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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장관의 막말, 이명박 친위 트로이카에 적합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 참석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감장에서 취재진에게 쌍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YTN 관련 동영상 (후반부에 나옵니다)



취재진에게 삿대질을 하며 "C8, 열이 뻗쳐서 정말..."라고 하는 유장관의 행동을 보며 도대체 그 앞에 무슨 일이 있었나 궁금했다. 국감장에서 장관이라는 자가 쌍욕을 하고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겠으나 욕 나올만한 상황이었는 지 확인은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유장관은 이 사태에 대해 "국감장에서 인격 모독에 가까운 표현을 들으면서 (위원장에게)'최소한의 인격적인 대우를 해 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 생긴 일이다. 나중에 해당 사진기자에게 사과하겠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


다른 기사를 찾아 보니 야당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하여 문방위원장에게 이에 대해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과정을 취재 기자가 사진으로 옮기자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한다. (관련 기사)


국정감사에 대한 실시간 중계 사이트인 영상회의록 시스템을 방문해 보니 10월 24일 국감장에 대한 각 동영상이 나와 있었다. 메인 페이지의 하단에 있는 <문광위> 링크를 클릭하면 전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유장관이 발언한 부분은 나와 있지 않았는데 관련 기사에 의하면 정회를 선포한 후에 발생한 일이었기 때문에 영상회의록 시스템에 기록되지 않은 것 같다.


유장관은 욕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고 나중에 해당 기자에게 사과를 하겠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그러나 취재진에게 삿대질을 하고 사진 찍지 말라고 소리치는 것은 마치 귀찮은 파파라치에게 주먹질을 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떠 올리게 했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장관이 기자에게 "찍지마!"라고 소리친 것은 그의 초상권 보호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피곤하고 짜증나 표정 관리도 안되는데 정회를 한 상황인데도 사진을 찍어 대니 화가 났던 것일까? 이유야 뭐든 간에 그가 보인 행동은 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유장관의 행동에 대해 한 블로거는 "안하무인"이라는 표현을 썼고, 또 다른 블로거는 "이명박이 밀어주니 겁날 것이 없는 것 같다"며 탄식을 하기도 했다. 유인촌 문광부 장관과 함께 어청수 경찰청장, 강만수 재경부 장관 등 세 명을 이명박 친위 삼총사 혹은 이명박 트로이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세 명은 무슨 짓을 해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버림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따르는 그런 것이었고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초기 위기 상황마다 이 세 명은 온 몸을 던지며 최전선에서 싸워 왔다. 그들이 싸운 대상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충성심 하나는 끝내 주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청수 청장이나 강만수 장관보다 유인촌 장관을 더 미워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유장관이 과거에 연예인으로 다져온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근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에 대한 지원금 문제도 유장관 입장에서는 좀 답답한 일일 수 있다. 왜냐면 다른 단체에도 지원금을 전달했고 그 연예인 응원단에만 특별하게 지원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출신이 연예인이며 국민들 다수가 그렇게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정치인이자 동시에 연예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억지로 부정할 수 없지 않나 싶다.


그래서 어제 일어났던 막말 파문과 같은 것은 유장관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더욱 나쁘게 만들 수 있다. 유장관 자신이 아무리 제 임무에 충실하더라도 가끔씩 터져 나오는 사건이나 장관의 언행을 보면 아직도 자신이 정치를 하는 연예인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 찍지마!"라고 외치는 것은 잘 나가는 연예인들이 짜증 부릴 때 하는 패악질이다. 국정감사장에 있는 취재 기자들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정치인과 증인들의 모습을 찍어 국민에게 보도할 사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찍지 마!"라고 외치는 문광부 장관의 모습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원일기의 유인촌, 연극인 유인촌, 문화 활동가 유인촌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장관 유인촌은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유인촌을 문광부 장관으로 임명했을 때는 그가 한국 문화계를 위해 활동한 경력과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2004년 한국 문화계의 발전을 위해 재단을 설립했던 유인촌대표의 모습을 기억한다. 비록 어떤 사람들은 그의 모습이 정권과 결탁하기 위한 처세였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유장관이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자세로 장관직을 수행하길 기대한다. 장관직은 짧고 예술은 길다. 물론 유장관이 자신의 근본을 예술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말이다. 아님 말고.



** 바로 위 이미지 컷의 마지막 문장이 눈에 밟힌다. 과거 기사를 캡쳐하며 일부러 한 것은 아닌데 우연히 저렇게 되었다. 그는 2004년 재단을 만들며 스스로 "욕먹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 지금 장관으로서 그의 입장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 '욕 먹을 각오'가 잘못된 위정자나 구습이 아니라 국민이라면 문제가 아닐까. 유장관은 자신이 각오하고 욕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