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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RSS와 변화

(전략) 일부 논자는 신문사가 포털의 CP로 전락하는 시대의 도래를 직감하고 얼른 극복 전략을 세울 것을 엄중히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난 이 조언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포털의 뉴스 소비 독식은 한철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RSS 때문이다. 구체적인 근거를 지금 제시하긴 어렵다. (후략, 출처 : 포털이 과연 RSS에 승리할 수 있을까)

실험적이며 사색적인 글을 쓰고 있는 블로거의 글에 대해 뭐라고 의견을 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적고 싶다. 왜냐면 이 블로거가 오마이뉴스에서 일하는 분이며 또한 개인적 견해가 회사의 방향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포탈을 좀 가볍게 바라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포탈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훨씬 정교하며 더구나 그 영향력이 이제 시작했다고 충고하고 싶다. 한 철에 머물 것이라는 그의 예상과 달리 포탈의 영향력은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지금과 다른 형태로) 소위 '신문사닷컴'의 위기감은 비정상적이거나 과도한 것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이다. 칼날은 저 멀리서 어른거리지 않고 목구멍 속에 이미 쑤셔 박혀 있다.

또한 그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며 포탈의 뉴스 소비 독식이 한 철에 머물 것이라는 근거로 이야기하는 RSS라는 것은 그 개념 자체가 매우 피상적이다. 이것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아마 그는 최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블로고스피어와 해외 미디어 사이트의 변화를 바라보며 그런 느낌 - 야, RSS 이거 장난 아닌데? - 을 받은 듯 하다. 그러나 현재 RSS의 가치는 과대 평가되고 있다. 마치 공유 폴더의 가치를 로컬 네트워크의 혁명인 듯 표현했던 1995년 근방의 얼치기 IT 애널리스트들의 잡담처럼 RSS는 현재 모습에 비해 과대 평가받고 있다.

RSS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며 편리하고 뉴스 소비의 구조를 바꿀 것이다. 그러나 RSS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그의 글에서 이야기하는 '유명 블로거'에 나도 포함된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미디어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그것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반동하며 또한 응용하는 몇 안되는 블로거 중 하나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걸 인정하는 게 속 편할 것이다. 나는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이라도 내 기사를 오마이뉴스를 통해 유통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의 편집진이 내 뉴스를 고의적으로 탈락시키거나 무시한다면 나는 더 이상 내 기사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혹은 선택을 해 주더라도 내가 싫으면 내가 작성한 뉴스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뉴스를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에 보낼 수도 있다. 혹은 워싱턴 포스트에도 보낼 수 있다. ZDNet Korea의 경로를 통해 CNet.com으로 보낼 수도 있다. RSS로 인해, 훌륭한 블로그 툴로 인해, 다양한 뉴스 유통 채널의 확대로 인해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핵심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유명 블로거'의 뉴스를 인정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에 기여한 것이 오마이뉴스고 포탈이고 열심히 블로그와 블로거의 가치를 홍보해 준 신문사닷컴이다.

뉴스 소비의 구조가 급격히 바뀐다면 그것은 RSS 때문이 아니다. 사람이 바뀌었기 때문에 뉴스 소비의 구조는 바뀐다. 근데, 포탈은 그 바뀐 사람들을 이미 이해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보다 훨씬 잘 이해하고 있다. 더구나 RSS를 통한 뉴스 소비가 활성화된다면 그것의 가장 큰 수혜자는 포탈이다. 무슨 이유로 RSS와 포탈이 대립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포탈 사이트는 전혀 방문하지 않는건가? 손정희는 일년이 지난 후 오마이뉴스가 아니라 미디어 다음에 투자하는 게 나았다고 후회할 지도 모른다.

RSS는 뉴스 소비의 구조를 변화시키기 보다는 그보다 전반적인 유통 구조를 혁신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뉴스 소비의 구조가 될 것이지만 뉴스 소비라는 작은 주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RSS'가 아닌 다른 것으로 구현될 것이다. 지금 누구도 TCP/IP 프로토콜이 세상을 바꿨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RSS는 뉴스의 소비와 대립각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기존 콘텐트 채널의 확대로 대립각을 이룬다. RSS는 기존 신문사닷컴을 더욱 힘들게 만들 수 있다, 포탈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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