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guacu ONLY

세상을 바꾸는 두 개의 심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한 번도 제대로 기부라는 걸 해 본 적 없습니다. 기껏해야 연말에 구세군 남비에 몇 만원 넣은 경험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컨설팅이라는 걸 하면서 블로그를 하면서 우연히 '해피빈'을 운영하는 분들과 만나게 되었죠. 해피빈은 아름다운 재단과 NHN이 함께 운영하는 기부 포털 사이트입니다. 언제 연락이 처음 왔나 기억이 희미하지만 대략 2년 가까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해피빈의 간사 두 분과 사당역 근방 커피숍에서 만나 강연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부터 두 세달에 한 번씩 해피빈이나 아름다운 재단에 가서 강연을 했습니다.

8월 중순이었는데 전화가 와서 "강연이 있으니 부탁한다"고 하더군요. 선선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전에 아름다운 재단에서 일하는 분들께도 말씀드린 적 있는데 기부도 제대로 한 적 없고 그렇다고 자원 봉사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린 시절 민주니 통일이니 외치고 다니며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친 적 있고 지금 사는 것도 내 생의 행복에 집중하고 있어 크나큰 부채감을 갖고 삽니다. 그래서 다른 것으로 도와 드리긴 힘들지만 아름다운 재단에서 요청하는 강의라면 무조건 승낙하겠다고 약속한 적 있습니다. 그래서 전화 받자 말자 "네, 괜찮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이거 생각보다 꽤 큰 행사더군요! 게다가 참석자들이 9만원의 참가비까지 내야 하더군요! 그동안 아름다운 재단에서 하는 행사에서 강연할 때 참석자들이 돈을 낸 경우는 없었거든요. 갑자기 엄청난 부담이 생겼습니다. 유료 강연에 몇 번 참석해서 알지만 돈 내고 온 사람들은 "이거 재미없네" 정도로 끝나지 않습니다. "저 놈 뭐야!"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거죠. 덕분에 원고 내야하는 일정을 일주일 넘기며 겨우 발표 원고를 썼습니다. 너무 늦어서 원고를 보내긴 했지만 지금도 제게 주어진 주제 때문에 벌벌 떨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웹 이용의 경향과 웹 이용자들의 특성, 그리고 최근 웹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인상적인 공익활동에 대해 재미있고도 명료한 강의"라니!!!!

내가 강연 공간에서 개그에는 조금 자신이 있지만 개그가 명료하기는 굉장히 힘들거든요. 원래 개그는 좀 왜곡되고 좀 괴팍하단 말입니다. 왜곡과 괴팍은 타고난 것이니 가능하겠지만 그 거창한 주제를 어떻게 50분 동안 풀어 낸단 말입니까. 강연 자료는 며칠 전 일단 보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부담에 목젓이 덜덜 떨립니다. 내가 왜 이렇게 긴장을 하냐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행사를 위해 아름다운 재단 분들이 9개월 동안 고생하셨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기획에 열정을 다했다니까요. 게다가 참석하시는 분들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킴 클라인님을 보세요. 뭘 저리 많이 하셨나 모르겠어요. 대충 경력만 훑어봐도 저 같은 사람은 구석에 있어야 정상인 훌륭한 활동을 한 분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킴이 발표한 다음에 제 발표 순서가 있다는 정도? 저는 이 분을 전혀 모르지만 이력만 봤을 때 존경이 묻어납니다. 그래서 부담감은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게다가 또 이 분, 헬랜 킴. 국적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프리렌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분인데 경력을 보니 또 주눅이 듭니다. 이렇게 열심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사이에서 웹기획 조금 한다고 세계의 웹이 어쩌구 한국의 웹이 어쩌구 떠들려니 정말 말도 안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황모 간사가 정말 밉습니다. 왜 이런 컨퍼런스라는 걸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황새 사이에 낀 뱁새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 어쨌든 이 컨퍼런스를 하기로 했고 자료도 보냈고 이젠 도망갈 구멍도 없습니다. 솔직히 일주일동안 도망가려고 굉장히 고민했습니다. 어떤 분들이 오는지 알고 어떤 상황인지 알았다면 승낙하지 않았을 겁니다. 나 같은 사람이 낄 컨퍼런스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정중히 거절했을 겁니다. 근데 어쩌겠어요... 이제 10시간만 있으면 어쨌든 떠들어대야 하는 상황인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갑자기 <부산 국제 영화제>생각이 나네요. 이거 처음 시작할 때 우리 학교 선배들이 굉장히 많이 참석했습니다. 돈 한 푼 바라지 않고 몇 개월을 김밥 하나 먹으며 일했죠. 올해 PIFF가 몇 회죠? 이젠 아시안 영화의 마켓이 되었고 꽤 유명해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런 역사가 있었네요. 내 선배들도 아무 생각 없었거든요. 그냥 영화가 좋았고 그래서 졸업 학점 F 받으며 자원봉사한 선배도 있었습니다. 아... 지금 생각해보니까요 그렇게 개념없이 그냥 마구잡이로 몰아부친 사람들이 있어서 PIFF가 10년 넘게 지금까지 사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두개의 심장>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정말 겁쟁이 '블루문'이 얼마나 이 컨퍼런스를 두려워하고 있는지 말씀드렸는데요, 여러분이 나라면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글을 쓰다보니 갑자기 '이거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9시간 후면 강연을 할텐데 그 때 저는 무슨 이야기로 사람들과 만날까요?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Hello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