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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방향 잘못잡은 야후 블로그 랭킹

야후!코리아의 관계자가 조만간 오픈할 새로운 서비스인 야후! 피플링의 <블로그 랭킹>에 대한 미리보기를 보내왔다. 서비스의 인터페이스와 동작은 거의 완료된 상태였고 랭크의 작동 원리도 부분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한 달 전 쯤에 우연히 <블로그 랭킹> 서비스를 본 적이 있고 그에 대한 문의를 했었는데 친절하게도 미리 서비스의 일부를 보여주고 의견을 구한 것이었다. 이 서비스에 대해 내 첫번째 의견은 FGI(Focus Group Interview, 심층 그룹 인터뷰)에서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것이다.


(현재 피플링의 블로거 랭킹)

<블로그 랭킹>에 대한 소개글의 첫 부분은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지난번 피플링 첫번째 버전의 론치를 준비하면서 FGI(Focus Group Interview)를 할 때에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이 "특정한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있는 블로그를 찾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였습니다.

FGI 선정을 어떻게 했는 지 모르겠으나 내가 만약 블로거라면 <블로그 랭킹>을 방문했을 때 "내 블로그의 위치"를 가장 먼저 확인할 것 같다. 분야별 전문성이 있는 블로그를 찾는 것은 그야말로 심층 그룹이나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검색이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보는 <블로그 랭킹>을 일반 블로거가 봤을 때 자신의 위치를 가장 먼저 찾고 싶지 않을까? 그런데 현재 <블로그 랭킹> 서비스는 자신의 블로그를 찾을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매우 약하게 포지셔닝되어 있다.

자신의 위치를 찾아봤더니 5,000 등 쯤 한다거나 아예 등수가 없으면 어떤 기분일까? 에라이 뭐 이런 게 다 있나?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다른 블로그의 이름을 입력해 보고 몇 등을 하나 찾게 될까? 현재 <블로그 랭킹>에는 그런 게 없다. 있더라도 매우 약하게 위치하고 있다. 상위권에 위치한 블로그의 경우엔 홍보 효과도 있고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그걸 다 합쳐봐야 한줌도 되지 않는다.


(새로 선보일 블로그 랭킹)

야후!코리아 블로그 팀에서 내부 스토리 텔링을 많이 진행했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내 등수 찾기'를 중심에 둔다면 이런 스토리 텔링을 할 수 있다.

- 내 등수는 몇 등일까?
- 내 등수가 아주 낮네
- 어떻게 등수를 올릴 수 있지?
- 스크립트를 복사해서 내 블로그에 붙일 수 있습니다
- 간단한 스크립트를 복사하면 "제 블로그가 250/4000 등이에요! 제게 힘을 주세요!"라는 홍보 문구가 블로그에 붙게 된다
- 이걸 클릭해서 해당 블로그에 투표를 할 수 있다
- 해당 블로그의 등수가 올라간다

투표 대신 방문자 숫자로 체크할 수도 있다. 물론 1등이 된다고 무슨 대단한 명예가 주어지거나 '주간 최고 등위 상승상' 따위를 주는 건 없다. 다만 그것 자체가 재미있는 블로그 자기 홍보 수단이 되면 그걸로 족하다.

아래 그림은 2003년 12월 경 홍콩에 사는 한 개인 블로거가 "Asia Blog Award"라는 이름으로 주최한 온라인 콘테스트에서 사용된 홍보 스크립트다. 이 블로그 콘테스트에 참여한 블로거들은 간단한 스크립트를 행사 주최 블로그에서 복사하여 자기 블로그에 붙여 넣고 홍보할 수 있었다. 당시 내 정서에는 "공정한 투표에 무슨 자기 홍보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은 매우 의아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것이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자신의 위치 변화를 즉시 알 수 있는 유용한 수단임을 깨닫게 되었다.


('TOP 250에 들고 싶어요, 나를 뽑아주세요'라는 자기 홍보 스크립트)


현재 <블로그 랭킹>은 너무 단순한 순위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블로그의 순위를 검색에 반영하려는 성급함이 보인다. 한 번 <블로그 랭킹>을 방문한 사람이 자신의 순위를 계속 확인하기 위해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도록 만드는 어떤 아이템이 보이지 않는다. 설마 야후! 툴바에 이걸 집어 넣어서 배포할 계획은 아니겠지? 그건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물론 블로거의 성향을 분석해주는 기능도 있지만 그리 흥미롭지는 않고 차라리 "오늘의 블로그 운세"를 갖다 붙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블로그 랭킹>은 야후!코리아의 자체 분석법에 따라 순위를 정한다.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야후!코리아의 블로그 랭킹>이다. 아래와 같은 인기도 공식을 사이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 다른 회사 블로그에서의 링크수 x 3 ) + ( 같은 회사 블로그에서의 링크수 x 1 ) + ( 자기블로그 자체의 링크수 x 0 )

저 '링크'라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저 공식대로면 내 네이버 블로그는 내부 링크만 따져도 4,500 점이 넘는다. 또 다른 공식을 적용시켰겠지만 현재 내부 공개 버전에서 보이는 랭크는 신뢰성이 그리 높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구글의 'link:URL' 검색어의 결과를 참조하여 랭크를 구성한다면 조금 더 신뢰성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정확하지는 않다. 특히 네이버 블로그와 같이 링크(이웃)에 대한 정상적인 데이터 수집이 어려운 경우라면 더욱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앞서 이야기한 "내 블로그는 몇 등일까?"라는 식으로 사용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야후!코리아의 서비스는 너무 높은 완성도를 원하는 바람에 복잡하기만 하고 재미없는 서비스가 자주 나오는 것 같다. <블로그 랭킹>은 최근에 내 놓은 서비스 가운데 그래도 사용자의 흥미를 끌 수 있을 것 같은데 방향을 '정보성'으로 잡았기 때문에 이런 재미를 날려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