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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인터뷰를 멈춘 이유

2005년 12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과 인터뷰를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정치인 중 그나마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때문에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 인터뷰는 포털 사이트인 다음 메인 페이지에 실렸고 수십만 명이 읽었다. 그 이후 대여섯 명을 더 인터뷰했다. interviewlog.com이라는 도메인도 만들었다. 2006년 6월 이후 인터뷰는 끝났다.





내 인터뷰에 대해 시작한 일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으면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내가 인터뷰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한 적 있는가?" 2005년 12월에 시작한 내 인터뷰는 아무런 목적 없이 시작한 것이었다. 그냥 내가 그 사람들이 할 이야기에 대해 궁금했을 뿐이다. 그래서 인터뷰를 했던 것이다. 인터뷰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따로 도메인을 만들면 좋겠다 싶어 도메인을 만들었을 뿐이다.

인터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언론사와 단체에서 '누구누구를 인터뷰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다른 이유는 아니다. 나는 전문적인 인터뷰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터뷰로 먹고 살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제안이 거듭 거부되니 아마 그 바닥에 소문이 난 것 같다. '블로거가 인터뷰를 하려면 블루문 빼고 다른 사람...'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덕분에 나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MBC PD 수첩 관련 PD 인터뷰를 보면서 다시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의 관심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현재를 보여주는 인터뷰라니! 저런 것은 정말 흥미롭고 가슴 뛰는 일이다. 인터뷰어로서 <인터뷰>라는 콘셉트의 기사가 얼마나 가치로운지 증명하는 예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더 이상 인터뷰에 대해 욕심을 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2005년 12월에 쓴 기사가 포털의 메인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 이후에 몇 분과 더 인터뷰를 했고 그 기사들은 매번 포털 메인 페이지에 올라갔다. 내가 인터뷰를 하기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내가 당시에 한 인터뷰는 "블로거가 누구와 만나다" 따위의 제목으로 포털을 통해 소개되었다. '블로거'라는 소위 1인 미디어의 주체가 한 인터뷰라서 흥미로웠던 것이다. 나는 당시에 그 정도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 역할이 끝난 지 오래되었고 내가 지금 인터뷰를 하고 싶은 것은 단지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욕구로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게 내가 interviewlog.com을 접은 이유기도 하다.


그래도 가끔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재미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어떤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른 관점과 다른 이유와 다른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인터뷰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 인터뷰를 위한 주제와 소재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언젠가 이 욕구를 참을 수 없는 그런 시점이 되면 다시 시작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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