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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망하는 길 - 높은 성장이라는 사업 목표

사업의 목표를 놓은 성장으로 잡는다면 한계 수익에 달한 사업까지 손댈 정도로 몰리게 된다. 그리고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새로운 서비스를 시장에 밀어넣으려고 한다. 물론 고객도 이런 속셈을 눈치챌 것이며, 비록 지금은 "예"라 하더라도 점차 이용당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이 문장은 기업 경영서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기업 컨설팅을 위한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컨설턴트를 위한 바이블이라 불리는 <완벽한 컨설팅>에서 컨설팅의 윤리와 명암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나온다. 이 문장의 맨 앞 부분은 원래 "컨설팅 사업의 목표를..."이다. 정직한 조언을 목표로 해야 하는 컨설팅 사업이 높은 성장을 목표로 했을 때 답이 없는 사업에 손을 대고 거짓 조언을 하려 들고 그로 인해 실패하는 컨설팅에 이르게 된다는 경고다. 그런데 주어를 어떤 회사로 바꿔도 아주 잘 어울리는 문장이 된다. 주어를 NHN으로 바꾸면 어떨까? 대기업이나 재벌로 바꾸면 어떨까? 혹은 매년 높은 성장을 가장 큰 목표로 제시하는 내가 근무하는 회사 이름으로 바꿔 보면 어떨까? 

기업이 높은 성장을 사업 목표로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쉽게 대답하기 전에 생각해 볼 문제다. 어떤 기업이 한계 수익에 달한 사업 - 더 이상 새로운 수익이 발생하기 힘든 사업 - 에 손대고 싶을까. 경쟁자들이 이미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 개입하고 싶을까. 높은 투자 비용과 경쟁 비용이 발생할 것이 뻔한 사업에 자원을 투입하려고 할까. 이 문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이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이유를 간단히 이야기한다. 기업이 비전과 설립 이념을 망각하고 가장 중요한 사업 목표를 '높은 성장'으로 선택하는 순간 잘못된 길에 들어선다는 의미다. 

'높은 성장'을 사업 목표로 삼는 것은 '높은 성적'을 인생 목표로 삼는 학생과 같다. 입시 준비생이 '높은 성적'을 목표로 삼는 이유는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함이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 후 여전히 '높은 성적'을 인생의 목표로 삼으면 불행한 인생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대학생들은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높은 영어 점수와 높은 또 다른 무엇을 향해 인생을 내던진다. 직장에 들어가면 또 다른 높은 무엇을 찾는다. 개인이 그러하듯 기업도 비슷한 실수를 한다. '높은 성장'이 사업 목표가 되는 시기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일상적인 사업 목표가 되는 순간 뻔한 실수를 한다. 경쟁력없는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고 고객을 속인다. 속임수를 극복하기 위해 야근과 철야를 강요하고 강압적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낸다. 점차 고객도 그 사실을 깨닫게 되고 결국 기업은 자멸의 길을 걷게 된다. 

사업 목표는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에 부합해야 한다. 기업이 세상에 나온 이유와 기업 구성원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 기업이 고객에게 주려고 하는 가치가 사업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어설픈 서비스를 내놓고 억지로 팔려고 하다 힘들게 쌓은 명성과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짓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신뢰를 통해 만난 고객에게 싸구려 제품과 서비스를 팔고 매출 목표를 달성했다는 거짓 만족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누구를 위한 '높은 성장'인가? 무엇을 위한 '높은 성장'인가? 잘못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있다면 옆에서 다리를 걸어 멈추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