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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블로그 미니홈피 콘테스트 심사를 마치고

지난 주 이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2006 베스트 블로그-미니홈피 콘테스트"의 심사 위원으로 추천되었다는 것이다. 워낙 인덕이 없고 수시로 여기 저기 쑤시고 다니며 시비 거는 게 일상이라 심사 위원 추천을 받았다는 게 뭔가 수상했다. 게다가 심사 위원으로 추천된 나머지 사람들을 보니 혀를 내 뺄 수 밖에 없었다. 김중태, 노정석, 박영욱 그리고 나.

대체 누가 이런 환상적인 콤비네이션을 도모한 걸까? 김중태 원장이 보편 타당한 추천을 하면 내가 태클을 걸고 노정석 사장이 조정해 주고 박영욱 사장이 한 번 웃어 주는 그런 구조를 노린 걸까. 괜히 생각이 복잡해 졌다. 올해 초 웹 2.0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사람 중 하나가 나를 컨퍼런스 패널로 초대하자고 준비위원들에게 제안했더니 다들 손사레를 치더라는 이야기를 농담으로 전해 왔을 때보다 훨씬 기분이 묘했다. 이거 한 번 찔러 보는 건가 싶기도 했다,

"설마 로그의 90%는 쓰레기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한 블루문 니가 심사 위원직을 맡겠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수락했다.

주말 내도록 시간을 퍼 부어 콘테스트 지원자들의 블로그와 미니홈피를 검토했고 추천 대상자를 선정했다. 오늘 오후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 4명의 심사 위원과 관계자가 모여 각 영역별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토론을 진행했고 저녁 무렵에 각 수상자를 선정할 수 있었다. 수상자 선정은 매우 공정하게 이뤄졌으며 판단이 애매한 부분은 주사위를 굴려 높은 숫자가 나온 블로그와 미니홈피를 선정했다. 농담이다.

발표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한국 블로고스피어의 초기부터 잘 알려진 블로그나 IT 부문에서 유명한 블로그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심사 위원들은 모두 IT 관련 일을 하거나 직접 블로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콘테스트의 주제가 단순히 '베스트 블로그-미니홈피'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모두 공감했다. 과거 블로기어워드나 여러 블로그 관련 온라인 콘테스트는 주제별 영역이 있었고 이 영역의 최고 혹은 인기 블로그를 선정했다. 반면 이번 콘테스트는 자발적인 지원과 추천된 블로그-미니홈피 중 콘테스트의 주제와 가장 부합하는 것을 뽑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 목적은 콘테스트 안내를 보면 알 수 있다.

심사 위원들은 각 영역별 최종작을 뽑는 과정에서 콘테스트가 의도하는 바에 집중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결과에 만족하기 어렵겠지만 이 콘테스트가 한국 최고의 블로그-미니홈피를 뽑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길 원한다.

이 콘테스트가 시작될 때 몇몇 블로거들은 각 영역별 상금에 주목했는데 그것 보다는 최우수상이 '정보통신부 장관상'이라는 게 훨씬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심사가 끝난 후 우스갯 소리로 "박영욱 사장은 고생 고생하며 정통부 장관상을 탔는데 이 분은 블로그 잘해서 정통부 장관상 타네요?"라고 말했다. 상금보다는 훨씬 큰 의미가 있는 상이다. 물론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상이나 각 후원업체 사장상도 의미가 크다. 어쩌면 취업이나 이직을 할 때 이력서에 떳떳하게 쓸 수 있는 중요한 한 줄을 추가할 수도 있으니까.

국가적 차원에서 블로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매우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런 콘테스트가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지속되려면 양질의 콘텐트와 특별한 주제를 다루는 블로그가 양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가능성은 충분하다. 내년에는 420개가 아니라 4200개의 블로그가 콘테스트에 자신의 블로그를 소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좀 더 과학적이고 의미있는 심사와 공감대 형성이 있었으면 한다. 이번 콘테스트는 주최와 주관 기관의 무게에 비해 참여도가 낮은 편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우수한 블로그를 선정 리스트에서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콘테스트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블로그를 발굴하고 소개할 수 있는 콘테스트가 각 기관과 단체에서 행해질 수 있었으면 한다. 이런 축제는 아무리 많아도 과함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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