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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vs 블로그

SKT의 블로그 서비스인 토씨(www.tossi.com)을 초대 받아 쓰면서 블로그와 이 서비스의 간극에 대해 생각해 봤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토씨의 디렉토리와 파일 네임에 blog라는 단어가 간혹 보인다. ~/blog/***.do 와 같은 디렉토리가 있다. 미니 블로그 혹은 한 줄 블로그라고 불리는 토씨와 같은 서비스를 기획하며 기존 블로그와 차별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을 리 없다. 이것은 미투데이나 플레이톡과 같은 서비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토씨를 이틀째 쓰며 내가 느끼는 차이점은 단순히 글의 분량에 대한 차이나 어떤 처지에서 글을 쓰냐의 차이가 아니다. 토씨와 같은 서비스는 단상(짧은 생각)에 대한 기록을 위해 존재하고 블로그는 그보다 긴 기록을 위해 존재한다. '존재하는 것 같다'가 아니라 '존재한다'고 명확히 이야기하는 것은 블로그와 차이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이 차이점은 분명하게 사용자에게 각인될 것이다. 다시 말해 토씨와 같은 서비스는 글 자체의 아카이브는 별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블로그의 글은 그 자체로써 가치를 갖는 경우가 많겠지만 토씨류의 서비스는 글 자체의 역사적 가치는 매우 개인적인 수준에서 의미있을 것이다. 조금 쉽게 비유하자면 블로그에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 원고 청탁이 오겠지만 토씨에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 그런 청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 면을 고려한 듯 토씨는 1000자까지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의 근본적인 속성 때문에 1000자가 아니라 10000자까지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더라도 이런 속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토씨가 11월 이후 이 서비스를 상용화하더라도 블로그가 갖는 저널리즘이나 개인 미디어로써 속성을 갖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토씨가 저널리즘이나 미디어 혹은 이슈 메이커로써 주목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현지성과 실시간성이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자. 성수대교가 오전 8시 30분에 붕괴되었다. 과거 토씨가 없을 때는 이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도 현장을 현지성과 실시간성에 맞게 전달할 수 없었지만 토씨는 그런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유료 서비스라는 한계를 극복하려면 무료로 소식을 보낼 수 있는 <토씨 119>와 같은 서비스를 만들면 그만이다. 또 다른 상황을 가정해 보자. 장동건을 밥 먹다가 봤다면? <토씨 연예 핫라인> 같은 걸 만들면 그만이다. 유료라는 한계는 이런 식으로 극복될 수 있다. SKT니까 충분히 가능하다.

토씨가 이런 콘텐츠를 수집한다면 블로그와 다른 현지성과 실시간성을 구현한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 트렌드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단지 모바일과 결합한 짧은 자신의 기록만 주고 받은 플랫폼으로써 역할한다면 그 미래는 뻔하다. 잡담은 토씨에, 의미있는 글은 블로그에 쓰게 될 것이다. 토씨를 비롯한 유사 서비스의 미래는 현지성과 실시간성을 강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 류의 서비스를 많이 만들어야 하고 그래야 블로그와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서비스의 차별성을 구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