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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써 웹 : Web as platform

과거에는 애플리케이션과 웹은 서로 다른 세계의 것이었다. 웹에서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혹은 소프트웨어)은 지극히 일부였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 많은 사람들은 웹과 애플리케이션을 그리 구분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나는 5년 전까지 영어나 한국어에 대한 의미를 찾을 때 아래아 한글이라는 소프트웨어에 번들로 제공되는 사전을 이용했다. 매우 자주 사용했기 때문에 윈도의 실행 단축키를 설정해 두고 사용할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은 네이버 사전을 사용한다. 과거에 비해 바뀐 점이라면 특정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대신 브라우저를 열고 링크를 클릭하는 정도다.

업무 상 여러 대의 컴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네이버 사전에 접근하는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회사 데스크톱 컴퓨터의 경우 일을 하는 도중에 사전을 참조해야 한다면 <새 창 열기 -> 주소창에 dic.naver.com 입력 -> input 창에 단어 입력 -> 엔터 키>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반면 네이버 툴바가 설치되어 있는 노트북에서 작업을 할 때는 <툴바의 아이콘 클릭 -> 팝업창 -> input 창에 단어 입력>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어떤 식으로든 네이버 사전에 접근할 때 언젠가부터 이것을 마치 언제든 실행할 수 있는 사전 애플리케이션으로 인지한다. 사실 네이버 사전에 접근한다는 것은 <브라우저가 특정 URL을 호출 -> 서버에서 해당 페이지를 출력 -> 웹을 통한 데이터 입력 -> 서버가 사전 데이터에서 관련 값을 호출 -> 웹 서버로 전달 -> 정해진 포맷에 따른 출력>의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과정이 마치 내 컴퓨터에 있는 사전에 질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네트워크 케이블을 뽑으면 "네이버 사전"이라고 나타나는 아이콘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플랫폼으로써 웹(Web as platform)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상의 나래를 펴곤 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현상은 금방 이야기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검색 플랫폼을 갖고 있는 네이버에 접근하여 각종 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네이버가 갖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것이다. 원 거리에 있는 어떤 데이터베이스를 브라우저라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웹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인터넷이라는 인프라스트럭처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다. 클라이언트 애플리케이션과 서버 애플리케이션이 동작하는 것이다. 플랫폼으로써 웹이 구체화되는 것은 사람들이 이런 클라이언트-서버 관계를 인지하지 못하고 너무나 당연하게 웹 브라우저에서 어떤 정보를 요청하고 또한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것이다.

최근 어도비사(포토샵으로 유명한)는 웹에서 포토샵에 버금가는 이미지 편집을 할 수 있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시연한 바 있다. 앞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클라이언트에서 동작하던 애플리케이션이 보다 적극적으로 웹에서 동작하도록 포팅될 것이다. 이런 현상 때문에 웹의 표준도 자주 바뀌게 될 것이고 사용자들은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어떤 웹 사이트에 접근하여 사용하게 될 것이다. 네트워크는 더 많은 데이터를 송출입해야 할 것이고,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 사용자들이 이런 서비스를 통해 제작하는 콘텐츠는 급증할 것이며 검색 엔진은 더욱 정교하게 이런 데이터를 수집할 것이다. 기업 구성원을 위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은 다소 늦게 이런 변화를 받아 들일 것이지만 새로운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의 구축 비용은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새로운 웹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기술에 대한 부담을 느낄 것이며 투자자들은 정말 웹에서 잘 동작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게 될 것이다. 웹 사용자들은 더 많은 콘텐츠를 접하게 될 것이지만 어떤 콘텐츠가 자신의 목적에 가장 적합한 지 그것 자체를 이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될 것이다.

바로 위 문단을 다시 읽어 보라. 이것이 웹의 근거리 미래다.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들려는 사람들이나 웹에서 사업을 하려는 사람 중 어떤 기술 구현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위 문단에서 이야기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면 어떤 식으로든 이런 변화는 도래할 것이고 그 변화가 요구하는 자질을 갖춰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 문단에서 이야기한 것은 큰 변화에 대한 것이며, 반드시 변화할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 자신의 사업이 위 변화의 주변이나 중심에 있는 지 확인해 보라. 나를 믿지 못하더라도 이런 변화는 반드시 일어난다. 왜냐면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 변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p.s : 장기적으로 볼 때 - 10년 후나 그 이상의 시간 - 웹을 대체할 어떤 미디어가 다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근거리를 본다면 웹은 더욱 창대하게 발전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 단순하고 소박하며 또한 허술하기 이를데 없는 웹(WWW)을 너무 깊이 신뢰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 볼 때 인류가 늘 최선의 대안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웹은 최선의 대안은 아니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