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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티스토리 스패머, 문제가 아닌 근본적인 바람

티스토리가 며칠 전부터 서비스 유지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 접속이 느려 터진 것은 둘째고 스팸 블로거가 네트워크를 어지럽히고  심지어 블로그 접속이 안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티스토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방안과 결심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를 비롯한 티스토리 사용자들에게 그런 이야기가 충분히 받아들일 수준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나는 또 다른 관점에서 현재의 문제를 바라보고자 한다. 내가 20년 후에 내 자손에게 티스토리의 글을 보여 줄 수 있을까?라는 매우 근본적이고 또한 별로 재미없는 주제다. 그런데 내게는 이 주제가 매우 중요하고 심지어 티스토리에 또 다른 누군가를 초대해야 할 지 고민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나는 티스토리가 만들어질 즈음에 (1년 전이다) 거의 초반에 가입했지만 그 동안 초대를 한 사람은 단 3명 뿐이다. 그 중 한 명은 한 달이 지나도록 아직 가입 승인을 하지 않고 있으니 단 2명이 내가 초대한 사람이다. 그 이유는 내가 아직 티스토리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맞다, 나는 특별한 경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대권이 존재하면 일단 초대를 하고 초대할 사람이 없으면 "초대권 드릴께요"라고 말한다. 그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보통의 사람은 제한된 권한으로 인해 또 다른 '권한'을 획득하고 그것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그게 바로 '초대 중심의 서비스'가 갖는 매력이자 동시에 문제점이다. 초대를 한 사람은 초대 받은 사람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나는 이런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 그것이 내 직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티스토리가 다음과 무슨 관계든, 티스토리가 어떤 기술적 의미를 갖든, 티스토리가 어떤 사회 정치적 장치로써 의미가 있든 관심이 없다. 현재 시점에서 나는 티스토리가 20년 후에도 존재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 하고 있다. 내 고민은 바로 이것이다.

"내 자손이 내가 쓴 글을 볼 수 있을까?"

나는 내 아이에게 이 블로그에 글을 썼을 때 이 아이가 20년 후에 내 글을 읽을 수 있을 지 굉장히 궁금하다. 티스토리든 네이버 블로그든 이글루스든 뭐든... 어쨌든 그런 확신을 준다면 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그 블로그를 선택하여 글을 쓸 것이다.

아마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아이가 없거나 미래에 대해 별로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그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바란다. 인간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말의 역사, 삶의 역사, 노력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한계성이 분명한 인간이 영원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은 말과 언어, 바로 그것을 통해 미래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의 본질은 무엇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계속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이 질문을 반복해 보자,

"내 자손이 내가 쓴 글을 볼 수 있을까?"

'자손'이라는 자리에 '부모', '가족', '친구', '이웃', '형제', '애인', '동료'라는 단어로 바꿔 보자. 내가 쓴 글, 나의 기록, 나의 인생, 나의 삶... 그것을 꽤 시간이 흐른 후 누군가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 인생은 계속 되는 것 아닐까? 그것이야말로 블로그라고 불리는 애매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비현실적인 어떤 시스템 혹은 프로그램이나 웹에 대한 본질이 아닐까?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누군가 나를 기억하는 것. 바로 그것이 블로그의 본질이 아닐까.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들은 바로 그것을 약속해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