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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약관 동의를 위한 체크 버튼

지난 주 한 웹 사이트의 스토리보드를 검토하다 발견한 사소하지만 모든 웹 사이트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두 가지 사항을 이야기하려 한다. 주제는 상품 신청에서 '약관 동의'에 대한 인터페이스 처리다.







고객사의 경우 구매할 상품을 선택한 후 '결제하기' 버튼을 누르면 현재 신청 상품에 대한 긴 페이지가 나타난다. 과거에 여러 페이지를 거쳐서 결제가 처리되던 것을 편리하게 만들긴 했지만 페이지의 길이가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문제는 그냥 내버려둬도 상관없다. 어차피 사용자가 다 읽어야만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링크나 스크립트로 내용을 숨기면 오히려 더 많은 문제 - 도대체 그 내용이 어디 있는거죠!라는 항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길게 페이지 스크롤이 발생해도 문제없다고 내가 보장했다. 내 경험에 의할 때 이런 결제 페이지에서 일부 내용을 링크나 스크립트로 짧게 만들면 더 많은 문제에 처한다. 그런데 이 페이지에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있었는데 '구매 약관 동의' 체크 버튼이 그것이었다. 첫번째 문제는 위치였다.

최초 스토리보드에서는 "결제" 버튼 뒤에 구매 약관 동의 체크 버튼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 '결제하기' 버튼을 클릭하면 "구매 약관에 동의하셔야 합니다"라는 에러 메시지가 뜨도록 되어 있었다. 아마 웹 사이트에 이렇게 구현이 되어 있었다면 금세 바보 같은 인터페이스라는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나 파워포인트로 작성된 스토리보드로는 그런 현상을 발견하기 힘들다. 실제 동작하는 것을 상상하며 문서를 읽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그래서 약관 동의 부분을 결제 버튼 앞으로 옮겨 놓았는데 비록 '결제하기'까지 이동하는 페이지의 길이는 더 길어졌지만 어쨌든 사용자가 "이제 다 끝났고 돈만 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버튼을 클릭했을 때 "약관에 동의하라"는 멍청한 에러 메시지를 보내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발견한 또 다른 문제는 이 약관 동의에 대한 체크 버튼이다. 두 버튼은 '약관에 동의함'과 '동의하지 않음'이다. 라디오 버튼 대신 체크 버튼을 둔 것은 사용자가 약관의 내용을 모두 읽도록 강제하기 위함이다. 실제도 다 읽지 않더라도 라디오 버튼으로 둘 경우 그냥 '결제하기'를 클릭해도 되기 때문에 체크 버튼으로 처리한 것이다.

그런데 라디오 버튼이 되었든 체크 버튼이 되었든 둘 중 '약관에 동의함'을 선택하지 않으면 어차피 '결제하기' 버튼을 선택할 수 없다. 왜냐면 결제를 하려면 결제 약관에 무조건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웹 사이트 회원 가입 시 사용자 약관에 동의하지 않고 회원 가입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왜 '약관에 동의함'과 '동의하지 않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인가? 그냥 "약관에 동의하며 결제합니다"라는 버튼 하나만 존재하면 그만 아닌가?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차피 결제도 할 수 없으니 그냥 페이지를 닫고 나가면 그만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법률적 문제가 있는 지 확인해 봤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우리는 종종 웹 사이트를 만들며 사용자에게 많은 선택의 여지를 주는 게 좋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꽤 많은 경우 소위 '사용자의 선택'은 실제 불필요한 선택인 경우다. 사용자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원 가입을 할 수 없는 회원 가입 페이지, 구매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결제할 수 없는 결제 페이지, 개인정보 이용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는 이벤트 페이지 등등 사용자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선택할 수 없는 인터페이스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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