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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글을 읽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이 그 글을 읽는 사람이 겁나서 글을 쓰지 못하겠다면 그건 처음부터 글 쓸 자신이 없었단 소리다. 그러나 세상을 좀 험하게 살아 보면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행위인 지 깨닫게 된다. 그 용기는 어떤 경우엔 자신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는 글 한 줄 잘못 썼다가 어디 지하실로 끌려 가 반 병신이 되어 돌아 오는 경우도 흔했다. 요즘은 너도 나도 제 할 말을 다 하고 사는 세상이라 그런 두려움은 제법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고 다들 말한다. 그런 말들이 진실인 지 아니면 자신의 상황에서만 진실인 지 알 수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이 그것을 읽는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의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칼날을 들이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칼날을 들이대는 사람은 자신과 별 관련이 없거나 존재를 알 지 못하는 사람인 경우가 흔하다. 혼자 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무차별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간에 노출될 때 이런 일은 너무 흔하여 대수롭지 않은 이슈로 여겨지기도 한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그래서 공개된 공간에 글을 쓰는 사람은 몰라서 용감하거나 안다고 착각해서 용감하거나 정말 용감한 경우가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공개된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이 자신에게 위험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서 그렇지 충분히 그 위험성을 알고 있다. 때문에 별 생각없이 쓴 글로 공격을 받는 사람들 대부분은 몰라서 용감한 글을 쓴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들은 그 위험성을 '안다고 착각하여' 용감한 사람들이다. 정말 그 위험성을 잘 아는 사람들은 몰라서 용감한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다. 측은하게 생각하며 그들이 소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자들에 의해 인간적 상처를 받지 않도록 중계한다.

공개된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자신에게 위험한 지 잘 아는 사람들이 여전히 공개된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은 자만심이나 허영심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구축한 공간과 의미를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비록 그로 인해 어떠한 손해를 보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때문에 정말 용감한 사람들은 잘 몰라서 용감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용감한 사람을 공격한다. 그런 자들에겐 순수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게다가 그들은 스스로 여전히 자신은 순수하다고 착각한다. 쓰레기가 스스로 쓰레기라 부르지 않고, 똥파리가 똥냄새를 향기롭다고 하는 것과 같다. 몰아 내야 할 것은 순수한 실수를 저지르는 자들이 아니라 자신들의 순수함을 주장하며 욕설을 퍼붓는 쓰레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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