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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Board

SKT 오픈마켓, 11번가 벤치마킹 보고서

BlueBoard라는 카테고리는 국내외 신규 웹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처음 시작하는 웹 사이트는 SK텔레콤의 오픈마켓, <11번가>입니다.












쇼핑 스트리트, 11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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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요 정보

l         사이트 주소 : www.11st.co.kr

l         서비스 공급사 : SK텔레콤

l         서비스 개시 일시 : 2008년 2월 27

l         서비스 구분 : 온라인 오픈 마켓, 쇼핑몰

l         경쟁사 : G마켓, 옥션

 

 

 

2. 왜 이 서비스에 주목했는가?

 

<11번가>SK텔레콤에서 제작한 오픈 마켓 쇼핑몰이다. ‘오픈 마켓(Open Market)’이란 일반 쇼핑몰과 달리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그 거래 액의 일부를 수익으로 취하는 쇼핑몰을 말한다. 누구든 물건을 살 수도 있고, 팔 수도 있기 때문에 오픈 마켓, 즉 열린 시장이라고 불린다. 북미의 경우 이베이(eBay)가 대표적이며 국내는 옥션을 비롯한 다수의 오픈 마켓이 존재했으나 현재 오픈 마켓의 80% 이상을 G마켓과 옥션이 나눠 갖고 있다.

 

<11번가>에 주목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대기업인 SK텔레콤이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CJ 홈쇼핑이 1 6개월 전 <엠플>이라는 브랜드로 진입했다 돌연 철수해 버린 오픈 마켓에 SK텔레콤이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한 일이지만 CJ 홈쇼핑이 <엠플> 서비스 중단 의사를 밝힐 시점에 SK텔레콤이 오픈 마켓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 소식은 과거부터 있었지만 <엠플>의 철수 시점에서 SK텔레콤이 오픈 마켓 진출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유난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세 번째 이유는 이번에는 대기업의 웹 서비스 진입이 성공할 것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대기업이 웹 서비스를 만든 후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적인 IT 대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MSN에 많은 노력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성공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를 인수합병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에는 MSN의 실질적 실패도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또한 알게 모르게 많은 웹 서비스를 제작하고 발표해왔지만 성공적으로 진입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그나마 언급할 수 있는 것이 싸이월드를 운영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 정도지만 이 회사 또한 인수 합병을 통해 우수한 서비스를 확보했을 뿐 스스로 만든 포털인 네이트닷컴은 성공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네이트온의 무료 문자 100통이라는 획기적인 프로모션 전략이 없었다면 현재의 성공도 보장하기 힘들었을 수 있다. 네이트온의 무료 문자 100통은 SK텔레콤이라는 모 회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프로모션 전략이었다는 측면에서 SK커뮤니케이션즈의 성공은 반쪽이었다고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장 성장의 한계로 인해 새로운 시장 특히 웹을 통한 시장 확장을 꿈꾸어 왔다. <11번가> 또한 SK텔레콤의 웹 서비스에 대한 열망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과거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SK텔레콤은 여러 개의 독립 웹 서비스를 공개한 바 있다.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인 토씨(www.tossi.com), 동영상 UCC 서비스인 아이스박스(www.isbox.com)를 공개해서 베타 서비스로 운영 중이고 그 외 아직 공개되지 않은 웹 서비스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11번가>의 경우 회원 가입을 할 때 <토씨> 서비스와 회원 정보를 연동한다는 표현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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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아이스박스> 1 25일부로 네이트닷컴으로 회원이 통합되었고 <11번가> <토씨>와 회원 연동만 하고 있다. SK텔레콤에서 <아이스박스>를 베타 서비스 단계에서 개별 서비스로 공개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여러 정황에서 현재 SK텔레콤의 웹 서비스 전략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 분명히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언론에 공표하며 <11번가>를 공개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관심 가질 이유가 된다. 돈도 있고, 명분도 있고, 성공이 보장되지도 못하고, 해 본적도 없는 사업에 국내 유수 대기업이 개입하겠다고 하는데이 정도면 충분히 관심 가질만한 사안이다.

 

 

 

3. 논란이 될만한 사항

 

<11번가>에 대해 웹 서비스 업계에는 두 가지 목소리가 있다. 확신에 찬 목소리와 기대를 한다고 나쁠 것 없다는 목소리다. 확신에 찬 목소리는 이커머스(ecommerce) 업계에서 나오는데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라는 주장이다. 오픈 마켓이 전형적인 레드오션(red ocean) 상황이며 G마켓과 옥션의 치열한 경쟁 구도에 뛰어들기엔 SK텔레콤의 웹 서비스 노하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견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SK텔레콤의 자금 동원력이나 모바일 시장의 지배력은 인정하지만 그들이 주도적이지 못하며 경험 또한 일천한 웹 서비스 업계에서 그 능력이 발휘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한 오픈 마켓의 핵심 경쟁력은 많은 사용자 뿐만 아니라 소위 파워 셀러(power seller)라고 불리는 대형 마켓의 입점에 크게 좌우된다며 SK텔레콤이 이미 G마켓이나 옥션에서 높은 판매고를 보이고 있는 파워 셀러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반면 기대를 한다고 나쁠 것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SK텔레콤의 저력과 그 동안 반복했던 웹 서비스에 대한 실수 - 이런 주장의 근거로 넷츠고나 TWorld가 자주 언급된다 를 통해 노하우가 쌓였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번엔 기대를 해 볼 수 있지 않냐고 말한다. 또한 SK텔레콤의 자본력이라면 매년 1천억 원 이상을 프로모션, 마케팅 비용으로 쏟아 붓고 있는 기존 두 업체에 버금가는 물량 공세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기존 두 업체의 운영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는 사용자가 많은 상황에서 <11번가>가 사용자의 아쉬운 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면 기대할만한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11번가>가 스스로 주장하듯 모바일 쇼핑이 혁신적으로 구현되고 구매, 판매 사용자를 모바일을 통해 다양하게 확보하게 된다면 오픈 마켓 진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우려와 기대에도 불구하고 <11번가>는 마치 삼성의 자동차 사업 진출과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한다. 기업 스스로 선택한 길에 대해 많은 우려를 했으나 삼성은 이 산에 오르는 것이 옳다며 새로운 사업 부문에 진출했고 찬란하게 실패했다. 물론 여전히 그들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IMF 사태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이론적으로 <11번가>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해 보기 전에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때문에 삼성의 자동차 사업 진출과 SK텔레콤의 오픈 마켓 진출은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한다. SK텔레콤의 오픈 마켓 진출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양 손에 들고 비교해 보면 눈에 띄게 한 쪽으로 기운다. 잘 하기 어렵지 않겠나?라는 의견에 대한 근거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아직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지만 일단 사업을 시작했다. 이런 모습이 삼성의 자동차 사업 진출 시기와 너무나 비슷하게 닮아 있다. 대의명분과 사업적 의미는 이해하겠지만 스스로 이야기하는 성공의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

 

또 다른 우려는 400여명에 달하는 <11번가> 조직원의 다양한 구성 형태다. <11번가>의 운영 주체는 커머스플래닛이라는 SK텔레콤의 자회사로 이 조직은 SK텔레콤에 인수 합병된 여러 쇼핑몰(바바클럽, 체리야닷컴, 모닝365)과 네이트 쇼핑몰, 싸이마켓 등에서 일했던 임직원이 집결되어 있다. 운 좋게 이들이 별 탈 없이 커머스플래닛이라는 조직 문화를 재빨리 구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런 식으로 단기간에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하나가 된 회사의 경우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 이것과 유사한 선례를 볼 때 새로운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데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통합되지 못한 기업 문화로 인해 <11번가>는 오픈 마켓 사용자 -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매우 관료적인 운영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서로 다른 조직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비록 <11번가>에 함께 하고 있지만 <11번가>라는 오픈 마켓을 꾸리는 과정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을 구현할 때 충돌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외부로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부에 상존하는 문제이며 <11번가>를 만든 SK텔레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문제 요인이 될 수 있다. <11번가> 조직원의 내부 단결과 독특한 문화 구축이 <11번가>의 시장 진입과 동시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더욱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조직 내부의 문제는 사업적인 분석이나 웹 사이트 개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때문에 이런 문제가 존재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시간이 흘러갈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현재 <11번가>의 숨겨진 문제는 서로 다른 조직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얼마나 혁신적으로, 헌신적으로 새로운 조직에 복무하는 가에 달려 있을 수 있다.

 

 

4. 서비스 주요 항목 분석

 

<11번가> 웹 사이트는 오픈 마켓의 특징에 맞게 구매자와 판매자의 관점에서 주요 특성을 따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구매자 입장에서 편리한 웹 사이트라는 평가와 별개로 판매자 입장에서 상품 관리나 배송, 정산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잘 동작하는 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구매자의 입장에서 <11번가>의 특징적 서비스를 분석한다. 판매자 입장에서 좋은 서비스를 분석하는 것은 다음 과제로 미룬다. 사실 판매자 입장에서 잘 팔리는 오픈 마켓이라면 배송이나 정산이 조금 나빠도 참을 수 있다.

 

1) 어카운트 바

 

<11번가>의 첫 페이지는 기존 오픈 마켓 경쟁사와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다. 특징적인 것은 화면 하단에 보이는 쇼핑 바(shpooing bar)인데 이것을 어카운트 바(account bar)’라고 부른다. ‘어카운트 바는 웹 사이트 전반에서 계속 노출되어 있는데 구매자의 구매를 돕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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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비스는 쇼핑을 돕는 6개의 탭(tab)과 검색, 쇼핑 쪽지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 본 상품찜한 상품’, ‘장바구니는 다른 쇼핑몰과 다를 바 없는 기능이다. ‘나의 11번가는 주문이나 배송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라 특별한 것은 없다. 특징적인 것은 비교함마이Say’인데 특히 비교함은 몇 개의 상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 쇼핑몰 특히 여러 개의 동일한 상품을 다양한 판매자가 서로 다른 가격과 조건으로 판매하는 오픈 마켓의 경우 상품 비교 기능은 필수적인데 비교함은 그런 요구를 구현한 것이다. 다만 비교한 상품 결과를 저장하거나 출력하거나 이메일로 보내는 기능은 구현되지 않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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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커뮤니티 - 하루에 Say

 

어카운트 바에 있는 마이Say’ <11번가>의 쇼핑 커뮤니티인 블로그 서비스의 정보를 보여 준다. 이 블로그는 SK텔레콤의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인 <토씨>의 형태와 유사하다. 쇼핑을 하는 중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100자 이내의 짧은 글로 적고 그것을 공유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하루에 Say’라는 블로그 커뮤니티와 연결되어 있다. 쇼핑몰이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는 목적성 뿐만 아니라 아이쇼핑을 대신하는 시간 떼우기 용으로 이용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용자들이 당장 구매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상품을 구경하거나 관심 있는 상품을 구경하기 위해 방문하곤 한다. 이런 현상에 착안하여 <11번가>는 긴 글이나 정보성 글보다 짧은 감상을 적을 수 있는 마이크로블로그 형태의 하루에 Say’라는 커뮤니티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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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Say’는 휴대전화로 글을 올릴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이 기능은 <11번가>에 나타나 있는 몇 안 되는 모바일 연계 기능 중 하나다. <11번가> SK텔레콤에서 제작한 웹 서비스임을 알고 온 사람들에게 모바일 기능이 핵심 기능이 아니라 다소 부차적 기능으로 구현된 것은 아쉬운 측면일 것이다. 이 기능은 모바일이 없어도 충분히 구현 가능한 것이고, 모바일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특별한 쇼핑에 도움이 될만한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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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빠른 쇼핑 vs 즐거운 쇼핑

 

<11번가> 최상단 오른쪽을 보면 빠른 쇼핑즐거운 쇼핑이라는 부분이 있다. “빠른 쇼핑을 클릭하면 기본 메인 페이지가 열리지만 즐거운 쇼핑을 누르면 지도에 여러 가지 쇼핑 정보가 표시된다. 특히 즐거운 쇼핑 <11번가>가 내세우는 서비스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다. 이 서비스를 공개하며 SK텔레콤은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주 고객층인 20~30대 고객의 특징에 맞춰 '11번가'는 기존 오픈 마켓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비롯해 유무선을 활용한 정보 검색방식의 상품 정보 제공과 200만개의 핵심상품, 해외 직접소싱 상품, 카테고리별 대표상품에 대한 경쟁사 우위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좀 더 편하고 즐거운 쇼핑이 가능하도록 한 점이 특징” (출처 : SK텔레콤 홈페이지)

 

이런 SK텔레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웹 사이트의 구성은 매우 산만한 경향이 있다. 메인 화면 최상단 오른쪽에 있는 즐거운 쇼핑을 클릭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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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치)와 쇼핑 카테고리, 상품 등이 혼합된 플래시로 만든 이 인터페이스(interface) 30분 가량 여기저기 클릭하며 들여다 봤지만 도무지 즐겁지 않았다’. 이건 마치 개그맨들이 연습할 때 자기들끼리 너무 재미있다고 신나게 웃고서 무대에 나서서 공연을 했는데 관객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재미있지 않아요?”라고 물어볼 때 관객들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물론 <11번가>가 선사하려는 즐거움을 감동적으로 받아 들이지 못한 우리 잘못일 수도 있다. 마치 20,30 대는 무조건 비주얼(visual)을 좋아한다는 강박 관념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쇼핑의 즐거움을 더하는 3차원 검색이라는 기능도 있었는데 이 인터페이스는 이미 웹에 많이 존재하는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인맥 관계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의 화면 구성과 유사했다. 혹은 digg.com swarm과 비슷한 데이터 마이닝 화면 구성(data mining visualization)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인터페이스가 비슷하거나 유사하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정말 문제는 왜 이게 쇼핑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지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쇼핑과 사용자 이용 패턴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쇼핑을 즐겁게 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아했다. 이런 인터페이스를 보고 쇼핑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실험해볼 생각이었다면 존재의 의미를 그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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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번가>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인 즐거운 쇼핑과 그것을 구현한다고 나온 몇 개의 웹 서비스를 보며 고개를 꺄우뚱 거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참 고민하다 앞서 언급한 SK텔레콤의 공식 보도 자료에서 그 이유를 간접적으로 찾을 수 있었다. SK텔레콤의 보도 자료 내용 중 SK텔레콤 C&I 비즈니스 컴퍼니의 오세현 사장은 다음과 같이 <11번가>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쇼핑은 단순히 가격을 비교하고 검색하고 기다리면서 구매하는 과정 이상의, 듣고 얘기하고 즐기는 취미 생활로서 재미있는 쇼핑이어야 하며 이는 곧 '11번가'가 제시하는 가치 있는 쇼핑의 형태일 것"이라며, "구매의 편리함과 함께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기존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쇼핑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문장을 여러 번 읽어본 후에 비로소 <11번가>가 왜 이런 웹 서비스를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이 생각할 때 사람들이 현재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 가격을 비교 검색하여 구매하는 행태는 원시적이며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들이 생각할 때 가치 있는 쇼핑의 행태는 듣고 얘기하고 즐기는 취미 생활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의 이런 분석에서 도대체 얼마만한 사용자가 그런 가치를 원하며 또한 현재 쇼핑 행태에 불만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 <11번가>를 만든 사람들은 아마도사람들이 현재 쇼핑 행태에 불만이 있을 것이고 이런 저런 서비스를 제공하면굉장히 즐거워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이런 판단에 근거하여 이런 웹 서비스가 만들어졌다면 현재의 모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수혜자와 공급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웹 서비스라면 충분히 이런 모습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사용자들은 이게 뭐지?’라고 의아해 할 수 있다, ...

 

4) 채핑, Chat-ping

 

<11번가>가 내세우는 특별한 기능 중 하나인 채핑(채팅과 쇼핑의 합성어)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동작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 동작하더라도 이 서비스에 대해 그리 언급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쇼핑과 채팅의 결합이라니… 10년 전에 이미 고민했고 구현한 바도 있다. 그러나 판매자들, 특히 하루에 수천 개의 상품을 팔아 치우는 파워 셀러가 구매자 개개인과 채팅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이미 10년 전에 알았다. 채핑이 잘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이너 셀러와 구매자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키는 정도가 될 것이고, 파워 셀러는 끝없는 고객 크레임에 시달릴 것이다. 저 상점은 대답도 잘해주고 실시간으로 채핑하는데 너희들은 뭐냐?는 식의 항의를 받을 것이다. 아니면 <11번가>에서 채핑을 위한 콜센터라도 운영하든가. ‘채핑은 아마추어리즘이 흘러나는 서비스라는 느낌이 강하다.

 

듣기에 그럴싸하지만 규모가 확대되어 양적 팽창이 질적 향상을 요구할 때 어떻게 대응할 지 별다른 대안 없이 만든 서비스 같다. <11번가>는 실시간 고객 응대를 위해 콜센터를 운영할 것이다. 그럼 채핑은? 24시간 잠들지 않고 응대하는 판매자가 있어야 하는가? 혹은 100원 깎으려고 채핑을 요청하는 구매자가 줄을 설 때 그것을 즐겁게 맞이할 판매자가 많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있어야 할 것이다. 채핑은 서비스 자체의 구현 여부보다 그 아이디어 자체에 문제가 존재하는 서비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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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웹 사이트 시사점

 

<11번가> 웹 사이트는 매우 빠른 시일 안에 제작되었고 처음 제안이 나온 것은 몇 년 전이었지만실제 제작에 들어간 이후 약 8개월이 소요되었다는 정보가 있었고 서비스 공개 몇 주 전에도 메인 디자인이 바뀌는 사태로 인해 결국 공개 일정이 지연되었다는 정보가 있었다 - 그 기간에 비하면 사이트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라고 본다. 그러나 SK텔레콤이라는 무선 통신 사업자가 만든 웹 서비스라는 특징이 부각되지 않고, ‘즐거운 쇼핑이라는 콘셉트가 적절히 표현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빠른 쇼핑과 즐거운 쇼핑이라는 구분은 다소 식상했지만 제대로 구현되었다면 <11번가>의 의미를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란한 인터페이스 구축에 몰입한 탓인지 오히려 상품 구매로 즉각 연결되기 힘든 인터페이스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아마도 이 웹 사이트는 빠르면 6개월 이내에 현재 제공되고 있는 주요 서비스 중 몇몇이 사라지거나 축소될 것 같고, 구매자가 직관적으로 구매를 위한 서핑을 할 수 있도록 변화될 듯 하다.

 

 

 

6. Attention Poi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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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다면 SK텔레콤이 십여 년 넘게 꿈꾸어왔던 모바일과 웹의 컨버전스를 구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실패한다면 웹에서 대기업은 필패라는 공식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게 될 것이다. 어쨌든 광고관련 업체들은 <11번가> 덕분에 돈을 좀 벌 것이다

 

 

* Attention Point : 블루보드에서 예측하는 해당 서비스에 관심을 가질만한 지수. 10점에 접근할수록 깊은 관심을 가져도 좋을 서비스이며 업계의 변화를 추동할 가능성이 있다.

 

 

 

7. 블로거들의 이야기

 

블루보드는 사용자 일반 특히 자신의 브랜드를 내세우며 이야기를 하는 블로거(blogger)의 이야기를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거금을 들여 확보하는 FGI(Focus Group Interview)의 연구 결과보다 더 나은 평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1번가>에 대해 블로거들의 다양한 견해는 블루보드의 벤치마크 보고서에서 부족한 면을 메울 수 있는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이번 블로보드 레포트는 하나의 블로그만 소개한다.

 

1)      <11번가> 기획자의

 

블루보드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에 <11번가> 참여했던 블로거의 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글을 읽고 난 후 우리 보고서의 내용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11번가>를 분석하며 생각했던 내용 대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해한 방식이 <11번가>를 기획했던 사람들과 그리 차이가 없었다는 것은 향후 변화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기에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8. 잡담

 

SK텔레콤은 왜 <11번가>라는 도메인을 만들었을까? 1번가나 7번가도 좋았을 것인데?? 그리고 왜 11st.com이나 11street.co.kr이 아니라 11st.co.kr로 도메인을 만들었을까? Whois(도메인을 조회하는 서비스)에 물어 봤더니 답이 나왔다. “1st.co.kr” 2000년도부터 도메인을 소유한 사람이 있었고, “7st.co.kr”도 마찬가지였다. “11st.com” 또한 2000년도부터 도메인 소유자가 있었는데 특별히 하고 있는 사업은 없고 도메인을 선점해두고 있는 상태였다. 아마 이미 SK텔레콤에 “11st.com을 사라는 제안을 했을 것 같다.

 

네이버에서 “11번가로 검색하면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SK텔레콤에서 <11번가>라는 서비스를 공개할 것을 예측하고 이 키워드에 대해 이미 몇몇 사업자가 유료 광고를 등록해 두고 있다. 영악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한편 “11street.com”은 캘거리에 위치한 한 게스트 하우스의 홈페이지이고 “11street.co.kr”은 사이트가 열리지 않지만 도메인 소유자는 SK텔레콤이고 2007 4월에 도메인을 등록한 것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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