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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내게 감명을 준 사람들

회사 생활을 하며 "웹 서비스 기획 -> 신규 사업 기획 -> 웹 서비스 기획"을 왔다갔다하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했다. 이들 중 내게 절망과 실망을 준 사람도 있었고 내가 그런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내게 큰 도움을 준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에 대한 깊은 감명을 준 사람들 꼽자면 세 명이 있다. 우연히도 이 세 명은 현재 웹 서비스 기획을 하지 않고 있다.

장유권. 인츠닷컴에 근무하던 1999 년에 만난 친구인데 키 크고 잘 생기고 말 잘하고 똑똑하고 게다가 화류계에 정통한 동갑내기 친구였다. 온라인 영화 투자를 제안했고 영화 <반칙왕>의 온라인 개인 투자 서비스를 만들었다. 굉장히 아이디어가 넘치는 친구였는데 저녁마다 만나서 술을 마시며 온갖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서로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한 번도 같이 일한 적은 없다. 서로 너무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에 나는 그를 dreamer라고 불렀고 그는 나를 너무 따지는 놈이라고 불렀다. 몇 년 전 신사동 길 거리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영화 기획사 사장 명함을 받았다. 아마 아직도 영화판 근처를 어슬렁 거리고 있을 것이다.

이현용. 스카우트에서 함께 신규 사업 기획을 했던 분이다. 두 살 많은 사람이었는데 HR (인사관리) 출신이지만 IT에 대한 식견이 있었고 무엇보다 토론과 스토리 텔링에 정렬적이었다. 그와 나는 거의 붙어 살다시피 했는데 어떤 날은 밤을 꼬박 세며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당시에 나는 IT 업계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할 지 다른 길을 찾을 지 고민을 하고 있을 즈음이었는데 이 분과 만나면서 굉장히 고무되었다. 일하는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이었고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는 사람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한 번 다시 만나고 못 본 지 벌써 4년이 넘었다.

김현미. 올해 서른이 되는 이 친구는 3년 전 누군가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 웹 에이전시를 거치며 웹 기획을 배웠고 나와 함께 이지스(egis.co.kr)를 만들었던 기획자다. 처음 인터뷰를 했던 날을 기억한다. 열 몇 명을 인터뷰하고 마지막 인터뷰였는데 사전에 보낸 질문지에 가장 상세하게 답변 메일을 보냈었다. 실제 인터뷰를 하니 답변 메일보다 더 꼼꼼하게 답변을 했다. 기획자로서 기본 자질이 있다는 판단에 함께 일을 했다. 현미씨는 나와 함께 일하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 울면서도 또 일을 하고 싸우고 술 마시고 야근하며 계속 이야기를 했다. 내가 아이디어를 떠들면 그녀가 정리하고 또 그녀가 제안하여 토론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아직도 내 컴퓨터에는 그녀와 함께 기획했던 'EAMS'라든가 '예레미아의 강'이 남아 있다. 그녀는 내게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내가 배운 것이 더 많다. 3월 초 몇 개월의 일정으로 인도로 자원봉사 겸 여행을 떠났다. 내가 회사를 열면 함께 일하고 싶은 친구다.

그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내게 정신적 감명을 주었으나 스토리 텔링에 있어서 이들 세 명은 여전히 중요한 사람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좋은 서비스는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만들어진다. 나는 늘 그런 사람들을 찾고 있다. 내게 있어서 soul mate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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