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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채용과 블로그, 그 개싸움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올블로그를 운영하는 (주)블로그칵테일에서 한 사람을 채용하겠다고 한 결정을 번복했고 당사자는 채용 과정과 번복 과정을 상세히 블로그에 올렸다. 게다가 이 회사의 부사장이 이 글에 대한 반박글을 올렸다. 당사자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개싸움 모드가 되기 일보 직전이다.





채용이 번복된 사람의 글
그 내용에 반박하는 사람의 글


이 사건은 재미있게 진행될 수도 있고 그야말로 개싸움이 될 수도 있다. 개싸움이라는 표현에 반감이 들 수 있지만 서로 물고 뜯느라 이야기할 틈이 없다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어쨌든 이 사건은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 그 내용을 공개할 수 있나 없나에 대한 주제에 나는 관심이 있다. 회사 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채용했고 해고했던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다.

일년 전 한 프로젝트 때문에 고객사에서 일할 사람을 대신 채용한 적 있다. 그 때 인터뷰를 온 분들에게 한결같이 한 이야기가 이것이다,

"오늘 하신 이야기는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공개하셔서는 안됩니다."

이 조건을 허락하는 사람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고 다행히 모든 분들이 약속을 지키셨다. 물론 덕분에 고객사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암흑 속이었다. 컨설턴트 입장에서 고객사에 대한 이야기가 온라인에 많이 퍼지길 바라는데 고객사가 워낙 은밀하게 모든 일을 진행하기 원했기 때문에...

채용은 쉬운 과정도 아니고 많은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채용 당사자들은 그 오해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상대방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두 당사자가 그런 채용의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같다. 두 당사자 모두 억울하기 이를데 없을 것이다. 그러나 둘 다 이야기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 주제였다.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만 이런 주제는 이야기해봐야 오해가 확대 재해석될 뿐 적절한 합의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야기 하나. 나는 좋은 채용 담당자는 아니었다. 어떤 경우 인터뷰하러 온 사람을 울게 만든 적도 있었고 열과 성을 다한 입사 지원자를 절망에 빠뜨린 적도 있었다. 내 그런 행동이 옳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런 내 생각 때문에 나는 좋은 채용 담당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채용 담당자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못한 것을 알고 있고 그 잘못을 여러 번 당사자들에게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한 것을 이야기할 때 어떤 식으로든 이유를 댄 적 없다. 그냥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사과는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과할 때 제 역할을 한다.


* 이 이야기를 하면 괜히 욕 먹을 것 같지만... 나는 공공연히 '올블로그'를 블로거들의 카페라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사건 때문에 나는 더 자주 이 이야기를 할 것 같다. '블로거'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모이는 몇 만 정도의 파워풀한 카페. 블로고스피어는... 무슨  얼어죽을. 그러나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카페'의 경우 사소한 실수로 서비스가 끝나 버리는 경우가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경우엔 그보다 위험이 덜하다. '올블로그'가 카페인지 비즈니스인지 나 또한 자주 헷갈리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