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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미네르바의 부엉이 혹은 올빼미

다음 아고라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지난 주에 이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냥 내버려뒀으면 작은 소란과 비판으로 끝났을텐데 정부에서 이 사람에 대한 뒷조사를 했다는 소문이 떠도는 바람에 일파만파가 되어 그의 글은 더 주목 받고 있다.




미네르바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을 말한다. 로마 신화와 그리스 신화는 같은 신이 많이 나오는데 명칭은 많이 다르다. 그리스 신화에서 지혜의 여신은 아테나다. 또한 미네르바와 관련하여 대학 시절 사회과학 서적을 좀 읽어 본 사람이라면 기억나는 문구가 하나 있을 것이다. 헤겔의 <법철학> 서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철학이 이성의 회색에 회색을 덧칠할 때 생의 한 모습은 이미 늙은 것이 되어 있다. 회색에 회색을 덧칠하면 그 생의 모습은 젊음을 다시 찾지 못하고 단지 인식될 뿐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면 날기 시작한다."

이 문장을 처음 봤을 때 이해하기 매우 힘들어 수십 번을 반복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헤갤의 <법철학>은 그리 긴 글이 아님에도 수백 번도 넘게 읽었던 것 같다. 번역한 분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과거 사회과학 서적을 번역한 분들은 너무나 고루한 방식으로 문장을 번역했던 것 같다. 영어로 번역된 문장을 읽었을 때 그 의미가 훨씬 잘 이해되었을 정도였으니.

헤겔이 서문에서 은유적 표현을 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한글로 번역된 저 문장처럼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게 은유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저 문장을 처음 읽고 한참 지난 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자 친구에게 저 문장에 대해 다시 물어봤다.

"저 문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니?"

친구는 가볍게 대답했다,

"내가 쓴 법철학이라는 글이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 것이라는 자랑이지 뭐."

아... 역시 공부하는 사람은 다르다. 그의 도움으로 나는 저 꼬이고 꼬인 문장의 의미를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미네르바의 어깨 위에서 날아 오르는 부엉이 혹은 올빼미가 누구인가. 헤겔은 결국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다음 아고라의 미네르바 덕분에 나 또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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