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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리눅스만 쓰면 세상이 리눅스로 보인다

어제 간담회 뒷풀이 자리에는 각종 언론 웹 사이트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모였다. 오마이뉴스의 시민 기자인 사람도 있었고 조선일보에서 활동했던 사람도 있었다. 데일리 서플라이즈라는 온라인 매체에서 활동했던 사람도 있었는데 이 분이 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저도 서프 폐인이라면 폐인이었죠. 그 때는 서프가 세상의 모든 것이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프에서 시작해서 서프로 끝났죠...
리눅스만 쓰는 사용자에겐 세상 모든 게 리눅스로 보이고, 게임에 미친 사람에겐 모든 게 게임으로 보이고, 성차별 철폐에 목숨 건 사람에겐 모든 것이 그렇게 보인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거나 흥미롭게 재밌게 즐기는 어떤 것에 몰입하다보면 그것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마치 세상이 그것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 보인다.

자신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브라우저 사용율을 보니 파이어폭스가 40%에 육박하더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내 블로그"라는 세상에서는 그것이 진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근거로 파이어폭스 사용 빈도와 편리성 운운한다면 비웃음만 얻게 될 것이다.

동그란 창문으로 바라본 세상은 동그란가? 네모난 창문으로 바라본 세상은 또 네모난가? 아니다. 조그만 창문을 통해 바라본 세상의 겉 모양만 동그랗고 네모낳게 보일 뿐 그 나머지는 자기 형태를 갖고 있다. 동그란 창문으로 바라보든 네모난 창문으로 바라보든 중요한 건 테두리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세상의 모습이다.

인식의 한계가 뚜렷한 사람이 생기는 건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의 모양 때문이 아니다. 창문을 통해 세상을 보지 않고 창문의 테두리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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