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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네이버 부동산 허위 매물

중개업소의 도움을 얻어 가짜, 미끼 매물을 네이버에 올려보겠습니다. 미끼로 올릴 아파트를 고른 뒤, 아무렇게나 가격을 매겨 네이버에 등록합니다. 집주인 확인서가 필요합니다. 인터넷등기소에서 집주인 이름의 앞 두 글자를 확인합니다.

돈도 안 듭니다. 이름의 나머지 한 글자는 아무렇게나 지어내 확인서에 이름을 적고 서명합니다. 이 가짜 집주인 확인서를 네이버에 팩스로 보냅니다.

딱 5분 걸렸습니다. 한 시간 만에 미끼 매물이 네이버에 등록됩니다.

[녹취] 공인중개사

"전화로 확인하는 경우엔 다른 사람 전화번호를 넣어요. 내가 집주인이라고 하면 확인할 길이 없죠"

등기만 떼봐도 곧바로 가짜인 게 드러나지만, 네이버는 이것도 안 한다는 것입니다. 등기 한 통 떼는 데 드는 돈은 단 5백원으로, NHN이 매물을 올려주고 받아가는 광고료 만 천원의 22분의 1에 불과합니다.

(출처 :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4/19/2012041902536.html?tvcs)


네이버 부동산이든 부동산 전문 사이트든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부동산 사이트든 허위 매물이 가득차 있는 것은 현실이다. 현실이 그렇다고 네이버 부동산의 문제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저렇게 단순한 트릭으로 허위 매물 방지 장치를 회피하는데 네이버가 별다른 대처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인터넷 등기에 나타난 이름 앞 두 글자만 담당자가 확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등기를 떼면 이름을 모두 확인할 수 있어서 허위 서류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것을 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럼 네이버 부동산 팀에서 이름 3자를 확인하고 위해 등기를 떼면 해결될까? 허위 매물을 등록하는 사람도 등기 떼서 이름 석자 다 확인해 버리면 될 것 아닌가. 

인터넷 허위 매물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다. 허위 매물을 올리는 사업자에게 3진 아웃 제도를 도입하거나, 여러 종류의 패널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금방 새로운 방식으로 회피하기 마련이다. 부동산 허위 매물과 비슷한 사례인 "중고 자동차 허위 매물"을 보면 알 수 있다. 공중파나 신문에서 수없이 다뤘던 문제고 합동 단속도 계속 있었고 중고 자동차 업계에서 자정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중고 자동차 허위 매물은 검색할 때마다 가장 위에 나타난다. 콘텐츠 제공자들이 작정하고 허위 매물을 올리면 사업자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 부동산이 가진 위력과 책임을 봤을 때 이 기사에서 지적하는 헛점을 방치하지 말아야 함은 분명하다. 또한 좀 더 강력한 방식으로 상품 등록을 제한해야 한다. 문제는 네이버가 과거에 비해 이런 지적에 둔감하다는 점이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분야가 다각화하면서 과거라면 이미 이런 속임수를 파악하여 걸러냈을 것인데 종합편성 채널의 기자가 알아낼 때까지 문제점을 수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업 감각이 과거에 비해 둔해졌음을 의미하는 것 같다. 

시스템의 헛점을 파고드는 허위 매물 등록을 막는 것은 바이러스 백신 기업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 매시간 발생하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보고 받고 패턴 업데이트를 통해 바이러스를 막을 뿐만 아니라 백신 엔진 업그레이드를 통해 보다 높은 확률로 바이러스 침투를 막고 새로운 형식의 바이러스를 탐지하고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 실시간으로 허위 매물을 체크하는 일상적인 일을 반복해야 하고 즉각 삭제하고 사용자들에게 알리는 일을 해야 한다. 또한 매물 등록 시스템 자체의 검증 수준을 높이는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문제는 백신 업체의 경우 이런 일을 통해 더 많은 바이러스를 발견하여 치료함으로써 자사 백신의 성능을 높이고 더 높은 매출을 추구할 수 있지만 포털의 부동산 서비스는 그 반대라는 점이다. 더 많은 허위 매물을 발견하기 위해 많은 인적 자원이 소요되고 더 높은 검증 수준을 적용하기 위해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그와 비례하여 광고 매출은 줄어든다. 그렇다고 더 유용한 콘텐츠가 더 많이 올라온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부동산 중계업의 수익 구조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으로 새로운 방식을 찾는 수 밖에 없다. 문제가 훨씬 복잡해진다. 좀 더 열심히 단속해라, 좀 더 높은 수준으로 검증하라, 사용자 참여를 통해 허위 매물을 걸러내자는 식의 단순한 대안으로 문제의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게다가 네이버에서 '부동산'이라는 카테고리가 얼마나 높은 비즈니스 레벨인지 알 수도 없다. 

부동산 중계업자나 네이버, 사용자 모두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도 모두 인정하지만 정작 대안이 쉽게 나오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