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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Open API, 요구에 대하여

네이버 Open API를 자신의 서비스에 적용시키려는 사람이 이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점을 토로했다. 대부분의 생각에 동의하며 내 의견을 덧붙인다.

특히, “절대 비상업적 용도로만 사용하셔야 합니다.”는 바꿔야 한다. 아마존은 ECS 프로그램을 통해 전세계 개발자들과 수익을 분배하고 있다. 어차피 그들이 없었다면 벌어들일 수 없던 수익인데 그들을 통해 벌었으니 당연히 나눠줘야지. 과연 수익 분배가 없었다면 14만명이나 되는 개발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을까? 수익 분배가 된다면 많은 국내 사이트에서 구글 애드센스보다 네이버 API를 사용할 것이다.

아마도 네이버 측에서 검색 기능 중 일부를 API로 공개하려 했을 때 내부적으로 그 동력 인자는 일부 개발자와 기획자 그리고 경영진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거의 대부분은 뭐하자는 소리인 지 이해를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설마 2천 여명이 모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수익 분배 모델은 네이버의 고유한 사업 모델을 훼손할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을 가져 올 수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네이버의 폐쇄적 서비스 운영 정책 때문이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시비 걸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인기에 영합하려고 혹은 별 생각없이 이런 문제점을 '네이버의 운영 정책을 한계다'라고 단언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그러나 조금만 책임감있게 생각하면 이렇게 단정할 수 없는 수 많은 사업적 요소와 개발 요소, 운영 이슈가 있다. 그 요소와 이슈가 뭔 지 설명하라면 나는 "찾아서 읽어 보라"고 권할 수 밖에 없다.

“네이버 OpenAPI를 사용하고 있음을 나타내 주셔야 합니다.” 이 조항도 별 의미없는 조항이다. 어차피 모든 링크가 네이버로 가게 되어 있는데 굳이 네이버 로고를 나타내야 하고 네이버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하는가?

내가 알기로 이것은 권고 사항이다. "Powered by Naver"를 삽입하는 건 마치 태터툴즈가 GPL로 전환하기 전의 상황과 같다. 태터툴즈를 설치하여 사용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태터툴즈 로고와 URL을 표시해야 했다. 어떤 사람은 그걸 삭제하기도 했는데 태터툴즈 커뮤니티 내에서 상당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 내가 과거에 스킨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그런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물론 네이버가 굳이 이런 구절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경영자였다면 반드시 삽입하라고 이야기했을 것 같다. 넣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것보다는 나타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사업적으로 합리적이다. 다만 이 조항을 '권고 조항'이라고 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알다시피 NHN은 내부적으로는 유연할 지 모르겠지만 외부로 드러나는 모습은 굉장히 딱딱하다.

“하나의 유저(KEY)당 서비스별 하루(24시간) 5000 쿼리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서비스가 중지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웃긴 조항이다. OpenAPI의 목적이 뭔가? 최대한 널리 사용하게 해서 자사로 유입되는 트래픽을 늘리는 것 아닌가? 5000쿼리는 넘긴다면 오히려 각종 지원을 해줘야한다^^ 물론 트래픽을 네이버로 날려주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DB를 가지고 다른 용도(?)로 이용할까봐 그런 것 같다. 이 문제는 수익 분배해준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당연히 악용하는 사례가 있겠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안 담근다면? ^^

나도 이 조항 때문에 주변에 네이버 Open API 사용 권유를 망설이게 된다. 그런데 네이버 이재광 검색 팀장이 최근 사적인 세미나에 초빙되어 한 이야기 가운데 재밌는 표현이 있다. 세미나의 후기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견했다,

"얼마전 OpenAPI를 공개했는데 사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준비되고 있으며 거기에 거는 기대도 크다고 한다. 다른 포털업체에서도 빨리 OpenAPI를 공개해서 재미있는 Mashup들을 많이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팀장님의 바램이었다. 네이버가 그렇게 적극적이어서 놀랐다. 어느 정도냐면 네이버가 정해 놓은 정책에 얽매이지 말고 맘대로 써보란다. 안되면 연락을 달란다. 어떻게든 되게 해 줄테니... 역시 OpenAPI의 성공은 그것을 가지고 재밌게 노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느냐에 달린 것 같다."

이렇다고 하니 5,000 쿼리 때문에 서비스를 만들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이재광 팀장에게 메일을 보내 보기 바란다. 물론 비공식적 세미나에서 한 발언이라 그런 이야기한 적 없다고 잡아 떼거나 쿼리 문제는 아니었다고 대답하면 할 말 없다만 ;-)

끝으로...

네이버 OpenAPI 공식 까페에 가면 불만과 요구사항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네이버는 별 관심이 없는것 같다. 답변도 늦거나 무성의하다. 심지어 API를 이용하는 예제도 없다. 그들을 잘 관리하면 훗날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내가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도 네이버 OpenAPI에 대한 관심이 있기 때문이지 뭐하러 시간 들여서 글을 쓰겠는가! 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을 잡아라.

불만과 요구사항은 네이버 고객센터를 이용하시라. 농담이다.

이런 요구 사항을 블로그에 그냥 써 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네이버는 "네이버, Open API, 네이버 블로그"등 자사 주요 서비스 관련 제목이나 내용이 들어 간 글을 수집하여 내부 직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확인해 본 바는 없으나 분명히 그런 클리핑 프로그램과 서비스 공급사가 존재한다. 어쩌면 자체적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수집하여 제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공식 카페나 고객센터에 투덜거리느니 자기 블로그에 그냥 써 버리는 게 훨씬 강력한 힘을 갖는다. 이 글도 그들은 보게 될 것이다. 아님 말구.


네이버 Open API는 그걸 누가 쓰는 가에 따라 네이버에게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네이버는 정확히 판단을 했을까? 그러지 않았으리라 본다. 시뮬레이션을 해 봤겠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의 파급 효과가 생길 것이며 자사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대충 예측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점들은 나름대로 파악을 했을 것이다. 나머지는 불확정의 영역으로 내버려두고 시간이 지난 후 어떤 변화가 생기는 지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난 이런 걸 좋아한다. 많은 개발자들과 기획자들이 네이버 Open AP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그래서 그들이 불확정의 영역으로 내 버려뒀던 것이 매우 큰 힘과 가능성이 있음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

그래야 네이버 Open API의 미래도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