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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엔터키를 치면 br인가 p인가?

티스토리 에디터가 업데이트되고 나서 소란이 있었다. 엔터키(enter key)를 입력했을 때 </br> 태그가 입력되지 않고 </p> 태그가 입력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티스토리 사용자들이 불만을 토로했고 결국 티스토리 운영진은 새로운 옵션을 추가하는 것으로 문제를 가름했다.

새 에디터 문단간격 옵션 추가 예정 안내

나는 에디터에서 엔터 키를 눌렀을 때 태그 입력 형태가 바뀐 것에 대해 별 불만이 없었다. 문단 구분을 위해 하나의 빈 줄이 들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엔터 키를 한 번 입력하는 것과 두 번 입력하는 것을 매번 신경쓰지 않아 더 좋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원고지에 글을 써 본 경험이 있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줄 바꿈을 하는 것은 보기 좋으라는 의미보다 편집의 의미가 훨씬 강하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온라인 글쓰기에서 줄 바꿈을 읽기 편하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경향이 훨씬 강한 것 같다.

오래 전 터미널에서 이메일을 작성하던 시절이 기억난다. vi 에디터에서 문서를 작성하고 sendmail로 바로 보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pine이라는 터미널 편집기를 주로 사용했다. 이 편집기를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76라인에서 자동 줄 바꿈"이 되기 때문이었다. vi도 가능했지만 그 수 많은 단축키를 외우고 싶지 않았고 단지 이메일을 쓰려는 내게는 pine이 훨씬 좋았다. pine은 자동 줄 바꿈 기능뿐만 아니라 PC의 편집기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해서 참 좋았다. 자동 줄바꾸기 덕분에 읽는 사람이 끝없이 늘어진 문단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꽤 시간이 흘렀다. 이제 사람들은 문단의 길이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문단을 바꿀 때 그게 글의 흐름 때문이라는 기초적인 사실을 모르고 온라인 글쓰기를 하는 사람도 많다. 

</br> 태그와 </p> 태그의 차이는 보기에 좋고 나쁨이 아니라 문단을 바꾸는 이유에서 출발한다. 문단을 바꾼다는 말은 그 앞의 이야기와 지금 이야기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이야기의 주제나 소재, 말하는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엔터 키를 누를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는 길게 연결된 문단이 부담스럽다. 설령 이야기 내용이 바뀌지 않아도 서너 줄 정도의 글을 쓰면 자연스럽게 엔터 키를 누른다. '읽는 부담'을 줄이고 싶은 것이다. 한 문단이 10줄 이상 길게 진행될 때 읽는 사람이 느낄 부담을 줄여주고 싶고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몇 줄 글을 쓰다 엔터 키를 누르고 또 몇 줄 쓰다 엔터 키를 누른다. 이야기 내용이 바뀌지 않아도 그렇게 한다. 

물론 어떤 이야기는 고의적으로 문단을 바꾸기도 한다. 긴장감있게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여러 줄을 띄우기도 하고,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많은 빈 공간을 배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칙은 그런 것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온라인 글쓰기의 다양한 기술적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엔터 키를 통해 그런 효과를 거두려고 하는지 모른다. 


도 


온라인에서 글쓰기를 하는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글을 쓴다. 단지 문단을 바꾸는 방법 외에 다양한 이펙트가 있는데 문단을 바꾸는 것이나 글자의 크기, 자간, 강조와 같은 기초적인 방법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온라인 글쓰기의 이펙트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2가지를 기억하면 된다.


1. 문단 바꾸기를 하는 기본 이유를 알 것

2. 온라인 글쓰기의 특징인 "편집의 자유"를 고민할 것


텍스트 아트가 가능한 곳이 온라인 글쓰기다.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그저 쓰고 공개할 뿐이다. 엔터 키를 쳤을 때 한 줄이 바뀌든 두 줄이 바뀌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그런데 계속 그런 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악다구니를 쓰는 게 지켜보기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