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mo

보도 자료와 속임수 통계

어제 뉴스 클리핑을 보고 있는데 보도 자료 중 <직장인들 웹메일 대거 바꿨다...네이버, 다음 제치고 1위…네이트, 지메일 급부상>라는 제목이 보였다. 그 전 날 싸이월드를 브라우저 첫 페이지로 등록한 사람들의 숫자가 부쩍 늘어났다는 기사를 읽은 바 있기에 주목할만한 변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열어 보니 그런 게 아니었다.






아래는 보도 자료의 서두 부분이다.

이메일의 대명사였던 다음의 한메일이 네이버 메일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네이트와 구글의 지메일이 급부상하는 등 직장인들 사이에서 웹메일 서비스 이용에 큰 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즈니스용 인맥 구축 서비스인 링크나우(www.linknow.kr)는 회원 4만7천명의 이메일 사용 현황을 조사해 17일 발표했다.

그렇다, 한 웹 서비스 회사가 자사 회원의 이메일 사용 현황을 조사하여 발표한 것이다. 보도 자료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아마도 가입 시 뉴스레터 등을 받기 위해 사용한 이메일 주소를 추출하여 통계치를 뽑은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이 자료가 허무맹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네이버의 선전으로 인해 한메일 사용자가 줄어든 통계 자료가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마치 전수 조사를 한 것처럼 보도 자료로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 기가 막힌 것은 G메일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인데, 아마도 그것은 링크나우에 가입한 사용자 중 IT 관련 업종이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물론 보도 자료에 자사 모집단에 대한 소개는 전혀 없다.

이 보도 기사를 그대로 인용하여 포털에 뉴스를 제공한 언론사도 3곳이나 되었다. 물론 보도 자료는 기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홍보 수단이다. 그러나 이런 분석이 논리적 비약과 모집단의 대표성 결여라는 결정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마치 신뢰할 수 있는 전수 통계 조사인 것처럼 배포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이 회사가 자사 회원 관련 분석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비록 한 기업 웹 서비스의 사례지만 해당 업체에서 확보한 회원들의 특성을 알 수 있다는 의미는 있다.

만약 이 회사가 좀 다른 관점에서 통계 자료를 배포했다면 이야기가 좀 달랐을 것이다. 제목을 저런 식으로 뽑지 않았다면 '속임수 통계'라고 비난하지도 않았을 것다. 기업 홍보에 있어서 보도 자료의 배포가 중요한만큼 그 내용의 성실성과 정직성은 곧 그 기업에 대한 브랜드 평가로 직결된다. 어설프게 기업을 홍보하기 위해 과학성이 결여된 통계 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역효과만 낳게 한다. 또한 이런 보도 자료를 아무런 평가와 분석없이 기사화하여 배포하는 언론사들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Memo'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코리아, 어처구니없는 회원 가입 기능  (3) 2008.09.19
상상도 못했던 일  (6) 2008.09.18
술자리 면접  (10) 2008.09.15
약관 동의를 위한 체크 버튼  (4) 2008.09.15
구글, 태터앤컴퍼니(TNC) 인수 발표  (4) 2008.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