지만 대부분의, 아니 거의 모든 회사에서 이런 공식은 통한다.

한국이 엿 같다고? 맞다, 내가 봐도 엿 같다.

내가 웹 서비스 기획 컨설턴트로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안하고 그 제안이 통과하여 실제로 만들어야 할 때 그 일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가 필요하다. 그런데 회사 내부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가 없다면 외주를 줘야하는데 비용이 문제다. 나는 한 달에 1억원을 줬을 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데 그런 사람은 정말 구하기 힘들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고객은 1억원이 아니라 1천만원 정도를 주고 그런 일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1억원을 줘야 하는 사람을 1천만원에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하면 고객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게 묻는다,

"우리 회사에도 프로그래머가 있는데요?"

한 달에 1억원을 주고 산출물이 나오는 프로그래머가 어딘가에 존재하고 한 달에 1백만원 주고 채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도 존재한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그만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이다. 어쩌면 바로 이 상식을 받아 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은 프로그래머 특히 평생동안 프로그래밍을 하려는 뛰어난 프로그래머에게 매우 엿 같은 나라일지 모른다. 공부를 해도, 뛰어난 역량이 있어도,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온 몸을 바쳐도 여전히 연봉은 "사장 기준"인 그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문제 제기는 이 업계에서 수도 없이 반복되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좀 지루한 느낌까지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는 해결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 문제는 한국 IT 기업의 문제나 프로그래머의 처우 개선이라는 주제로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이 문제의 핵심은 투입되는 비용 대비 산출물의 질이라는 매우 근본적인 자본주의 논리와 관련 있다. 천만원 투입하고 1억의 가치를 요구하는 사기꾼 기질을 좀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 IT 산업의 질을 높이려면 투입 비용을 후려치며 수익을 추구하려는 바보같은 작태부터 버려야 한다. 100억원 짜리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프로그래밍에 10억을 투자할 생각은 해야 한다. 그럴 돈이 없으면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하든가. 스스로 프로그래밍할 능력이 없으면 투자할 능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둘 다 없고 아이디어만 있다면, 글쎄... 그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사기치기 밖에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