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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몰이해와 억측

오해가 아니라 몰이해가 횡횡하고 추측이 아니라 억측이 난무한다. 그 과정에서 글쓴이의 원래 의도는 희석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Collective Stupidness다.

한 블로거가 우연히 발견한 구인 공지를 근거로 "뉴스 편집을 알바에게 맡긴다?"는 글을 썼다. 이 글은 실제 포털 뉴스 편집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글임과 동시에 충분히 항의할 수 있는 제목이다. 그러나 글을 자세히 읽어 보라. 그는 구인 공지 내용을 보고 추측을 한 것이다. 신빙성 있는 추측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정도의 주장 혹은 추측은 오해나 추측으로 생각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실제 포털 뉴스 편집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좀 답답하긴 하겠으나 실무에 대한 오해라 생각하고 넘어 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글에 붙은 댓글 때문에 오해는 몰이해로, 추측은 억측으로 순식간에 돌변한다.


일부 포털이 실제로 그러하다는 동조 의견이 나오고 현업 신문사닷컴 근무자의 확신에 찬(?) 의견도 나온다. 한 익명의 사용자는 파란닷컴으로 명시하라는 이야기까지 한다. 이 정도면 이제 이 글을 쓴 사람의 의도와 아무 상관없이 포털 뉴스 편집의 모순에 대해 억측하는 수준이 되어 버렸다. 결국 글쓴이가 마지막에 자신이 왜 이런 글을 썼는 지 수습하기에 이른다.


이 글의 시작은 무엇이었나? 한 사람이 자신이 즐겨 찾는 어떤 웹 사이트에 올라 온 구인 공지 내용을 보고 이런 저런 추측을 한 것이다. 또한 구인 공지에서 추측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추측에 대해 댓글을 통해 옳고 그름을 보충해 주는 것은 좋은 현상이며 댓글의 원래 의미다. 그러나 실제로 이 글에 붙은 댓글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의도적인 지 그렇지 않은 지 알 수 없으나 포털 뉴스 편집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기초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공유되었다. 경험이 정보라는 것은 매우 편협한 생각이다.

앞으로 댓글을 다는 경우 좀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따위의 신물나는 늙은이들의 노파심에서 우러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블로그 글쓰기와 관련하여 두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 기억할 것은 블로그에서 글 쓰기를 할 때 그 최초 근거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명확히 하라는 것이다. 구인 공지를 읽고 나머지 내용을 추론하는 글을 쓰는 것은 자유지만 구인 공지가 기사도 아니고 보도 자료도 아니고 해당 기업의 공식적 견해도 아님을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블로그'의 특성 상 반드시 그런 중압감에 의해 글을 써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때문에 두 번째 지적할 내용이 나오게 된다.

우연히 발견한 블로그 글에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이 나올 경우, 그리고 그것이 오해와 추측에 의한 것일 때 명확히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지적'은 근거가 있어야 하고 오해와 추측의 소지가 없어야 한다. 이게 중요하다. 오해와 추측이 몰이해와 억측으로 변태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지적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지켜 보거나 기억해 두기만 하면 된다.

누구도 완벽한 글을 쓰기는 힘들다. 그리고 이번 글처럼 하나의 구인 공지를 보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다. 특별히 조사를 해야 한다거나 신뢰성을 확신할 책임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모든 사람에게 강요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다 질 높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신중한 지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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