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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허위 매물의 실상

어제 MBC의 <불만제로>를 보니 지난 9월에 고발했던 중고차 허위 매물 사건이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 방영되었다. 현업 중고차 딜러들은 중고차 웹 사이트에 올라 온 매물의 절반 이상이 허위 매물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단지 중고차 웹 사이트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수 많은 가짜 광고가 각종 웹 사이트에서 판 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웹 사이트다. 부동산 웹 사이트에 등록된 매물 중 실거래 금액이 그대로 표시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매매의 경우는 말할 나위 없고 월세 시장의 경우엔 중고차 허위 매물과 같이 '일단 오게 만든 후 다른 집을 소개'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네이버에서 '강남 원룸'이라고 검색하면 수 많은 부동산 업체의 웹 사이트와 중계 거래 웹 사이트가 나타난다.


이들 중 하나를 클릭해서 들어가 보니 첫 페이지에 강남 지역의 풀옵션 원룸의 가격과 정보가 나와 있다. 역삼역에서 1분 거리에 있다는 한 19평형 풀옵션(냉장고, 세탁기 등이 기본으로 제공) 원룸이 보증금 100만원에 100만원 월세로 나와 있다. 17평형이 보증금 75만원에 동일한 가격의 월세로 나와 있는 경우도 있다. 19평형의 실평수가 17평이라고 되어 있고 17평형의 실평수는 15평이라고 되어 있다. 가격과 정보 모두 실제와 다르다. 대개의 원룸은 분양 평수 기준으로 실평수가 50~60% 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분양 면적이 19평이라면 실제 주거 공간의 평수는 12평 정도가 나오면 아주 잘 나오는 경우다.

가격 또한 실제와 20% 가량 차이가 있다. 강남 지역에는 수 많은 원룸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격에 대해 딱 잘라 말하기 힘들고, 계약 조건에 따라 월세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보는 화려한 화면의 원룸이라면 결코 저 가격으로 임대할 수 없다. 보증금을 높이거나 월세를 20% 이상 높여야 입주할 수 있다.


부동산 매물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 웹 사이트에서 강남 역삼동의 원룸 월세를 검색했더니 아래와 같은 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이들 가격을 찬찬히 읽어 보면 어떤 것이 허위 매물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위에 있는 매물은 59㎡ (약 17평) 기준으로 보증금 150만원에 월세 150만원으로 나와 있다. 매물 정보를 보니 실평수(전용면적)는 약 12평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실제 금액에 거의 근접한 매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아래의 매물을 보면 72㎡(약 21평)인 원룸이 보증금 1천 5백만원에 월세 80만원으로 나와 있다. 단순 계산을 해 봐도 이 쪽이 훨씬 싼 원룸일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시세와 매우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허위 매물이거나 낮은 가격만큼 뭔가 문제가 있거나.



부동산 웹 사이트의 허위 매물은 최근 몇몇 언론의 고발과 자체 정화 활동으로 인해 허위 매물 비율이 많이 줄어든 편이다. 실제로 지난 8월 강남 지역에 월세를 임대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뒤적여 몇 군데 부동산에 연락을 하고 직접 찾아간 적 있었다. 10여 군데를 찾아갔는데 그들은 거의 대부분 "아 금방 다른 분이 계약했어요"라든가 "그 물건 문제가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다른 상품을 제안했다. 그로 인해 일주일 넘게 헛걸음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울화통이 치민다. 그러나 지난 10월 초 다시 몇몇 부동산 중계 웹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보증금과 월세가가 과거에 비해 많이 현실화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허위매물이 많았고 설령 허위 매물은 아니더라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금액으로 계약을 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보증금이나 월세를 20~30% 정도 더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많은 부동산 사업자들이 허위 매물을 올리는 이유는 <불만제로>에서 보도한 중고차 시장의 경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어떤 식으로든 구워 삶아 다른 물건을 보게 만들 수 있고 그런 사람 중 일부는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허위매물은 중고차 거래 웹 사이트나 부동산 거래 웹 사이트 뿐만 아니라 많은 웹 사이트에서 반복되고 있다. 정직한 정보를 올려 둔 곳에는 구매자들이 클릭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그로 인해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의 질이 떨어지고 구매자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소모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허위 매물을 올려 이익을 취하는 몇몇 업체를 빼고 구매자와 인터넷 사이트 운영사, 정직하게 상거래를 이어가려는 대다수의 업체가 피해를 입게 된다. 정부가 직접 개입을 하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는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