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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오타의 관점에서 블로그와 위키의 결합

위키(Wiki)의 시스템 특징을 대중적인 관점에서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 즉, 다양한 오해의 소지를 무릅쓰고 일반화하자면 - 하나의 글을 여러 편집자가 수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위키 시스템에서 완성된 글은 존재하지 않고 다만 과거로 밀렸거나 더 이상 주목 받지 않는 글만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은 블로그에도 거의 비슷하게 존재한다. 사실 블로그로 제한하여 이야기할 필요없이 게시판이나 유즈넷이나 홈페이지의 글에도 이런 특성은 똑같이 존재한다. 글의 중요함과 관계없이 시간과 패션의 변화에 의해 글쓴이와 글 읽는 이의 관심에서 멀어 진 글은 더 이상 수정되거나 변화되지 않고 하나의 역사가 되어 버린다.

조금 전에 이런 생각을 하다 참 형이상학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럴싸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별로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형이상학적인 느낌을 현실화하기 위해 '오타 수정'이라는 소 주제를 갖다 붙여 봤다. 일단 내 블로그만 봤을 때 이미 몇 천 개의 글을 쓰고 있고 그 중 오타 즉, 맞춤법이나 표현의 오류가 꽤 있을 것이다. 가끔 익명이나 숨은 댓글을 통해 이 오류를 지적 받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냥 넘어 가 버린다. 내가 굳이 여러 번 스스로 쓴 글을 읽고 검토하지 않는 이상 자신도 모르는 오타는 그냥 그 글 속에 존재하며 과거로 묻혀 버린다.

만약 위키와 같이 웹 사용자 일반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능이 블로그에 도입된다면 어떨까? 나는 내 글의 오타나 잘못된 표현(이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에 대해 댓글을 통해 지적하는 걸 반갑게 생각하고 지적 받은 부분을 즉시 수정한다. 그러나 틀린 표현이나 맞춤법을 대 놓고 지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이 틀린 부분을 잘 모르는 것도 있겠지만 설령 알더라도 블로그에 쓴 글의 주제와 내용이 중요하지 맞춤법이나 표현을 지적함으로써 글의 내용이나 주제에 대한 논의를 흩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이유 때문에 지적하지 않고 넘어 가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그런데 위키와 같은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글을 읽는 사람들이 해당 글을 좀 더 유려하게 만들거나 완결성 높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단지 그렇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타인의 글에 직접 기술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수준까지 가는 것이야 나쁠 것 없지만 일단 내가 생각한 것은 맞춤법이나 표현의 오류에 대한 것이다. 아마 위키와 블로그가 결합된 형태는 블로그 주인이 모더레이터(moderator)가 되어 각종 수정 사항에 대해 승인하거나 거부하는 권한을 갖게 될 것이다. 위키의 원론적 형태가 아니라 일부 기능을 수용한 블로그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오타를 수정하는 것은 굳이 위키를 도입할 필요 없이 간단한 방법으로 가능하다. 자신의 블로그 글을 '검색'하면 되는 일이다. 예를 들어 내가 며칠 전 쓸 글에서 '옳바른'이라고 잘못 쓴 경우가 기억 난다. 이 단어는 실수를 많이 해서 바로 고쳤는데 방금 내 블로그 검색을 해 보니 올해 3월에 쓴 글에서 실수한 단어가 검색 되었다. 구글에서 검색을 해 보니 114,000 개의 검색 결과가 나왔다. 문득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서 이런 오타에 대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여 사용자 스스로 과거에 썼던 글의 오타를 수정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과거의 글을 업데이트하여 새롭게 방문자들에게 알려 줄 수 있기도 하고, 좋은 글이지만 단지 오타 때문에 검색 되지 않았던 글을 검색 가능하도록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옳바른'이라고 검색했을 때 '올바른'이라는 관련 키워드를 보여 주는 것도 좋을 것이고 실제로 많은 검색 서비스 제공자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오타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걸 수정하도록 만들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더더욱 그렇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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