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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안철수 연구소, NHN 툴바 통해 무료 백신 제공

안철수 연구소가 NHN에 무릎을 꿇다. 어제 이런 제목의 기사를 몇 개 볼 수 있었다. NHN이 네이버 툴바를 통해 무료 백신을 배포하겠다고하자 극렬하게 저항했던 안철수 연구소가 결국 NHN 툴바에 자사의 백신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배포를 승낙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했더니 두 가지 반응이 있었다.

반응 하나, "어? 그런 일이 있었어?"
반응 둘, "NHN 좀 심한 것 아닌가?"

그리고 소수의 반응으로 "안철수 연구소 바보"라는 게 있었지만 별 의미없기에 넘어가자. 전자의 경우는 비록 IT 업계에서 일을 하지만 무료 백신이라는 시장이 그리 크지 않고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해당 업계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일이지만 업계 전반으로 본다면 무료 백신이 더 많은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로 "그런 일이 있었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또 다른 의견이 있었는데, 안철수 연구소가 계속 고집을 부리길 원했다는 의견이다. 그런 의견을 제시한 사람들은 안철수 연구소의 입장을 지지하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백신 엔진이라는 카스퍼스키 엔진을 무료로 쓸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NHN은 사용자가 안철수 연구소나 카스퍼스키 엔진 중 하나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멀티 엔진을 제공할 예정이니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반면 NHN이 좀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은 한국 포털 업계의 독과점 구조를 염려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왔다. 중소기업이 밥벌이하고 있는 백신 업계까지 NHN이 굳이 건드릴 필요가 있냐는 반문이었다. 그들도 NHN이 불법적이거나 담합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했다. 다만 도의적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시장까지 그런 식으로 망칠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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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네이버 툴바 바이러스 무료 치료 창>


나는 이번 건에 대해 NHN의 입장은 이해되는 편이고 안철수 연구소가 몇 년 동안 시장 선점자이자 리더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통해 안철수 연구소가 보안 관련 전문 기술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들의 도전은 상당 기간 정체되어 있었고 그동안 내수 시장으로 밥벌이하는데 급급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내수 시장의 파이를 독식하는데 몰입하여 현재와 같은 결과 - NHN의 무료 백신 배포, 알약과 같은 업체의 도전에 무력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한다.

또한 네이버의 무료 백신이나 알약과 같은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배포되어 백신의 탈을 쓴 애드웨어 배포 프로그램들이 완전히 사라지길 기대한다. 지난 몇 년 간 애드웨어나 스파이웨어를 잡는다는 핑계로 사용자 컴퓨터에 광고 프로그램을 심거나 멀쩡한 파일을 바이러스로 만들어 놓고 유료 결제를 요구했던 몇몇 애드웨어 프로그램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바란다. 사실 최근 몇 년 간 백신 시장은 그런 사기꾼들이 만든 프로그램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 사라진다면 비록 기존 시장이 줄어드는 아픔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 생각한다.


p.s : 네이버가 왜 툴바를 통해 무료 백신을 보급하려고 하는 걸까? 이번 사건을 접하며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나 기자가 없다는 것이 참으로 이상하다. 아마 네이버가 검색 혹은 포털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무료 백신을 배포했을 것이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네이버 툴바의 슬로건을 본다면 좀 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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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정직한 주소창! 네이버 툴바" 이 슬로건은 지난 몇 년 동안 툴바를 설치하면 주소창이 임의의 검색으로 변경되는 일부 툴바에 대한 경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어떤 툴바는 설치를 하면 주소창에서 "서울시"라고 치면 서울의 어떤 대부업체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트래픽을 몰아 돈을 버는 업체들이 상당수 있었다. 네이버 툴바는 스스로 그런 일을 하지 않는 '정직한' 주소창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거기에 '안전함'을 보장하기 위해 백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네이버 입장에선 자신들의 행위가 매우 정당한 것이다. 그것마저 또 다른 의미 - 네이버의 한국 인터넷 장악 음모 -로 곡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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