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guacu ONLY

웹 사이트의 정체성(identity)

소크라테스의 그 유명한 격언인 "네 자신을 알라"를 기억하실 겁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무지함을 스스로 깨달음으로써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직접 저술한 책이 없는 관계로 그의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곤 합니다. "네 자신을 알라"는 표현을 스스로 겸손함을 가지라는 말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정체성(identity)에 대한 고찰"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때 훨씬 유용합니다.


문제 자체의 정체성에 대한 고찰

트레이스존은 몇 년 동안 무료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낯선 분들이 우리에게 회사나 사업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지며 문제에 대해 토로할 때 우리가 응대하는 방식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우리는 자주 이런 질문을 합니다,

"그 문제는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나요?"

이 질문은 소크라테스가 했던 질문의 방식 중 산파법과 비슷합니다. 우리에게 문제에 대해 토로하는 분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는 문제 자체에 대해 자주 질문을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문제 자체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에 대한 대답을 하려면 일단 그 문제가 올바른 것인지 분명히 판단해야 합니다. 즉, 문제에 대한 대답은 그 문제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장님 신드롬

문제의 정체성이 올바르다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문제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전 우리를 찾아왔던 한 젊은 기업인은 새로운 웹 사이트를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우리 웹 사이트의 기술력이나 참신성은 우수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을 위한 비용이 부족하고 경험도 일천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궁금합니다."


그가 만든 웹 사이트를 유심히 검토한 후 우리는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혹시 그 질문 자체에 대해 의심해 본 적 없습니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그에게 이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만약 웹 사이트의 기술력이나 참신성이 우수하지 않다면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의 대안은 쓸모없을텐데, 그런 경우에 대해 생각해 보았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황당하다는 듯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다,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끼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저는 해당 웹 사이트와 같은 기술은 이미 구현되어 있고 구체적으로 얼마의 비용을 쓰면 동일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참신성 부분에서 '너무나 참신하여 도대체 뭘 어떻게 쓰라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픈 컨설팅이 끝난 후 그는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돌아갔고 제 기분도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공들여 만든 웹 서비스에 대해 자긍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그것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을 만나면 불쾌하기 마련입니다. 그로인해 주변의 조언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흘려 버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장님 신드롬'이라고 부릅니다. 이 신드롬에 빠져 버리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게 되고 결국 자신만을 위한 웹 서비스를 만들게 됩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

혁신하는 웹 사이트는 정체성이 없습니다. 왜냐면 항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때문에 누군가 "이 웹 사이트는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그 정체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것은 현재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혁신으로 이어지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항상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를 발견하려면 어제의 '나'가 무엇이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또한 오늘과 다른 내일의 '나'를 발견하려면 오늘의 '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하나의 웹 사이트에 대한 고민이고 또한 나에 대한 고민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