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mo

웹 서비스 기획과 학력 혹은 학벌과 학맥

나는 부산에 있는 국립대학 중 하나인 부산대학교를 다녔고 졸업 이수학점을 다 받아 졸업했다. 부산대학교에서 나는 사회과학 단과대학의 사회학과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이게 내 공식적인 최종 학력이다. 요즘 학력 위조 사태(이건 이슈가 아니라 사태 수준이다) 때문에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지난 10년 간 회사를 다니거나 일을 하며 내게 학력을 물어 본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봐서 거의 없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나마 기억이 나는 몇몇 사례는 기껏해야 "아, 사회학과에요!" 정도였다. 사회학과를 나왔으면서 어떻게 웹 서비스에 대한 컨설팅을 하냐는 질문이었다. 아마도 그런 질문을 한 사람은 내가 1991년부터 어셈블리 등에 대한 프로그래밍에 대해 공부했고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어 왔고 책을 썼고 대학을 다니는 동안 5년 이상 문화제 기획과 연극 시나리오를 쓰고 공연 기획을 했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그 와중에 학생 운동도 했고 여행도 다녔고 아르바이트도 했고 졸업 평점도 3.5라는 걸 이야기하면 더욱 놀란다. 나는 그렇게 놀라는 사람이 더욱 놀랍다. 대학 시절에 뭐 바쁜 일이 많다고 그런 걸 못하나? 고등학교 때는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수업을 했다. 그런데 일주일에 24시간 수업이 뭐 그리 빡빡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학교가 이상해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한번도 수업과 관련하여 힘들게 일과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레포트나 조사 연구는 너무 느슨했고 너무 편했을 뿐이다.

잘난 척 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집중해야 할 지점을 판단하지 못하고 남들이 이야기하는 곳에 집중한다. 때문에 정작 자신의 능력은 하향 평준화된다. 정말 멍청하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라면 '왜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지?'라 자문해 봤을 것이다. 그런 자문이 진실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보다 훨씬 못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나는 다행히 그런 오류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웠을 뿐이다. 내 대학 생활은 우연히 내가 소모해야 하는 그저그런 과정을 좀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게 내가 사회학과라는 IT나 웹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학습을 하는 동안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런데 내게 졸업을 한 이후에 새롭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사회학과 내가 수업과 관련없이 공부하고 익혔던 모든 것이 지금 내가 일하는 것의 근본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지금 기획하는 것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에 배웠다. 이건 내 과거나 경력에 대한 입막음이나 미화가 아니다. 진짜 그랬다.

1992년부터 1997년 동안 부산대학교 축제 전야제를 기획했다. 졸업을 할 때까지 수십 번의 문화제와 연극, 집체극, 음악제를 기획했다. 여름 방학 때 농활을 가서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마당극도 몇 년간 기획했고 1992년과 그 다음 해 1996년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각종 문화제의 기획을 했다. 수 많은 선후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수 많은 문화제와 공연을 기획했다. 그게 지금 내가 컨설팅 회사를 꾸리며 웹 사이트나 웹 서비스, 프로모션 등을 기획하는 원동력이다. 사회 생활을 하며 이런 과거의 경험은 내가 현실을 사는 모든 것의 기초가 되었다.

사람들은 가끔 내게 어떤 학교를 나왔고 어떤 회사에 다녔느냐 묻는다. 나는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라고 시작하는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그런 경험과 지식으로 지금과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말이다. 그들은 내가 다녔던 학교와 학과와 회사를 중심으로 나를 판단하려 했기 때문에 내가 그들에게 말하는 어떤 사건과 이슈와 문제의 핵심에 대해 신기해 한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라고 의아해 한다. 아마 내가 카이스트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MBA에서 공부한 후 NHN에서 부장을 했다고 말하면 어떨까? 아무도 내가 하는 이야기에 의문을 갖지 않을 것이다.

"아하! 역시나 그러니 그렇게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군요!"

라고 말했을 것이다. 이 얼마나 우둔한 이야기인가. 나는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하버드 MBA에서 공부한 사람과 일해 봤다. NHN이나 구글이나 Microsoft나 SUN과 같은 유명한 IT 회사를 다니는 사람과 함께 일해봤다. 베인앤컴퍼니, 맥킨지, 앤더슨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컨설팅 회사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일해 봤다. 정말 일해 봤다. 그런데 뭐? 나는 그들이 개별적으로, 그 회사의 일원으로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걸 지켜봤고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뭐? 그건 그들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그냥 그뿐이다. 고객이 아주 새로운 요구를 했고 아주 새로운 답을 원했을 때 그 유명한 회사의 유명한 인력의 유명한 경력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냥 유명했을 뿐이다.

그 반대는 어떨까? 나는 학벌이 그리 좋지 않은 사람들과 일해 봤다. 그리 좋은 회사의 경력도 없었고 - 솔직히 말하자면 어디 내세우기 힘든 회사의 경력이었다 - 개인이 수행한 프로젝트의 경력도 그저 그런 사람과 일해 본 적 있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신뢰를 줬다. 그들이 나온 학교나 그들이 경험한 회사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대했고 동등한 권리를 줬다. 그들은 실패했다. 내가 요구한 것을 처리하지 못했다.

유명한 학교와 유명한 회사의 경력, 그리고 허접한 학교와 허접한 회사의 경력. 이 두 가지가 비교될 수 있는 것일까? 내 경험으로 이 둘은 결코 비교할 수 없다. 사람은 타고난 재능이 있다. 그 재능 중 일부는 공부를 하는 것을 통해 발현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서울대학교를 가고 하버드에 가는 것이다. 그 재능 중 일부는 일상에서 발현된다. 그래서 어떤 프로그래머는 고졸이지만 연봉 1억을 받는다. (세금이 2500만원이라는 게 문제긴 하지만)

중요한 건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현재의 역량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나는 내 과거 경험을 지금 내가 일하는 것과 모두 연계시키려 노력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과거에 대해 두려울 것이 없다. 그리고 매우 자주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의 내 일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과거의 내가 없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당신은 어떤가?

과거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어떤 관계인가? 훌륭한 기획을 하고 싶다면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를 기억해라. 지금 내가 할 이야기는 당신의 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다. 내가 바뀌었기 때문에 당신도 분명히 바뀔 수 있다. 이 이야기만 기억하면 된다. 다른 모든 이야기는 필요 없다,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내 살았던 인생의 모든 것은 가치있다"

내 과거가 어떠했든 내 과거를 부정하면 지금 나의 현실은 없다. 너무나 당연한 진실이다. 과거의 나를 부정하면 현재의 나는 없다. 현명하게 살고 싶다면 이걸 기억해야 한다. 나는 과거의 미래다.

'Mem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것은 웹 2.0 서비스입니다  (1) 2007.09.01
글쓰기, 반말과 평문  (0) 2007.09.01
최고의 파워포인트?  (7) 2007.09.01
Tafiti, 영어와 한글  (0) 2007.09.01
트레이스존 디자인을 위한 요청  (5) 2007.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