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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유사함

네이버 블로그에 오래 전에 쓴 음악에 대한 글에 대해 어떤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짧은 댓글을 남겼다. 내가 바로크 음악을 좋아하고 그 이유가 바흐나 헨델 때문이라고 쓴 글에 대해 그 사람은 "바흐가 바로크라는 사조를 만든 것 아닌가? 이해가 안된다"라고 대답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바흐로부터 수백 년이 흐른 이 시점에서 그게 뭐 중요할까. 바흐에 의해 바로크라는 이름이 창조되었든 바로크라는 이름에 의해 바흐의 음악이 이해되든 그게 뭐 중요한가. 하지만 그 지나가던 사람의 이야기는 어떤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경우도 있다.

바로크 대신 "검색 광고 시장"을, 바흐 대신 "NHN"을 대입시켜서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쉽게 말하면 검색 광고 시장을 만든 사람은 NHN이고 그들은 이 시장의 최강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검색 광고 시장"은 타당하지 않고 "포털 검색 광고 시장"이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검색 키워드 광고 시장"이 맞으며 "베너 광고"라든가 "PPL 광고"와 같은 시장은 또 다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은 "검색 광고 시장"이 "NHN"으로 인해 중흥했다고 말할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그렇게 말할 것이다. 이것 말고 또 다른 수많은 논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음악을 잘 모른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부분은 꽤 유사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똑같지 않지만 매우 유사하다. 왜냐면 사람이 사는 게 유사하기 때문이다. 먹고 싸고 잠 자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싸우고 죽이고 살리는 그런 과정 말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직종과 직업을 갖고 삶을 영위한다. 직종과 직업이 다르기 때문에 사는 것 또한 많이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것보다 같은 것이 훨씬 더 많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안타까운 일은 그런 유사함에 대해 감동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개는 불편한 감정을 먼저 느낀다는 것이다. 좋은 유사함보다 나쁜 유사함을 먼저 발견하기 때문이다.

음악과 웹 기획을 동시에 사랑하고 있는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 유치하고 저열한 유사함을 오늘도 자주 느끼지만 더 많은 아름답고 고귀한 유사함이 많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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