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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호칭에 대하여

언어를 사전적 의미로만 공부하시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서 대화를 시도하다가
낭패를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회경험이 적거나 그외 국어 활용의 의미로 조금 수련이 부족하실 수 있지만
위의 부분은 절대적으로 조심하셔야 할 부분입니다.
(from : '~씨' 는 높임말인가?)

가끔 온라인에서 나를 지칭하며 "이준영"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호칭하는 사람들 중 나를 직접 만난 사람은 거의 없다. "이준영씨"라는 호칭은 나를 참 난감하게 만든다. 인용한 글에서 말하듯 어법상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나를 "이준영씨"라고 부르는 경우는 기껏해야 공문을 발급하러 관공서를 찾아 갔을 때 정도다. 사실 요즘 관공서도 "누구"이라고 부르지 "누구"라고 부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나를 아는 사람들 중 업무상 연관된 사람들은 직함으로 호칭한다. 하지만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은 현실 공간에서도 흔히 "블루문님"이라고 부르고 나 또한 그렇게 부르길 원한다. 서로 업무상 만난 것이 아니므로 대표라는 직함으로 부르도록 요구하지 않고 명함을 건내더라도 닉네임으로 부르라고 한다. 내가 상대방을 호칭하기 애매한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정중하게 "어떻게 호칭해야 할까요?"라고 물어 본다. 우리 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질문이지만 가장 좋은 건 상대방이 원하는대로 불러 주는 것이다.

호칭과 관련하여 몇 가지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다음(www.daum.net) 사람들을 만났을 때 이야기다. 요즘도 그런 것 같은데 다음은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직급 호칭이 없고 "누구님"이라고 서로 부른다. 이재웅사장도 다음 사람들끼리는 "재웅님"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 의미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조직 외부의 사람들에게도 "재웅님"이라고 부르는 건 꽤 낯설었다. 나는 끝까지 이재웅사장이라고 불렀고 상대방은 재웅님이라고 부르니 마치 서로 고집을 부리는 것 같기도 했다. 결국 나는 다음 사람들이 내부적으로 흔히 부르는 호칭을 회사 외 사람과 만날 때는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충고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회사의 경영자나 상사를 '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를 때 상사를 하대하는 이상한 조직이라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외부 강연을 하는데 그 때마다 부르는 호칭이 제각각이다. 어떤 곳에선 '강사님'이라고 부르고 또 어떤 곳에선 '대표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어떤 조직에서 '선생님'은 외부 인사를 일반적으로 존칭하는 방식이기도 한 것 같다. 이런 호칭은 마치 스물 몇 살 때 길거리에서 아저씨라고 부르며 길을 묻는 사람이 있을 때나 졸업을 한 후 어떤 대학을 방문하였을 때 누군가에게 학생이라고 불렸을 때의 어색함과 같다. 내 입장에서 '선생님'은 일반적인 호칭이 아니라 정말 선생(teacher)이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先生)에 대한 존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른 다섯의 어린 나이에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건 굉장히 어색했다. 하긴 내가 건낸 명함에는 senior consultant라는 직함이 있긴 했지만 업무 상 이유로 만나지 않았으니 그렇게 부르긴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준영씨라고 부를 수도 없고 강의를 전문적으로 하는 강사도 아니니 강사님이라고 부르기도 뭣 했을 것이다.

오래 전에 모 포탈 사이트의 제휴 담당자와 제휴 미팅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내 직책은 팀장이었고 제휴 담당자는 대리였다. 이야기를 할 때부터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던 상대방은 내게 팀장이라고 부르는 대신 '이준영님'이라고 계속 불렀다. 나는 상대방을 계속 '누구대리님'이라고 불렀다. 20분 가량 대화를 진행하던 중 나는 결국 직책을 부르라고 한 마디했다. 비공식적인 만남도 아니고 회사의 담당자끼리 대화를 나누며 상대방 회사에서 부르는 직책으로 부르는 게 당연한 데 상식과 예의가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떤 블로그에서 내가 쓴 글과 또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제시하며 비교 분석을 한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이준영씨'와 '누구님'이라는 호칭을 굳이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일부러 그런 것인가 의심은 되었지만 굳이 물어 보는 건 마치 따지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어서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며칠 후 글에 또 똑같은 식으로 호칭을 달리하고 있었다. 비밀 댓글로 정중히 이유를 물어 보았다. 어처구니없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내 블로그를 보니 자신과 내가 비슷한 연배인 듯 하여 '씨'라고 호칭했다는 것이다. 그 블로거에게 '씨'와 '님'은 나이에 따라 구분하는 존칭이었던 것이다. 나는 상식적으로 호칭하는 게 낫지 않냐고 충고했다. 더구나 나는 당신을 알 지 못하는데 단지 내 블로그에 노출된 정보를 보고 임의로 호칭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말했다.

호칭은 예의와 규범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첫 인상을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몇 가지 에피소드와 인용 글에서 이야기하듯 호칭을 제대로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사람들은 호칭을 상식적인 것으로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전에서 호칭 취사 선택은 상식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 참고글 : http://woongyee.egloos.com/1316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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