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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새로운 웹 서비스가 두려운 이유

웹 서비스 컨설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그 동안 경험한 몇몇 회사들은 공통적으로 우리가 제안하는 "새로운 웹 서비스"를 두려워 했다.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프로젝트 초기엔 innovation을 추구하는 정말 새로운 웹 서비스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그게 정말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을 하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그게 정말 돈이 될까요?"라고 말하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그거 꼭 해야 되요?"라고 말한다. 어떤 특정한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그 동안 경험한 대부분의 클라이언트가 그런 말을 했다. 아니다, 모든 클라이언트가 그런 말을 했다.

이런 질문에 대해 간혹 실망하기도 했지만 나는 왜 그것을 해야만 하는 지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곤 했다. 주변의 사람들은 내게 왜 그런 설명에 시간을 낭비하냐고, 그냥 빨리 해 버리면 되는 일 아니냐고 조언하곤 했다. 그러나 내 입장은 명확했다. 새로운 서비스를 제안하고 그것을 만드는 방법과 운영하는 요령을 알려 주는 게 내 일이지 실제로 그것을 운영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클라이언트의 일이라는 것이다. 만약 클라이언트가 제안된 내용을 심사숙고한 후 위 3가지 질문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컨설턴트는 클라이언트가 할 수 없는 일을 강요하거나 속임수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멋진 웹 서비스라도 자신이 그걸 할 수 없을 수 있다. 또한 아무리 평범한 웹 서비스라도 그걸 역사상 최고의 웹 서비스로 만들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컨설턴트는 그런 클라이언트를 선택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가 제안한 웹 서비스가 쓰레기일 수 있다. 나는 그것마저 부정할 정도로 당돌하거나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거나 몽상가는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도 따지고 들면 기껏 '자기만의 세상'일 수 있다. 그걸 인정해야 기획이라는 걸 할 수 있다. 기획은 단지 어떤 일에 대한 조작적 정의일 뿐 실제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획자는 자신의 세계관과 그것에 기초하여 제안한 웹 서비스에 대해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자존심이 있어야 한다. 또한 그 자존심의 크기와 똑같은 크기의 겸손함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웹 서비스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이다. 어떤 웹 서비스는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기획 단계에서 사장되기도 한다. 그게 현실이다. 그걸 받아 들일 수 없다면 웹 서비스 기획을 하지 않는 게 낫다. 아니다, 자신이 회사를 만들어 웹 서비스를 만들면 될 일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 우리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든다. 그래서 우리를 웹 서비스 기획자라 부르지 않고 '컨설턴트'라고 부른다. 그냥 '컨설턴트'도 아니고 '웹 서비스 기획 컨설턴트'라고 부른다. 그 이름에 대한 책임감과 그 이름으로 불러 주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 때문에 한 순간도 편하게 상상할 수 없다. 그게 우리 스스로 만든 고뇌의 이유다.

우리는 두려움을 이해하고 그들 대신 두려움과 맞서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