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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파이어폭스의 기술적 메시지

며칠 전 파이어폭스의 스마트 업데이트가 동작하기 시작했다. 2.0.x 버전을 쓰고 있던 파이어 폭스가 새로운 버전을 다운로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틀 동안 노트북 4대와 데스크톱 1대가 모두 업데이트되었다, 스마트업데이트가 기본 옵션을 동작하도록 되어 있는 바람에.







업데이트가 된 이후 몇 가지 새로운 경고 창을 만나게 되었는데 방금 본 새로운 - 이게 정말 새로운 것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 경고 창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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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다음의 뉴스 댓글을 읽다 브라우저의 back 버튼을 누르니 이런 경고창이 나왔다. 나름대로 웹 페이지와 브라우저의 대화를 이해하고 있다는 내 경우에도 왜 이런 메시지가 나오는 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전에 수행했던 정보'가 도대체 무엇이며 왜 이 정보가 나타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기술적인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해당 웹 페이지로 back으로 이동할 경우 바로 직전 페이지의 cach에 있는 정보를 다시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초기화하고 다시 정보를 보낼 것인지 물어 보는 경고창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게 틀릴 수도 있다. 그럼 경고창 어디에 이 문제의 경고창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링크라도 있든가. 링크가 없다면 아주 기술적인 이런 메시지를 보내면서 차라리 '관련 기술 코드'라고 옆에 적어 두든가.

그저 아무 생각없이 브라우저로 웹 사이트의 콘텐츠를 읽고 있던 사람이라면 좀 난감한 메시지다.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리다 뒤로 돌렸는데 갑자기 화면 가운데 저런 경고창이 나타나면 기분이 어떨까?

10여년 전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기술적 경고, 오류 메시지에 매우 익숙했다. 온갖 에러 메시지를 경험하며 브라우징을 해야 했고 브라우저가 보내는 기술적 메시지가 상세할수록 좋은 브라우저라고 생각했다. 모자익, 넷스케이프를 사용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로부터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브라우저는 이제 텔레비전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을 브라우저의 기본 페이지로 지정해둔 사람들은 네이버가 제공하는 콘텐츠 채널을 이용한다. 로그인이 필요할 때 키보드 위로 손가락을 올리고 나머지는 거의 마우스만 클릭하며 채널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즐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마우스로 서핑하는만큼 키보드를 사용하여 데이터를 입력하고 결과 값을 저장하고 다른 곳으로 전송하는 일을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마우스로 채널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서핑하며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브라우저를 통해 보이는 콘텐츠는 텔레비전이 제공하는 콘텐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채널 자체의 정치성과 사회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콘텐츠 자체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브라우저의 특정 기능만 집중적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기술적 메시지가 나오면? 정신적 충격이라도 받을까?


지난 10여년 간 두 번의 웹 브라우저 전쟁이 지나갔다. 앞으로 새로운 웹 브라우저 전쟁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여러 웹 브라우저들은 이제 기능의 강위력함 대신 각종 웹 사이트의 콘텐츠를 제대로 - 빠르고 정확하게 - 보여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왜 사람들은 어떤 브라우저를 선택하는가?"라는 통계조사에 투자하는 조사 기관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왜 사람들은 어떤 콘텐츠를 보려고 하는가?"라는 통계조사가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웹 브라우저를 개발하는 회사들은 웹 브라우저의 혁신적 기능이나 표준화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소비하는 콘텐츠를 더 잘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이런 기술적 메시지는 앞으로 더 보기 어려워 질 수 있다. 최소한 다음 버전에서는 이런 기술적 메시지는 어떤 식으로든 더 보기 어렵도록 기능을 개선하든, 옵션을 다양화하든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기술적 메시지'를 판단하는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웹 브라우저는 어떻게 변신하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 본다. 컴퓨터의 콘텐츠 채널이 되지 않을까? "웹"이라는 플랫폼의 수 많은 콘텐츠로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 채널 혹은 리모콘이 되지 않을까. 아, 맞다. 원래 그런 의미였기 때문에 "web browser"라고 이름을 붙였지. 



** '파이어폭스의 기술적 메시지'는 '브라우저의 기술적 메시지'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파이어폭스3로 스마트 업데이트된 이후에 경험한 일이기 때문에 제목을 그대로 유지할 뿐 이 글은 텔레비전의 채널링처럼 동작하는 웹 브라우저에서 한 번씩 튀어 나오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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